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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 어둔 시대의 봄꽃 오윤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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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6 00:00 수정 : 2008-09-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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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20주기 맞아 열리는 힘찬 칼 맛의 목판화전 ‘낮도깨비 신명마당’

▣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 연구사

한국 현대사에서 1980년대는 혹독한 시대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이 시대는 주권권력이 군대를 등에 업고 물리적 폭력으로 독재를 정당화하며 ‘민주주의’를 더럽히고 남용하던 시대였던 만큼 민주주의가 실종됐던 시대였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권력 없는 시민의 피로 증명되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 엄동설한의 시기에 봄꽃 같은 예술가 중 한 명이 오윤이라면 과찬일까? 오윤은 예술적 상상력으로 금지와 억압의 시대를 타고 넘었으며 해학과 신명으로 그 한을 승화시킨 작가이다. 그리고 오윤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그 어렵지 않음은 현실 묘사의 직접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공명에서 나온다. 또한 예술가로서 오윤의 치열한 현실인식은 프로파간다로 나타나지 않고 기층민중의 일상적 정서를 울리는 시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민중미술이 지니는 지나친 구호성과 직접적 서사로 인해 쉬이 놓쳐버리는 이 시적 정서는 오윤의 가장 큰 강점이며 예술적 힘이기도 하다.


그는 힘찬 칼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목판화를 즐겨 사용했는데, 이것은 목판화를 제작할 때 파고 찍고 새기고 하는 몸의 힘과 리듬이 그대로 전해져 ‘흥’과 ‘기’, ‘신명’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며, 또한 매체가 가지는 제작의 복수성으로 대중적으로 보급되기에 적합한 형태였던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에 성공적이었다. 치열하게 시대를 살다 갔으나 봄꽃 같은 작품을 남겨준 오윤. 우리는 작고 20주기를 맞은 그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윤-낮도깨비 신명마당’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1월5일까지,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02-2188-6046.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주제: 남미의 열정, 그 백미

부제: 브라질 현대무용단 그루포 코르포의 파라벨로와 레쿠오나

여전히 남미 대륙은 우리에게 멀기만 하다. 원시적 리듬과 강렬한 몸짓이 떠오르는 게 고작이다. 창단 30여 년의 브라질 현대무용단 ‘그루포 코르포’는 남미 특유의 리듬과 몸짓을 빛과 색이 어우러진 무대 위에 열정적으로 풀어놓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이들은 고전 발레와 창의적 현대무용에 자신들만의 동작과 리듬을 얹어 정열적인 춤을 만들어낸다. 원시적 색감이 살아 있는 무대에서 펼치는 원색의 춤판은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가지고 논다. 억압되지 않은 자유를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찬사를 듣는 이들이 ‘파라벨로’와 ‘레쿠오나’를 공연한다. 이들의 주요 레퍼토리인 ‘레쿠오나’는 12개의 사랑 노래 속에서 듀엣이 차례로 등장해 남미의 열정과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거침없는 동작으로 그루포 코르포는 남미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남미의 열정, 그 백미를 체험할 수 있다. 10월27~2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

웹하드

주제: 선비의 마음수련가 ‘정가’를 체험한다

바른소리나 점잖은 노래로 통하는 ‘정가’(正歌). 정형화된 엄격한 절제미를 가진 정가는 선비들이 마음 수련을 위해 즐겨 부르던 노래다. 정가에는 가곡(歌曲), 가사(歌詞), 시조(時調)가 있는데 가곡이나 시조는 두루 들을 수 있지만 가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됐으면서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 관악기와 장구로만 반주되는 가사는 일정한 가락 없이 노랫소리를 따라가며 악기가 얹혀지는 형식으로 연주된다. 1999년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준아씨가 정가를 널리 보급하려고 창단한 ‘한국정가단’이 12가사 전바탕 완창 공연을 마련했다. 님을 그리고 이별하는 내용, 왕에게 버림받은 신하의 애끓는 마음, 자연의 풍경을 그리는 노래 등 넉넉한 마음으로 가사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정가단은 12가사 완창 공연을 통해 정가를 ‘웰빙음악’으로 널리 알리려고 한다. 각박한 일상에서 여유와 느림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리라. 10월2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 02-543-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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