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황복, 네 계절이 왔다
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고양경찰서 사거리에 있는 ‘능곡까치복집’(031-970-7100)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원조복집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개업할 당시만 해도 고양군 내 복전문집은 이곳 한곳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인의 경력과 복에 대한 열성 또한 고양시와 서울 근교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남다른 집이다. 특히 임진강 하구에 매년 이맘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황복에 관한 한 능곡까치복집을 따를 곳이 없다.
주인 박수동(56)씨가 복요리에 입문한 것은 올해로 32년. 서울에서 20년, 고양에서 12년 동안 복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능곡으로 옮겨온 뒤 임진강 하구와 강화도 근해서 나는 황복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제철 황복맛을 즐기러오는 단골 미식객의 예약으로 다른 복은 내놓을 겨를이 없을 만큼 바빠진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본격적인 강화도 앞바다의 황복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연어와 마찬가지로 회귀본능을 지닌 황복은 서해 큰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살다가도 산란기를 맞으면 각각 태어난 하구를 찾아 강물로 오른다. 하지만 바다가 서식처인 황복은 강물에 들어서면 색상이 바뀌고 점액층이 두터워지면서 비린 냄새가 강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박씨가 수족관에 담아두는 황복은 강화도 앞바다에서 강물로 오를 채비가 절정을 이룬 바다 황복들로 맛 또한 최정상의 것이다.
박씨의 복요리는 황복은 물론 참복과 까치복, 밀복 할 것 없이 제철 복을 냉동하지 않은 선복이나 활어로 들여와 신선한 맛 그 자체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다음은 복 자체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짜지도 지나치게 맵지도 않은 간맞춤이 특징이다. 복을 안치는 육수도 복머리와 복뼈를 우려낸 담백한 국물을 사용해 철저하게 제맛을 살려낸다. 맛돋움도 조미료보다는 콩나물과 미나리를 넉넉히 깔아 콩나물과 미나리에서 배어난 수액이 복국물과 어우러지고 태양초 고춧가루와 마늘이 뒷받침해 시원한 맛을 내준다.
박씨는 참복은 지리(육수에 양념을 넣지 않고 담백하게 끓인 음식)가 제맛이라면 황복은 매운탕이 제격이고, 회나 샤브샤브보다는 찜이 더 기막히다고 귀띔해준다. 직접 본인의 손으로 확인하고 들여온 싱싱한 황복으로 끓여낸 것이어서 맛은 물론이고 가격도 시중 복집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1kg에 7만∼8만원선을 기준해 매운탕 1인분 2만원, 찜 1접시 5만원. 회, 찜, 샤브샤브, 탕순으로 이어지는 코스요리가 3kg을 4인분으로 차려내는데, 황복요리로는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도 주방장/ 황복요리
독성만 제거하면 황홀한 음식
서해바다의 고유한 어종으로 꼽히는 황복은 복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높다. 주로 피와 내장에 많이 내포돼 있는 독은 피를 혀 끝으로 찍어 입술에 바르면 마치 치과에서 마취주사를 맞은 듯 감각이 없어지고 침에 녹아 있는 것을 조금만 삼켜도 금세 몽롱하게 졸음이 오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산란기를 맞은 4∼5월 황복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20배까지도 오른다.
그래서 복은 우선 피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복을 해체해 흐르는 물에 주물러가며 피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리고 내장 중 알만큼은 아무리 탐스러워도 극약이나 다름 없다. 또 껍질은 따로 벗겨 가슴 부위에 돋친 가시비늘을 말끔하게 밀어낸 뒤, 채치듯 썰어 초장에 무쳐놓으면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별미식이 된다. 그러나 꼭 알아둘 것은 일반 복집들에서 복껍질무침을 먹을 때도 껄끄러운 부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날카로운 가시비늘은 먹은 뒤에도 소화가 되지않을뿐더러 뱃속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담백한 국물에 삶아낸 미나리와 콩나물과 함께 알맞게 익은 하얀 살점을 건져내 겨자초장에 살짝 찍어 입 안에 넣으면 녹는 듯 씹히는 듯 부드러운 촉감이 황홀할 만큼 독특한 경지이다. 이는 황복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맛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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