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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익스트림 ‘꽈당’ 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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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3 14:58 수정 : 2011-03-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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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한 번은 다치지 않을까 했다. 워낙 몸치인데다 처음 해보는 것들, 게다가 익스트림 스포츠인 만큼 크게 다칠까 두렵기도 했지만 한 번도 안 가본 정형외과를 가볼 생각에 철없는 기대도 살짝 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이런 포부를 과감하게 이야기했다가 편집장의 진심 어린 걱정을 듣기도 했다. 사실 어리바리한 나를 ‘안전’ 강조해가며 열심히 가르쳐준 선생님들께도 무례하고 죄송한 얘기다. 그래도 만일 다치면 그게 훈장인 양 깁스 위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서 사진을 찍어 기사로 올려야지, 하는 상상은 그만두지 못했다.

익스트림마셜아츠

아마도 내가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마지막 익스트림 스포츠인 익스트림마셜아츠는 여태껏 한 운동 중 제일 안전해 보였다. 사범님이나 함께 하는 분들이 매 동작을 할 때마다 서툰 나를 배려해 어느 부분을 조심해야 할지 알려줘가며 천천히 진행했다. 더구나 야외가 아니라 실내에서, 그것도 매트 위에서 하니 여러모로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그런데도, 결국 나는 다치고야 말았다. 웃긴 건 운동 중에 다친 게 아니라는 거다. 훈장 같은 깁스도 없다. 내놓고 하기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결국 다치는 바람에 운동을 못했으니 이 이야길 쓸 수밖에 없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학교에서 작업을 하다가 집에 갈 때쯤이었다. 안 쓰던 근육을 세밀하게 골고루 써서 어기적어기적 걸어야 했는데, 평소에 잘 안 신던 굽 있는 신발을 신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비상구 계단을 내려가다 사달이 났다. 발을 헛디뎌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그 와중에 여기서 데굴데굴 구르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허우적거리며 발을 디디거나 난간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계단 끝까지 계속 헛발질을 하면서 날 듯이 내려갔다. 그리고…,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가속이 붙은 상태로 벽과 창문에 얼굴과 옆구리, 팔꿈치를 세게 쾅 박았다. 무릎을 꿇는 자세로 넘어져서 다리는 바닥에 부딪쳤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를 허둥지둥 쫓아가다가 달리던 자세 그대로 벽에 온몸을 내던져 납작해진 톰의 모습과 똑같았다.

넘어진 모양새가 웃겨서 일단은 웃었는데, 갈비뼈 쪽과 얼굴의 통증 때문에 바로 눈물이 났다. 놀란 게 뒤늦게 몰려와서 일곱 살 꼬마애처럼 엉엉 울기까지 했다. 친구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긴 했는데 바로 집에 가기 힘들 정도였다. 얼굴에는 커다랗게 멍이 들었고,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의 통증이 심해졌다. 밖에 나가기 민망한 얼굴과 난생처음 겪는 타박상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체육관에 가지 못했다.

익스트림마셜아츠에 관심 있으셨던 독자분들, 또 나로 인해 희망을 얻을 수도 있었을 전국의 몸치 여러분께 죄송하다. 이제 멍도 거의 가셨고, 움직일 때 아픈 것도 거의 다 나았으니 슬슬 움직여보려고 한다. 열심히 해서 실패한 것과 하기 전에 포기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아마 다시 처음부터, 목표를 낮춰 잡고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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