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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닭고기는 통째로 삶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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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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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할머니원조닭집의 ‘닭한마리’요리.
동대문종합상가와 재래시장이 경계를 이루면서 청계천과 종로를 잇는 사잇길의 중간쯤에서 좁은 골목 안으로 촘촘히 들어 있는 ‘5가닭골목’은 ‘닭한마리’의 원조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골목의 시조집이 바로 진할머니원조닭집(02-2275-9666)이다. 23년 전 주인 진옥화(69) 할머니가 ‘닭한마리칼국수’ 간판을 처음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닭 한 마리에 100원 정도의 마진을 보고 시작했던 닭집이 지금은 250석이 넘는 대형점으로 성장했고, “신발은 책임지지 않음”이라는 안내간판과 함께 식사가 끝나면 빨리 일어나달라고 할 정도로 ‘친절’과는 거리가 먼 가게이지만 하루 1천명이 넘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음식도 기본만 갖춰주면 고객들이 알아서 닭을 자르고 직접 양념을 얹어 맛을 돋우고, 이런저런 추가주문도 요령껏 챙겨야 하는 이른바 ‘셀프서비스’집이다. 친절과 이익은 나중이고, 진실하고 거짓없는 맛과 부담없는 가격으로 묵묵히 맞아주는 것을 이곳 고객들은 오히려 편하고 즐겁게 여긴다.

사진/ 5가닭골목의 시조할머니로 불리는 진옥화씨.
조리하기 편하도록 큼직한 양재기에 닭을 통째로 안치고 국물을 넉넉히 부은 뒤, 한 차례 푹 끓이면서 닭을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감자와 가래떡을 추가로 주문해 취향껏 맛을 돋워가며 닭과 건더기를 건져 먹고 국물에 국수사리를 넣어 닭칼국수를 만들어 먹거나 밥을 비벼 먹는다. 따라 내는 찬도 심심하게 담가 알맞게 익힌 시원한 배추김치뿐이고, 큼직한 접시에 다진양념과 겨자, 식초를 곁들여 낸다. 양념에 겨자와 식초를 알맞게 풀고 맛간장으로 간을 맞춰 직접 소스를 만들어 먹는데, 손님 스스로 맛을 보아가며 제맛을 찾아내 먹는 맛이 기막혀 다시 찾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리법이 단순하고 노하우가 전혀 없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맛을 모방해 골목 안에만 같은 닭집이 7∼8곳 들어서 있다. 전국으로 퍼져나간 닭한마리집들이 수없이 많지만 아직 꼭 같은 맛을 내는 집이 없다고 한다. 신선한 닭과 진짜 최고품질의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는데, 도계업자와 특약을 맺고 가격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닭을 선별해 시간을 정해놓고 들여온다고 한다. 냉장고와 냉동실을 거치지 않고 즉석에서 큼직한 솥에 삶아 육수를 뽑고 닭은 닭대로 건져내 맛이 변할 사이가 없이 손님상에 낸다. 고추도 마른고추를 그냥 쓰지 않고 따끈한 물에 담가 깨끗이 헹궈 불렸다가 알맞게 갈아 다진양념을 만든다. 간장과 식초, 겨자를 풀어 맛을 돋운 순수한 양념소스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격도 2∼3인분을 기준으로 닭 1마리가 1만3천원, 국수사리를 2인분 더 넣어 1만4천원선이면 3인분으로 충분하고, 감자와 가래떡을 추가로 넣어 보다 깊고 다양한 맛을 즐기면서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나도 주방장/ 다진양념겨자식초소스

겨자와 식초, 환상의 조합

사진/ 다진양념겨자식초소스.
닭고기에는 새콤한 김치나 식초가 잘 어울리고 음식궁합도 잘 맞는다. 유명한 평양식 초계탕면도 닭고기와 김치 그리고 겨자와 식초가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집에서 닭요리를 할 때도 새콤하게 익은 배추김치를 적절히 곁들이면 닭은 닭대로 김치는 김치대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이때 닭에 찍어 먹는 손쉬운 소스로 진할머니원조닭집의 ‘다진양념겨자식초소스’를 만들어 사용하면 가장 무난하다.

홍고추를 사용해도 좋지만, 말린 고추를 뜨거운 물에 잠시 담가 겉에 묻은 오물을 말끔히 닦아내고, 알맞게 불린 뒤 믹서에 갈거나 곱게 다져 마늘과 생강, 조미료를 약간 가미해 다진양념을 만들어놓고, 식초와 겨자를 곁들이면 된다. 다진양념과 겨자,식초를 알맞게 풀고 간장으로 간과 농도를 맞추는데, 식초와 간장으로 간과 농도를 조절하면 누구나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장맛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미료는 되도록 적게 넣고 맛있는 간장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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