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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성난 군중, 왕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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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9 00:00 수정 : 2008-11-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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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즈 프렌즈>

▣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콜드플레이의 새 앨범 표지를 봤을 때, 거짓말 안 보태고, 숨이 멎는 듯했다. 프랑스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 위로 거칠게 휘갈긴 ‘비바 라 비다’(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가 죽기 직전 남긴 작품 이름). 민중의 억눌린 분노가 행동으로 폭발하는 장면 위로 돋을새김된 ‘인생이여, 만세’라…. 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가슴에 꽂혀들었다.

이전 석 장의 앨범만으로 이미 세계 최정상급으로 자리매김한 콜드플레이가 3년 만에 발표한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즈 프렌즈>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홈그라운드인 영국 차트 1위 싹쓸이는 물론, 미국 빌보드 차트마저 점령했다. 음악적 역량도 진일보했다. 유투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의 참여로 사운드에 실린 감정의 폭이 더 넓고 깊어졌다. 몇몇 곡의 웅장한 현악기 사운드는 감칠맛이 난다.


노랫말도 이전과 차별화된다. 타이틀곡 <비바 라 비다>는 폭군의 말로를 우화적으로 그렸다. 성난 군중이 왕궁으로 몰려가 문을 부수는 마지막 10분 동안의 얘기를 담았다고 한다. 첫 싱글 <바이올렛 힐>은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정작 이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들 음악에서 뭘 느낄지는 온전히 청자의 몫이다. 2008년 7월 대한민국 민중은 이 음악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또 영어를 특히나 좋아하는 대통령이 노랫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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