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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인투식스’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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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1 14: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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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주름이 펴질 날 없겠어

KBS <직장의 신>의 만능사원 ‘미스 김’(김혜수) 정도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인 투 식스>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인물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성실하고 일 욕심은 많지만 권위의식이 강하고 팀원들과의 친화력이 부족한 권오중, 후배를 수족처럼 부리면서도 “회사 생활은 윗사람들과의 소통”이라며 아부에 목숨 거는 김대희, 상사에게 “퇴근 후에는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아양 떨고 힘든 일은 남자 직원에게 떠넘기는 원자현, 없는 건 돈과 눈치요 있는 건 사내연애를 향한 의지뿐인 박휘순, ‘연예인병’ 때문에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출근해선 결재라인 무시하고 임원에게 마구 들이대는 양세형. 아, 그리고 잊을 뻔했다. 훤칠한 외모에 비해 존재감이 투명인간 레벨이 되어가는 송병철.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아름다운 사람들’ 구성원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늘, 그러니 <나인 투 식스>에서 연예인 태스크포스팀을 관리하는 전재형 부장의 이마 주름이 펴질 날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꼭 동료로 이들 중 누군가를 맞이해야 한다면, 직급을 떠나 여성의 면전에서 나이와 결혼 여부를 묻고 화장을 잘했느니 마음을 흔든다느니 하는 농담 같은 건 다시 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교육부터 시키겠다.

최지은 <아이즈> 기자

MBC every1 제공

썩은 사과와 바보를 한 부대에

<진짜 사나이>가 뭐든지 열심히 하니까, 그 대척점에 서고 싶었던 걸까? <나인 투 식스>는 마치 회사를 붕괴시키기 위해 잠입한 태업 전문 사원들 같다. 그래, 다들 신입사원이니 일처리를 똑바로 못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시시때때로 연예인 악동 기질을 드러내는 장난질이라니. ‘무한상사’처럼 대놓고 웃기자는 콩트라면 모르겠다만, 그래도 외형상으로는 실제의 기업에 들어가 직장인 생활을 체험하는 리얼리티쇼가 아닌가? 아무래도 이 가짜 직장인들의 위악은 심해도 좀 많이 심한 것 같다. 특히 매장 영업 담당으로 파견돼 차례로 물건을 망가뜨리고 농땡이 피우는 꼴을 볼 때는 나까지 열불이 났다. 거기에 자기 잘못 떠넘기기는 어찌나 선수들인지?

어쨌든 이 중에 한 명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고? 역시 팀장을 맡아 거의 유일하게 책임감을 보여주는 권오중 외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아니 어리바리한 박휘순 정도도 괜찮다. 분위기에 휩쓸리지만 않으면 말은 잘 들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김대희도 지금은 밑에서 보이콧 분위기지만 막상 팀장 자리에 올려놓으면 책임감을 발휘하지 않을까? 송병철·양세형도 나름 분위기 메이커이고 원자현 같은 멍한 매력이 있는 사원도 의외로 회사에서는 유용한 타입이다. 역시 문제는 이들을 한 묶음으로 같은 부서에 배치해놓았다는 거다. 썩은 사과와 바보를 한 부대에 담아놓았다면, 통째로 내다버려야 한다.  

이명석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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