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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너희가 김흥수를 아느냐

초창기 작품 조명하는 ‘되묻기 김흥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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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0 00:00 수정 : 2008-09-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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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1961)

원로화가 김흥수(89)씨는 허연 구레나룻 외모와 야한 원색의 누드화로 유명하다. 42살 연하인 부인의 도움으로 지금도 붓질을 한다. 숱한 염문과 기행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정작 그가 우리 미술사에 남긴 50여 년 발자취를 잘 아는 이들은 드물다. 작품론 등의 논문도 없다. 1950년대에 프랑스로 가서 서구미술의 세례를 받았던 그는 61년 귀국 뒤 국내 화단에 색채·관능·감각의 서구적 화풍을 본격적으로 내보였지만, 절제된 화면에 익숙했던 화단은 이단아를 높이 쳐주지 않았다. 미술기획사 아트이즈가 서울 화동 사무실 2층 특설전시장(02-734-5830)에 차린 ‘되묻기 김흥수’전은 이런 틈새를 고민하면서 만든 이색 전시다.

전시는 보기 힘든 50~60년대 김씨의 초창기 작품 12점을 조명한다. 아트이즈의 이승현 대표와 지인의 소장품들인데, 옛 작품답지 않게 보는 맛이 상큼하고 새롭다. 50년대부터 감각과 본능이 폭발하는 그림을 그렸던 김씨는 여인과 소녀의 얼굴, 몸 등을 현란한 색면으로 해체하거나, 우툴두툴한 질감의 화면 위에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 소녀>(1958), <반가사유상>(70년대 후반), <두 여인>(1961·사진) 등이 그런 대표작들이다. 우아하고 도발적인 클림트풍의 색면, 모딜리아니 그림 같은 단순한 윤곽의 여성 육체, 종이를 뜯어 붙인 콜라주, 우툴두툴한 질감의 추상적 화면을 보여주는 초기작들은 삭지 않은 매혹을 흩뿌린다. 주최 쪽은 전시 뒤 미술사 연구자들의 논고를 모아 김흥수 작가론 자료집도 낼 계획이다. 3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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