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를 또 볼 수 있을까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뉴] 미선이 첫 앨범 <드리프팅>
등록 : 2008-10-29 11:30 수정 : 2008-10-31 18:38
미선이는 초등학교 때 짝꿍이었다. 특별히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평범한 소녀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괴롭혀도 속으로 삭이며 뒤에서 조용히 훌쩍댔다. 미선이는 그런 아이였다.
첫 앨범 <드리프팅>(1998)을 내고 2년여 뒤 사라진 밴드 ‘미선이’도 처음엔 내 짝꿍 미선이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다른 밴드들이 인디 열풍을 타고 서울 홍익대 앞에서 기세등등할 때, 미선이는 신림동의 한 클럽에서 조용히 첫 연주를 했다. 그들의 음악은 독특했다. 포크에 가까운 서정적인 음악과 모던록에 랩을 얹은 실험적인 곡이 공존했다. 서서히 팬들과 평단의 주목을 끌게 된 미선이는 해체 뒤 더 유명해졌다. 미선이의 조윤석은 뒤에 ‘루시드폴’이라는 1인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한다.
그 미선이가 부활했다. 10월17일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무대에서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조윤석과 미국서 회사 다니던 김정현·이준관이 뭉쳤다. <두 번째 세상>에서 랩을 맡았던 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두 번째 세상’으로 가버린 터라, 그의 동생이 대신 랩을 했다.연주가 끝난 뒤 조윤석은 “나 오늘 너무 힘들다”며 북받친 감정을 삼켰다.
공연을 마치고 일상으로 흩어진 미선이를 또 볼 수 있을까?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조윤석은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내년 초 돌아오는데, 다음엔 저도 모르겠어요.”
참, 몇 년 전 동창회에서 만난 미선이에게 난 진심으로 사과했다. 괴롭힌 거 미안하다고. 미선이는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블로그 blog.hani.co.kr/westmin
2008,돌아온 미선이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