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
등록 : 2000-08-09 00:00 수정 :
한여름에 서해남부 해안으로 떠나는 여행은 남다른 마음준비가 필요하다.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들녘뿐인 서해남부해안은 시원하게 들어앉아 더위를 식혀줄 만한 계곡 한곳 없다. 바닷가로 나가면 함평 돌머리해수욕장과 무안의 톱머리해수욕장 등이 있기는 하지만 남도여행이 처음인 도시사람들은 선뜻 옷을 벗고 들어서기를 망설이게 된다. 하얗게 눈부신 은빛백사장과 유리알같이 맑은 동해바다에 비하면 얼핏 흙탕물 같고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의 촉감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그 특성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국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서해남부해안만의 독특한 매력이 담겨 있다.
진흙벌에서 온몸에 갯벌을 바르고 천진하게 뛰어노는 해변 아이들과 함께 일부러 찾아와 건강해수욕을 즐지는 피서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펄 자체가 생명의 원천이고 건강효과도 이루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사람뿐만 아니라 갯벌에서 나는 세발낙지며 조개류를 비롯해 갯벌을 먹고 자라는 바닷고기에까지 작용해 맛이 더욱 달고 진하다. 또 제대로 솟은 산 하나 없이 사방으로 이어지는 넓은 들녘에서, 물이 들어찬 곳은 파랗게 녹색의 물결을 이룬 논이고, 물이 없는 곳은 각종 잡곡과 양념류들로 가득한 들판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호남의 맛이 어디서 오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전국 제일의 맛을 자랑한다는 함평한우고기와 영산강 민물장어구이, 삼호만의 세발낙지와 연포탕, 흑산도 홍탁과 무안 앞바다의 민어회, 갯벌의 별미식으로 꼽히는 짱뚱이탕과 운저리회, 진도 명주인 구기자술과 홍주,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내는 남도한정식 등 모든 것이 풍요로운 자연의 소산들이다.
마음이 내키면 하루나 이틀쯤 더 묵어온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직접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이 더욱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 있는 비결이며 가족 모두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먹을거리들로 체중을 늘려오기에 알맞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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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잇길의 이모저모
맛을 찾아 남해고속도로를 타라!
서해남부 나들이는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의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서울과 중부권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과 장성나들목에서 들어가는 것이 알맞고, 영호남내륙에서는 남해고속도로 광주나들목에서 나주를 거쳐 함평으로 들어가는 길이 무리가 없다. 함평, 무안, 목포로 이어가다 목포에서 삼호만을 건너면 해남에 이르고, 여기서 진도로 들어갈 수 있다.
정읍나들목으로 들어서면 고창성과 동학유적지, 법성포와 불갑사를 둘러볼 수 있고, 장성나들목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함평에 닿게 된다. 어느 길이든 한없이 펼쳐지는 논과 둥실둥실한 들밭들이 인상 깊고 길은 모두 포장길로 무난한 편이다.
서해남부 여행에서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호남의 갖가지 별미들이 많고, 그 수준 또한 호남음식의 1번지라 해야 할 정도로 뛰어나다. 함평하면 전국의 생고깃집들이 너나없이 부러워하는 함평한우고기와 육회비빔밥의 본고장이고, 무안을 거쳐가는 영산강 일대는 지금도 전국에서 제일가는 민물장어의 원산지다. 그리고 목포는 예로부터 최고수준의 호남별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목포 사람은 죽은 생선은 안 먹는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싱싱한 생선맛이 일품이고, 민어회, 연포탕, 육회, 한정식 어느 것이든 정상의 맛을 맛볼 수 있다.
해남 또한 서해남부지역의 농·축·해산물의 집산지고, 진도도 ‘1년 농사지은 것으로 주변 작은 섬들을 다 먹여살리고 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고장이다. 다양한 횟감은 물론 진도홍주와 구기자주 등 명주까지 곁들여 즐거움이 한결 더하다. 돌아오는 길의 영암과 나주에도 갈낙탕과 어란, 나주곰탕 등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먹을거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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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진미/ 서해남부
1 화랑식당=함평 장거리에서 함평육회비빔밥을 2대에 걸쳐 53년째 내고 있다. 함평군 함평읍 함평장터(061-323-6677).
2 강나루장어구이=민물장어의 명산지인 영산강 몽탄교 앞에서 대를 이어 장어구이를 해온다. 무안군 몽탄면(061-452-3414).
3 금메달식당=흑산도 참홍어로 만든 홍어회와 홍어찜, 홍어탕, 홍탁과 3합 등을 맛볼 수 있다. 목포시 용당동 목포상고 앞(061-272-2697).
4 영란횟집=민어회만을 20년이 넘게 해오고 있다. 민어는 7∼8월이 가장 맛있다. 목포시 중앙동(061-243-7311).
5 호산회관=목포시내에서 100% 자연산만 취급하고 가장 값비싼 횟감만을 들여온다는 집이다. 특히 2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낙지요리가 별미다. 목포시 용당동(061-278-0050).
6 문정식당=목포시내에서 10년이 넘게 육회 단 한 가지만을 고집하는 음식명소다. 점심에 한해 불고기백반과 내장탕을 내는데 역시 별미다. 목포시 산정1동(061-274-0868).
7 천일식당=해남읍 장터에서 3대에 걸쳐 76년을 이어오는 음식명소다. 남도의 장터음식과 불고기맛을 실감할 수 있다. 해남군 해남읍(061-536-4001).
8 일미식당=해남읍에서 30년 내력을 지닌 추어탕집. 해남군 해남읍(061-535-2814).
9 제진관=진도군청 앞 주택가 골목 안에서 간재미무침회백반과 생선매운탕을 맛깔스럽게 끓여내 진도에서 손꼽히는 별미집. 진도군 진도읍(061-544-2419).
10 옥천횟집=100년이 넘었다는 한옥 기와집의 사랑채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횟상을 차려낸다. 진도군 진도읍(061-543-5664).
11 독천영명식당=세발낙지의 원산지인 영암군 독천면 세발낙지촌에서 내력이 가장 오랜 집이다. 연포탕과 갈낙탕, 낙지초무침, 낙지구이 등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061-472-4027).
12 영암어란집=남도음식 중에도 귀물로 여기는 어란을 50년이 넘도록 가장 정통적으로 만들어오는 집이다. 영암군 영암읍(061-473-3163).
13 나주곰탕하얀집=옛 나주군청 정문 앞에서 3대에 걸쳐 50년이 넘게 곰탕을 끓여내고 있다. 나주시 중앙동(061-333-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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