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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 브레히트, 그 이름에 겁먹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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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0 00:00 수정 : 2008-09-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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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거 테슈케의 정통 해석에 한국적 상황을 변용한 <서푼짜리 오페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올해로 서거 50주년을 맞은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의 이름은 ‘난해함’ 혹은 ‘동통’이라는 의미와 동일시되곤 한다. 거기에서 재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에 대한 통찰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것을 바탕으로 브레히트의 연극 속으로 빠져들면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이면을 드러내는 신랄한 풍자와 비판적 웃음, 그 매력은 정말로 강렬하다.


그동안 브레히트 희곡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끽할 만한 국내 무대는 드물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서푼짜리…>는 독일 연출가 홀거 테슈케의 연출로 브레히트 희곡에 대한 정통 해석을 즐길 수 있다. 테슈케는 브레히트가 1949년에 창단한 ‘베를린 앙상블’에서 연출가와 극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지난 3월 오디션을 통해 뽑힌 배우들이 뮤지컬과는 다른 음악극의 정수를 선보인다.

18세기의 <거지오페라>를 200년 뒤 브레히트가 재탄생시킨 원작은 도시화로 자본의 힘에 의해 삶이 짓눌리는 비인간적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이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용해 아시아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무대에 올린다. 부하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조폭 두목, 창녀를 착취하는 포주, 돈을 받고 뒤를 봐주는 경찰청장, 자신의 딸마저 이용하는 악덕 사업가 등이 등장해 사회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낸다.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는 쿠르트 바일의 음악. 바일이 작곡한 재즈와 민중가요 등의 음악은 연극과 오페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바일의 음악에 뮤지컬 작곡가 한정림이 가세해 우리의 색깔을 입혔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성이 넘치는 무대와 의상도 볼거리다. 브레히트라는 이름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11월15일~12월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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