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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 ‘우리 읍내’ 된장 냄새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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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6 00:00 수정 : 2008-09-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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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번안·김한길 연출, 서양 사실주의 연극이 경기 가평 버전으로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금은 장맛비에 삶의 터전을 잃고, 내일은 한미 FTA에 한숨을 지어야 하는 경기도 가평 사람들. 지구촌 어디에나 흔히 있을 법한 작은 농촌 마을의 안과 밖에는 불안이 흐르고 있다. 농촌 마을의 일상에 드리운 불안을 걷어내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현실의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도 희망의 이유를 포기할 수 없다면 현대 사실주의 연극의 선구자로 불리는 손턴 와일더의 <우리 읍내>(Our Town)를 떠올려볼 만하다. 우리가 소망하던 따뜻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우리 읍내>. 애당초 미국 중서부의 작은 마을이 작품 배경이지만 이를 경기도 가평으로 바꿔 무대에 올린다.

한국적인 표현양식과 무대언어를 선보인 국립극장 예술감독 오태석씨가 번안을 맡고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 김한길이 연출을 맡았다. 이 둘의 찰떡궁합으로 <우리 읍내>의 일상생활에서 사랑과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된장 냄새를 물씬 풍기며 관객에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혹독한 폭우와 야박한 FTA가 할퀼 수 없는 인생의 참맛이 오롯이 살아나는 것이다.


연극 <우리 읍내>의 무대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아무런 무대장치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배우들이 마임을 떠올리게 하는 동작으로 연기한다. 이때 관객은 연극이 허구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삶의 보편적인 의미를 깨닫는다. 원로배우 장민호와 권성덕이 무대감독으로 극을 이끈다. 흥이 있는 <우리 읍내>를 확인하고 싶다면 극단 ‘나무와물’이 무대를 경기도 파주로 옮긴 뮤지컬 <우리 읍내>(8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 02-745-2124)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8월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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