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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수기가 제주의 절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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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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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외나들이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해 육지와는 기후조건이 사뭇 달라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바람결이 다르게 느껴지고, 해발 1950m에 이르는 한라산을 안고 있어 지형의 높낮이에 따라서도 계절감이 다르다.

볼거리는 물론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섬을 감싼 더없이 맑은 해안과 그림 같은 해수욕장이 있고, 중산간지대의 둥실둥실한 오름들을 감상하는 맛은 육지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경지다. 제주항과 서귀포항으로 들어오는 각종 수산물도 그 신선도가 남다르다.

경험 많은 여행자들은 제주도를 주중을 이용해 하루에 오가는 해외여행지처럼 생각한다. 하루 수십편의 항공편과 카페리가 이어지고, 각종 편의시설들도 잘 갖추어져 있을 뿐 아니라 도로망이 짜임새 있게 엮어져 직접 차를 갖고 가거나 렌터카를 이용해 자동차여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비는 좀 들지만 아침 비행기편으로 제주공항에 내려 렌터카로 섬의 곳곳을 돌아본 뒤 저녁 비행기편으로 돌아오면 서울-강화간을 오가는 것보다 편하고 도착시간도 정확하다.

하지만 주말과 관광시즌에는 예약이 폭주해 항공편은 물론 배편까지 초만원을 이루어 웬만해선 갈 엄두를 내기 어렵다. 다행스러운 것은 8월15일부터 추석 전까지 제주도는 1년 중 보기드문 비수기로 접어든다. 아직 더위도 채 가시지 않았고, 단순한 피서여행이나 가족나들이라면 이때를 택하는 것이 좋다. 비행기는 물론 숙박비까지 주중 할인이 가능하고 대접도 융숭하다.

추석 전까지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에도 알맞고 중산간을 오르면 어느새 갈꽃이 피어나 가을을 느끼게 한다. 어시장에 들어오는 생선류도 이때쯤 더 싱싱하고 살이 단단해진다. 제주 명물 다금바리회는 물론 돌돔도 산란기를 앞두고 한참 살이 올라 있고, 자리돔과 참돔, 옥돔 등도 한여름보다 맛이 한결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천고마비란 옛말처럼 제주말고기와 흙돼지, 제주꿩 요리들도 제맛이 나기 시작해 어느 것이든 맛없는 것이 없다.

나들잇길 별미진미/ 제주도


1 복집식당=갈칫국과 자리구이, 자리조림, 자리젓, 톳나물무침 등을 제맛나게 맛볼 수 있다. 제주시 용담1동(064-722-5503).

2 고마갈비=직접 사육한 제주말고기를 전문으로 낸다. 말고기양념구이, 샤브샤브, 말고기수제비, 말갈비 등 별미를 즐겨볼 수 있다. 제주시 이도1동 KAL호텔 뒤(064-723-1301).

3 물항식당=고등어회, 고등어조림, 갈치구이와 갈칫국이 전문이고,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제주시 건입동 제주어항(064-753-2731).

4 도라지식당=제주 토속음식을 정갈하게 차려내 관광객이 즐겨 찾는 집이다. 갈칫국, 성겟국, 옥돔미역국, 자리물회 등이 일미다. 제주시 이도2동(064-722-3142).

5 보건식당=제주 토속음식인 제주도 오분재기구이와 오분재기뚝배기를 가장 제맛나게 끓여내는 집이다. 제주시 이도2동(064-753-9521).

6 큰돌집=전복죽과 전복구이, 전복물회 등을 가장 맛있고 격식있게 차려낸다. 제주시 연동(064-744-9889).

7 어장군=신제주 주택은행 뒤편 음식골목에서 제주 토속음식을 한정식형태로 격식있게 차려내 도내 유지들이 즐겨 찾는다. 제주시 연동(064-744-2258).

8 서원가든=제주전통가옥의 민박과 꿩요리, 돼지훈제가 별미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064-799-7101).

9 진미식당=남제주 삼방굴사 앞 안덕에서 제주 명물인 다금바리회를 전문으로 한다. 남제주군 인덕면(064-794-3639).

10 우가촌=진짜 제주 토종돼지고기를 제맛나게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인절미 같은 돼지비계의 쫄깃한 맛이 진미다. 서귀포시 서호동(064-739-0456).

11 남궁서민횟집=서귀포 어항에서 횟감이 가장 다양하고 횟값이 저렴한 집으로 소문나 있다. 서귀포시 서귀동(064-763-1240).

12 몰고래주막=꿩메밀국수와 옥돔구이백반, 도새기구이 등을 오메기술과 곁들여 낸다.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민속마을(064-787-0624).

13 성산오조해녀의집=성산읍 해녀들이 어촌계를 조직해 직접 따온 전복으로 죽을 쑤어 낸다. 남제주군 성산읍(064-784-0893).

나들잇길의 이모저모

섬의 정취는 민속집에서

제주도 나들이는 장소 이동을 택시나 관광회사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데 많은 제한이 따른다. 운수회사와 관광업자들이 조직적으로 연계되어 택시를 대절해도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업소나 장소를 가자고 하면 모른다거나 아예 몇일 전 문을 닫았다며 임의대로 엉뚱한 곳을 안내하기 일쑤다. 그래서 인원이 많을 경우 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차를 보내달라고 하거나 미리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늘 확인하고 차를 타는 것이 좋다.

이제는 휴가철의 뒷무렵이어서 조용한 편이다. 따라서 차분하게 즐기는 여행이 가능하다. 숙박시설도 시내 장급여관보다는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 약간 불편하겠지만 제주 고유의 민속집에 묵으며 섬지방 특유의 정원을 산책하며 제주도의 인심을 직접 접해보는 게 좋다.

가장 알맞은 곳으로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서원가든’을 들 수 있다. 공항에 내려 전화를 걸면 차를 보내주고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옛 모습 그대로의 토속집과 정원이 아름답고 직접 길러내는 꿩요리도 육지에서는 구경하기 어렵다.

제주에서 가장 값비싼 횟감은 비수기지만 1접시에 15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말고기 샤브샤브 1인분 1만원, 양념불고기 8천원, 그 밖에 자리물회와 보말국, 갈칫국 등은 5천원, 성겟국 6천원, 갈치조림 1만2천원, 고등어회 1접시 1만원 선이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제주렌터카조합(064-746-2294)의 안내를 받아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소중형(아반떼, 세피아, 루비나)의 경우 6시간 기준 3만8천∼4만1천원(오토)선이고, 24시간 대여는 6만9천원∼7만6천원이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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