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단식이라면
의지를 가지고 굶은 건 오래전에 시도한 다이어트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불과 이삼 일 사이 번뇌지옥을 겪으며 인간의 삶에서 먹는 낙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끼고,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단식원을 탈출해 장렬히 폭식하던 영애씨(김현숙)의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집어치운 뒤 식욕과의 싸움을 멈추기로 했다. 다만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부터 새벽 마감 때마다 위장에 투하하던 탄수화물과 MSG 폭탄의 양이 현저히 줄어든 걸 보면 식욕 혹은 식탐의 원인 상당 부분이 욕구불만과 스트레스임을 새삼 느낀다. 에서 1일1식이나 16~24시간가량의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놀랍긴 했지만, 가장 공감한 건 “많이 힘드니까 남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던 한의사의 말이다. 물론 산해진미를 잔뜩 쌓아두고 배 터지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던 소화제 광고의 시대가 지나간 건 분명하다. 적게, 절제하며 먹는 생활 습관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껏 먹으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구호는 그동안 유행했던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처럼 환상적으로 들려 도리어 심드렁해진다. 그런데 16시간 연속 수면 능력의 보유자로서 본의 아니게 당장 간헐적 단식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최지은 무소속 마감노동자
생식의 반전
너 봤어? 일주일에 한 번 16~24시간 간헐적 단식을 하면, 비만도 방지하고 노화도 막을 수 있대. 정말이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맨날 하던 거더라고. 어제도 늦게 일어나서 어영부영 회의에 들어갔다가 아침점심을 건너뛰었지. 저녁이라도 챙겨먹으려고 파스타 집에 갔다가 메뉴판 가격에 눈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줄행랑쳤잖아. 결국 집에 가서 냉장고에 남은 오이 하나 먹고 잤어. 이런 일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있는데, 왜 나는 뱃살만 볼록 나오지?
간헐적 단식에 주기적 폭식으로 맞서니까 그렇지. 나도 그거 봤는데, 단식을 소개하는데 뭐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게 많이 나오니? 화면도 뽀샤샤한 게 <테이스티 로드> 같은 맛집 소개 프로그램 저리 가라더라. 식당에서만 아니라 평소 집에서 차려먹는 식탁도 반찬 수가 어메이징해.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먹지도 못하는 삼겹살, 장어는 왜 자꾸 뒤집니? 그런 고문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체중 감량에 영향을 미친 거 아냐?
근데 결정적인 건 그게 아냐. 단식시킨 쥐가 몸은 작지만 건강하게 오래 산다, 여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생식능력에 저하가 온다, 그걸 제일 끝에 말하더라고. 이건 무슨 깨알 같은 보험약관도 아니고…. 우리가 괜히 초식남, 건어물녀가 된 게 아니더라고.
이명석 저술업자
SBS 제공
이명석 저술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