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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 한국적 브레히트의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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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8 00:00 수정 : 2008-09-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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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거 50주년,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등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민중극단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초연한 뒤 한양레퍼토리가 <사천의 착한 선인> 등을 공연했지만 저작권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브레히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현대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나 <갈릴레이의 생애> 같은 작품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을 맞아 원작에 다가서는 무대가 잇따라 마련된다.

우선 눈에 띄는 작품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가 무대에 올리는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9월5일~10월8일,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1268). 오래전 원작의 모티브를 따서 박정자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으로 재구성돼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30년전쟁의 이야기를 담아내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에 견줘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은 ‘한국적 브레히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대학 강단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이윤택이 연출한 <억척어멈…>은 창작극의 모습을 하고 있다. 17세기 30년전쟁이 한국전쟁 시기로, 독일 민요가 판소리로, 독일 방언이 남원 사투리로 바뀌면서 국적을 바꿔 다시 태어난 것이다. 판소리의 화술 체계와 오광대의 몸짓이 본격적인 무대언어로 거듭난 셈이다. 이를 통해 역사와 개인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무대에 오른 달구지는 말없이 힘겨운 시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의 연극으로 거듭난 <억척어멈…>은 다시 젊은 감각의 연출가 김광보에 의해 10월에 새로운 <억척어멈>으로 서강대 메리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갈릴레이의 생애>가 서울시극단에 의해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제목으로 10월 중순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 들어가고 <서푼짜리 오페라>까지 11월에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가을은 브레히트를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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