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장거리의 국밥맛이 부활하다
등록 : 2001-08-22 00:00 수정 :
사진/ 반평생을 국밥 옆에서 보내고 있다는 주인 이숙기씨.
가을의 행보가 성큼성큼 빨라지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땀을 철철 흘리며 먹었던 육개장과 장국밥이 오히려 따끈하게 몸을 풀어주는 느낌을 준다.
시골집(02-734-0525) 국밥은 서울의 육개장과도 흡사하다. 기름지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나무랄 데 없고, 특히 육개장맛이 그리운 서울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아 종로 한복판에서 10년이 넘게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가게가 있는 장소도 각종 패스트푸드점들이 촘촘한 종로2가 큰거리에서 YMCA 옆골목으로 30여m쯤 들어간 곳으로, 아직 10여채의 옛 한옥들이 납작한 추녀를 그대로 드리운 채 세월을 잊고 지내는 골목이다. 대문을 삐걱 열고 들어서면 수세미넝쿨이 그늘을 드리운 마당 한쪽으로 벌겋게 고춧물이 우러난 국솥이 설설 끓고 있고, 쪽마루로 이어지는 토방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들이 옛 객주집 분위기를 내고 있다. 빈 칸을 찾아 신발을 벗어놓고 올라선 뒤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는 네모난 방들은 가로세로 3m 남짓해 3∼4명이 둘러앉으면 꼭 알맞을 정도다. 더러는 몇칸을 터놓아 단체고객들의 회식자리로 사용한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주인 이숙기(66)씨는 안동시 삼산동국밥집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우며 장국밥 만드는 법을 익혔다. 어머니의 장국밥맛을 서울의 옛 육주전거리에 옮겨놓아 크게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진/ 뻘건 고추기름이 얼큰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시골집 국밥.
장국밥을 만들기 위해 우선 소머리와 잡뼈 대신 갈비 마구리뼈를 푹 삶아낸 진국물에 양지와 사태살을 넣고 시래기처럼 푹 무르도록 삶는다. 그 국물에 파와 무 등 야채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양념을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 한바탕 더 끓인다. 파와 무가 흐물흐물하게 풀어지고 고춧물이 빨갛게 밴 기름이 가득 떠올라 보기만 해도 군침이 솟아난다.
선지를 미리 삶아놓지 않고 다 끓인 장국에 생선지를 직접 넣어 신선한 맛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맛의 비결이라 한다. 밥을 한술 말고 국물을 떠 맛을 보면 누구든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옛 장국밥맛임을 직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찬도 깍두기와 배추김치, 오징어젓갈무침이 전부이지만 깍두기 국물을 몇 수저 떠 국에 풀면 찬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다.
가격은 국밥이 4500원, 밥 없이 국만으로 내면 술국이라고 해 3500원을 받는데, 선지를 넉넉히 넣어준다. 한되에 2천원 하는 막걸리를 곁들이면 말 그대로 술국이다. 또한 3∼4명이 어울려 1접시 1만3천원인 ‘바싹불고기’를 1접시 추가하면 한결 제맛나게 안동장거리의 장국밥맛을 즐길 수 있다.
나도 주방장/ 바싹불고기 지방은 가고 양지살만 남아라! 시골집의 또 한 가지 명물은 경상도지방의 별미인 바싹불고기다. 한우 양지살을 생고기로 들여와 기름을 발라내고 빨간 살코기만을 깍두기 썰듯 알맞게 썰어, 양념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 자근자근 다져 잠시 냉장고에 재워놓는다.
손님상에 낼 때, 석쇠에 얇게 펴 손에 들고 앞뒤를 뒤집어가며 구워 접시에 담아내는데, 심하게 타는 법이 없고 노릇노릇하게 바싹 구워낸다고 해서 이름이 바싹불고기다. 짭짤한 장맛과 고소한 참기름맛이 배어 일반 불고기에 비해 한결 깔끔한 맛이 난다. 국물을 떠먹으며 맨입으로 한점씩 집어먹어도 짜지 않을 만큼 간이 알맞고 안줏감으로는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신선한 쇠고기 양지머리를 구입해 지방을 완전히 발라낸 뒤, 일체 조미료를 넣지 않고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간을 해 손으로 들고 굽는 것이어서, 지방섭취를 억제해야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간장에 마늘 한두쪽을 곱게 다져 넣거나 과일즙을 약간 풀면 더욱 감칠맛을 살려낼 수도 있다. 가정에서 가족들의 취향에 따라 조율해주면 좋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