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나 봤나 조선닭의 담백함
등록 : 2001-08-14 00:00 수정 :
서울 강북과 고양, 일산지역에 가까운 설봉약수터집(제371호) 같은 분위기의 닭백숙집은 없겠느냐는 독자 몇분의 요청이 있어 닭백숙집을 2주 연속 소개하게 됐다. 덕택에 매주 닭백숙을 먹는 즐거움을 누렸고, 더욱 행복했던 것은 두집의 음식내용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서울의 서북쪽 외곽으로 나가면 거치게 되는 삼송리검문소에서 좌회전해 원당쪽 옛길로 1.5km쯤 가면 보이는 솔고개너른마당(031-966-7485)은 특이하게도 조선토종닭을 사용한다. 주인 임순형(48)씨는 마을에서 7대를 이어오며 살고 있는 토박이다. 2천여평에 이르는 종갓집의 사랑채와 곳간을 모두 식당으로 개조했고, 은행나무와 살구나무 등 유실수가 가득 들어선 그늘 아래 평상을 놓고 고객을 맞이한다.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닭백숙과 녹두빈대떡에 직접 담근 찹쌀동동주로 더위를 쫓는 즐거움이 기막히다.
사진/ 7대를 살아온 종갓집 주인 임순형씨와 부인 정현숙씨.
임씨는 1989년 지역 내 영농후계자들과 함께 중국 옌볜지역을 방문했다가 ‘조선닭’으로 불리는 토종달걀 20여개를 가방 속에 넣어왔다고 한다. 그중 18개가 부화에 성공해 지금은 3천여 마리로 불어났다. 임씨는 우리의 순수한 토종닭의 혈맥을 찾았다는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선닭은 일반 토종닭에 비해 체구는 작지만 늠름한 기상이 빼어나고, 암탉은 관상용 닭처럼 예쁜 깃털을 지녔다. 고객들도 어릴 때 봤던 닭이라며 매우 반가워한다. 산란율도 뛰어나 1년에 250여개의 알을 낳지만 알이 잘아 경제성은 떨어진다. 강인한 만큼 5∼6개월을 자라야 50여일 먹인 육계와 맞먹을 정도여서 누구나 선뜻 사육에 손댈 생각을 않는 것이 흠이다. 5∼6개월 자라면 근육이 붙어 일반 육계에 비해 육질이 다소 질긴 감은 있지만 푹 삶아놓으면 쫄깃하고 깊은 맛이 있다.
큼직한 감자와 수삼, 대추, 마늘, 생강을 넣고 푹 삶아낸 백숙은 지방이 적어 일반닭에 비해 훨씬 담백하다. 닭을 다 먹고나면 삶아낸 국물에 찹쌀과 현미쌀을 넣고 죽을 쑤어주는데, 당근과 파를 잘게 썰어넣어 닭냄새를 한번 더 제거해준다. 톡톡 씹히는 고소한 현미쌀도 먹는 맛을 돋우기 위해서다.
이처럼 섬세한 음식관리는 부인 정현숙(45)씨의 타고난 성품에서 비롯된다. 모든 음식을 주인 부부가 직접 맡아 관리하며,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음식맛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줏감이 아니면 주문할 때 부드럽게 푹 삶아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놓는 것이 좋고 서까래가 올려다보이는 사랑채나 야외평상에 앉아야 신선한 들바람과 매미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나도 주방장/ 미나리차 숙취해소 음료, 만들어 먹자 솔고개너른마당에서 또 한 가지 챙겨야 할 것은 후식으로 내는 미나리차다. 주인 임씨가 일본의 선진농법을 견학하러 갔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해낸 건강음료다.
매해 3∼4월 돌미나리가 한창일 때 300∼400근의 돌미나리를 수집해 큼직한 독에 다듬어 넣는다. 꿀과 쑥을 첨가하고 포도당을 촉매로 해 숙성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2∼3개월 숙성과정을 거치고 나면 1년 내내 선선한 곳에 보관해놓고 사용할 수 있다.
먹을 때는 찬 냉수를 섞어 희석할 뿐 당분을 따로 가미하지 않는다. 상큼하게 입에 당기는 강한 맛이 인상깊다. 맛과 효능을 터득한 단골고객들은 대부분 한잔쯤 더 챙기고 갈 정도로 인기있다. 돌미나리가 넉넉히 들어간 탓으로 숙취에 좋은 것은 물론, 소화력이 뛰어나 과식을 해도 속이 편안하고, 술이 다소 과해도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
신선한 돌미나리를 송송 썰어 항아리에 담고 쑥을 한줌 얹은 뒤, 꿀을 넉넉히 넣고 포도당을 구해다 알맞게 부어 뚜껑을 꼭 덮어 선선한 곳에 놓아두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맛이 살아난다. 분말을 풀어 만든 수정과나 손쉬운 음료로 착각하고 그냥 놓고 가는 고객들도 있다지만, 맛을 잘 음미해보고 직접 만들어 건강음료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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