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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얼굴색보다 음악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 & 뉴] 마이클 잭슨의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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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3 15:12 수정 : 2009-02-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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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벤>
“마이클 잭슨이 흑인 시절 부른 노래들이에요.” 이게 뭔 소리? 의아해하던 내게 그가 불쑥 건넨 CD 표지에서 귀여운 곱슬머리 흑인 꼬마가 씨익 웃고 있다. 흑인음악 레이블 모타운 탄생 50주년 기념 <마이클 잭슨 & 잭슨 5> 베스트 앨범이다. 그렇지. 애초 그는 이랬었지.

내가 처음 만난 마이클 잭슨은 변신 중이었다. <스릴러>(1982) 표지에서 흰 슈트를 입은 그의 얼굴엔 검은빛이 짙었지만, <배드>(1987) 표지에서 검은 가죽재킷을 입은 그의 얼굴엔 희멀건 빛이 감돌았다. 화장발? 성형수술?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끝내준다는 생각뿐이었다. 가요만 듣던 내가 그의 카세트테이프를 산 이유였다. 얼마 전 팬들의 참여로 마이클 잭슨 한국판 베스트 앨범 <킹 오브 팝>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내가 처음으로 들은 팝”이라는 식의 평이 유독 많았다. 마이클 잭슨으로 팝에 입문한 게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의 얼굴은 갈수록 하얘졌다. “백인이 되고 싶어 안달난 성형중독자”라는 비난과 “백반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이라는 해명이 맞섰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당신이 백인이건 흑인이건 중요하지 않다.”(<블랙 오어 화이트>) 중요한 건 그의 노래를 모든 인종이 좋아했다는 거다.

‘팝의 황제’ 소식은 이제 스캔들이나 가십 뉴스를 통해서나 간간이 들려온다. 그럴 때면 문득 ‘초딩’ 마이클 잭슨이 앳된 목소리로 부른 <벤>이 듣고 싶어진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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