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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최상급 한우 맛 ‘F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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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5 00:00 수정 : 2008-11-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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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스 2집 <러브 ×3 나우>

▣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대중음악 담당 기자 시절, 펑크 밴드를 소개할 때마다 난감해지곤 했다. 한글 전용 신문인 <한겨레>에선 알파벳 병기 없이 한글로만 표기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음악 장르 중 Punk와 Funk 둘 다 ‘펑크’라고 써야 한다는 거다. 앞의 펑크는 록의 한 종류인 백인음악으로, 대표급이라면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을 들 수 있다. 뒤의 펑크(어떤 이는 편의상 ‘훵크’라 쓰기도 함)는 비트가 강조된 흑인음악으로, 대표급 국내 밴드로는, 음…, 금방 떠오르지 않으니 넘어가자.

요즘은 국내에서도 R&B, 힙합 등 흑인음악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펑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최근 내 레이다망에 걸린 게 얼스의 2집 <러브 ×3 나우>다. 내가 이 앨범을 목 빼고 기다린 건, 몇 달 전 끝난 문화방송 드라마 <비포 & 애프터 성형외과> 사운드트랙에서 흑진주처럼 반짝이던 <어글리맨>과 <야야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두 곡을 포함해 모두 아홉 곡밖에 안 담긴 신보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결혼식 뷔페 갈비찜처럼 양은 많아도 생고무처럼 질기고 맛없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앨범에 비하면 이건 육즙이 뚝뚝 흐르는 최상급 한우 꽃등심이다.


단, 비트를 무채 썰 듯 잘게 쪼갠 펑크 본연의 그루브(리듬에서 오는 특유의 흥겨움)가 넘실대는 이 앨범을 카 스테레오로 들을 땐 조심하시라. 엉덩이를 과하게 들썩이는 바람에 타이어에 펑크가 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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