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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눈부신' 남도의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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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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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미 6회에 걸쳐 소개된 휴가지에서 아직 마땅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남해안의 중심권인 여수와 돌산을 눈여겨볼 만하다. 남해 다도해의 한가운데 자리한 지리적인 여건만큼이나 남해바다의 온갖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예로부터 음식가짓수가 많기로도 이름난 고장이다. 따라서 먹을거리 휴가지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여수항은 바닷길과 이어지는 호남의 관문격인 교통의 요새이고 수산물의 집산지다. 순천만을 사이로 고흥반도가 건너다보이고, 서쪽으로는 광양만을 건너 경남의 남해군이 바라다보인다. 삼면이 청정한 해역으로 남해바다의 온갖 해산물이 난다.

찬의 가짓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다는 남도한정식집이 여수에 있고, 남해 특유의 아나고(붕장어)탕과 양념구이,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가오리무침횟집, 개운한 노래미탕에 한정식찬을 곁들인 노래미정식으로 40년을 이어온 노래미식당, 사계절 다양한 횟감들이 수도 없이 오르는 돌산 횟집촌의 싱싱한 활어회 등 다양하다. 그리고 오가는 길에 남원의 추어탕과 전주의 콩나물해장국도 요깃감 겸 별미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들러볼 곳도 만만치 않다. 여수항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남관(鎭南館)은 조선시대 400여년간 수군의 본거지였고 여수항의 상징적인 사적지다. 여수항에서 돌산대교를 통해 육지처럼 오가는 돌산섬도 비록 작은 섬이지만 산세가 빼어날뿐더러 수질이 뛰어나고 토양이 비옥해 예로부터 이곳 섬사람들은 기골이 장대하고, 돌산갓과 양념류는 호남지역에서도 손꼽는 특산물에 든다. 또 남해안에서는 보기드물게 하얀 백사장이 깔린 방죽포해수욕장이 있고, 섬의 끝자락에 들어 있는 향일암은 남해안에서 첫손꼽는 해돋이 명소다.

여수를 벗어나 잠시 들러볼 수 있는 곳은 가까운 승주군 내 송광사와 선암사다. 어느 한곳만을 들러도 녹음 속에 잠긴 맑고 청아한 큰 절분위기가 또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


별미 진미/ 남도

1 한일관=여수의 한정식을 대변해준다는 집이다. 4인 기준으로 1인 1만5천원인 한정식상은 3차례에 걸쳐 상차림이 바뀌며 30∼40가지의 해산물을 올려 전국 제일이란 말을 듣고 있다. 여수시 여서동(061-654-0091).

2 노래미식당=노래미매운탕을 중심으로 모듬회와 7∼8가지의 찬을 곁들여 깔끔한 탕맛과 회맛을 고루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여수시 중앙동(061-662-3782).

3 칠공주장어집=일본말인 ‘아나고’라 불러야 더 잘 통하는 아나고탕과 아나고구이, 아나고내장탕과 내장수육 등 붕장어요리로 20년 넘는 내력을 쌓고 있다. 여수시 교동(061-663-1580).

4 구백식당=여수의 명물로 꼽히는 서대무침회로 16년간 명성을 쌓고 있다. 톡 쏘듯 자극적이면서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서대회맛이 별미다. 여수시 중앙동(061-662-0900).

5 거북횟집=싱싱한 횟감관리와 푸짐한 상차림으로 여수는 물론 광주와 영남 남해안까지 고객이 이어진다. 여수시 돌산읍 임포항(061-644-9081).

6 종점모텔횟집=돌산 주차장에서 가장 가깝고 횟집과 함께 민박을 겸하고 있는데, 방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다. 회는 물론 남해안에서 잡히는 꽃게매운탕을 별미로 내놓고 있다.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061-644-4737).

7 함남면옥=여수시내에서 43년된 함흥냉면집이다. 6·25 때 함남 북청에서 월남한 할머니와 아들이 2대로 이어지며 함흥냉면을 말아낸다. 여수시 중앙동(061-662-2581).

8 산호산장=선암사 입구 상가단지 내에서 민박과 한식을 겸하고 있다. 소박하게 차려내는 시골밥상에 얹힌 토속적인 밑반찬들이 인상적이다. 산채정식과 도라지토종닭찜이 별미다.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061-754-5234).

9,송광여관식당=송광사 경내에서 내력이 가장 오래고 시설규모가 큰 여관으로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 표고찌개백반, 닭백숙 등을 낸다.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061-755-2157).

나들잇길의 이모저모

고속도로망이 활어를 나른다

최근 개통된 순천-남원간 고속도로는 전국 어디서나 여수와 돌산을 오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순천-구례-남원을 거의 직선으로 이어달리는 4차선 도로는 88고속도로와 연결돼 대구와 안동, 영주 등 영남 내륙까지도 막힘없이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벽에 여수항을 떠난 활어차는 남원-전주간 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점심에 낼 일식집 횟감을 대줄 정도로 편해졌다. 전국에 안 가는 곳이 없다는 여수의 해산물은 사계절 나는 자연산 활어와 어패류 외에도 연근해 청정해역에서 양식하는 각종 어패류까지 말 그대로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전국에서 찬의 가짓수가 가장 많이 오른다는 한정식집 한곳만 들러도, 제철을 맞고 있는 삼치회와 병어, 가오리, 농어 등이 큰 접시를 장식하고, 덤안주로 오르는 해물인 해삼, 멍게, 소라, 키조개와 피조개, 문어, 가제류, 그 밖에 탕이나 구워내는 해물류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40가지를 헤아릴 정도다. 또 40년의 내력을 지닌 노래미탕정식은 탕과 함께 모듬회와 찬을 한정식처럼 차려내 남도의 계절 횟감들을 골고루 맛보여준다. 여름철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능가한다는 붕장어탕(아니고탕)과 붕장어구이도 내장탕과 내장수육을 술안주로 곁들일 수 있을 만큼 풍성한 맛으로 여수항이 아니고는 도져히 맛볼 수 없다. 이같은 모습은 돌산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수족관의 횟감들은 움직임부터 다르고 매운탕을 곁들인 모듬회접시는 가히 바닷가 활어회의 진수를 입체적으로 실감케 해준다.

글·사진 김순경/음식 칼럼리스트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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