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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볼 때마다 음식과 여행이 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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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1 13:2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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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Q. 어쩜 이렇게 탐스럽게 먹는 걸까요.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는 이들이 있었으니 ‘먹방’(먹는 방송)계의 지존, 배우 하정우와 샛별 윤후(<일밤-아빠! 어디가?>)·사진입니다. 이들 외에도 침이 꼴깍 넘어가게 하는 숨은 먹방이 있다면?

A1. MBC <무한도전> 맞짱 특집에 등장, 폭풍 흡입으로 짬뽕을 먹는 김제동. 이건 뭐랄까? ‘우아, 맛있겠다’ 이런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을 흔든다. 그래, 혼자 지내니 같이 밥 먹어줄 사람도 없겠지. 그래서 친구들 만나면 그 한 끼가 간절한데, 또 염치없이 먹기만 한다고 욕먹고 그러지? 오늘도 홀로 면식하는 전국의 싱글들, 김제동의 먹방을 식탁의 친구로 삼아봅시다. 이명석 문화평론가

A2. 채널A에서 방영 중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어정쩡한 동작과 억지 미소에,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어눌한 대사는 이미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좋은 먹거리를 쓰는 ‘착한 식당’을 찾아 매번 요리를 먹으며 내뱉는 “맛있는데요?”와, 착한 식당을 찾아내기 힘든 시대에 대한 우려 섞인 연출까지. 한 가지 빠진 게 있다면, 착한 음식을 어린이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정치,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시가 없는 게 아쉽다. 혹여, 편집 의도와 안 맞기라도? 김슷캇 청년백수

A3. 푸드TV의 <떴다! 뉴욕 셰프> 애청자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포시즌호텔 총주방장이었던 린 크로포드가 진행하는데, 그녀가 1차 산업의 생산자들과 직접 만나 요리를 한다. 사실 이 방송의 진짜 재미는 린 크로포드의 경력에 주눅 들지 않는 시골 주민들과 벌이는 요리 대결에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지면, 사람들은 정말 맛있게 그걸 다 먹는다. 볼 때마다 음식과 여행이 고프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A4. KBS <학교 2013>에서 숙적이던 고남순(이종석)과 박흥수(김우빈)가 팽팽한 긴장을 풀고 관계를 회복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식판 위에서 진심을 확인한 둘은 점심시간도 부족했는지 밤이면 밤마다 라면이며 과자며 줄기차게 먹어댔다. 뭘 먹든 시크한 저작근의 움직임은 꽤나 식욕을 자극했던 듯. <학교 2013>이 방영되던 기간 동안 밤 10시만 되면 난 라면물을 끓여야 했다. 전재우 지보이스 음악감독

A5. 먹방 하면 역시 <무간도 2>의 악랄한 조폭 쩡즈웨이(한침)다. 경찰서에서 황치우셩(황국장)과 마주 앉아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는 장면에서, 정체 모를 반찬이 그득한 도시락을 늘어놓고 쩝쩝 소리를 내가며 참 맛있게도 먹었다. 아, 같은 자리에서 황치우셩이 피우던 담배도 그에 못지않게 맛있어 보였다. 먹방 아닌 흡방(끽연방?)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길지도. 송호균 기자

*‘오보이의 무릎 탁’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글 보내주신 필자들과 애독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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