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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대는 두 영혼을 가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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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00:00 수정 : 2008-11-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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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의 <네오 클래식>

▣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영화 <파리넬리>를 보며 두 번 충격을 받았다. 지상에 없는 목소리를 얻으려 ‘거세’라는 비인간적인 방법을 썼다는 사실에 한 번. 그렇게 만들어진 주인공이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열창하는 장면에서 또 한 번. 변성기 전 소년을 거세해 성장한 뒤에도 여성의 소프라노나 알토 성역을 내도록 한 ‘카스트라토’의 존재는 그렇게 대중에게 알려졌다. 비극적이어서 더 아름다웠던 카스트라토는 1922년 알레산드로 모레스키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스스로 ‘팝페라 카스트라토’라 칭하는 정세훈의 새 음반 <네오 클래식>이 나왔다. 정세훈은 사실 카스트라토가 아니다. 카스트라토가 사라진 이후 가성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흉내낸 게 카운터테너의 시원인데, 정세훈은 바로 카운터테너다. 하지만 그는 여느 카운터테너보다 좀더 카스트라토 원형에 가까운 발성을 하게 됐고, 그래서 그런 명칭을 붙인 것이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영화 <미션> <시네마 천국>의 주제가부터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헨델의 <울게 하소서>까지 다양한 곡들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소화했다. 키메라가 불러 유명해진 모차르트의 아리아 <밤의 여왕>은 카운터테너로서는 세계 최초로 부른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남주인공 라울 역을 맡았던 그가 여주인공 크리스틴과 라울의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부른 곡을 들으면, 정세훈 안에 두 개의 영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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