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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카세트테이프처럼 주욱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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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0 00:00 수정 : 2008-10-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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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이어폰을 끼고 살던 1980년대 말~90년대 초엔 카세트테이프가 대세였다. LP는 이동성이 떨어졌고, 막 선을 보인 CD는 너무 비쌌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에겐 역시 값싸고 만만한 카세트테이프가 최고였다. 그런 카세트테이프에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LP나 CD처럼 원하는 곡을 딱 골라 듣기가 힘들다는 거였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다시 들을라치면 되감아야 하는데, 감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곡 시작 지점으로 맞추기가 꽤 까다로웠다.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들었다. MP3가 대세인 요즘엔 골라 듣는 게 추세다. MP3 파일을 앨범 단위가 아니라 곡 단위로 사고판다. 가수들도 디지털 싱글을 부쩍 많이 낸다. 머잖아 앨범은 자취를 감추고 개별곡만 남을지도 모른다.

언니네이발관이 4년 만에 낸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이런 추세에 역행한다. 개별곡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룬 콘셉트 앨범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문득 자신이 지독하게도 평범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화자의 심리 변화를 그려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하고, 절망하고, 포기하고, 그리워하고, 초월하고…. 결국엔 또 다른 길을 떠나는 과정을 10개의 곡에 눌러 담았다. 1번 곡부터 차례대로 듣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중간에 결코 끊을 수 없다. 첫 곡 <가장 보통의 존재> 후반부엔 일부러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한 소리를 집어넣었는데, 울림이 훨씬 크다. 역시 음악은 기술이 아니라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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