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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강 민물고기의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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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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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밑반찬을 고르게 차려낸 쏘가리매운탕.
팔당대교와 새 팔당터널로 이어진 고가차도에 가려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팔당유원지는 ‘조개울’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평창과 영월 등지에서 내려오는 뗏목들이 머물던 곳이다. 이같은 모습은 70년대 초 팔당댐이 착공되기 직전까지 이어져 왔다. 오성회관(031-576-0816)은 이곳 토박이 고 김순덕씨가 뱃사람들을 상대로 백반과 막걸리에 매운탕을 곁들여 내던 주막의 맛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곳이다.

본격적인 매운탕집으로 자리잡은 것은 1972년 댐공사가 시작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 무렵 김순덕씨의 며느리 허길순(71)씨가 대를 물려받았고, 지금은 손자며느리 서혜경(44)씨가 운영을 맡아 3대로 이어진다. 줄잡아 60년을 헤아린다는 팔당매운탕촌의 원조집이다. 긴 내력만큼이나 팔당매운탕 특유의 토속적이고 순수한 맛이 특색있다.

팔당매운탕은 예로부터 광나루나 뚝섬매운탕뿐만 아니라, 여주나 이포나루 매운탕과도 차별되는 독특한 맛으로 손꼽혔다. 지금도 팔당댐에서 미사리로 이어지는 한강은 암석과 모래 자갈이 깔린 물살이 빠른 여울로, 쏘가리와 빠가사리는 물론 잉어와 각종 어족들이 수없이 잡히고, 그 생선들 모두 씨알이 굵고 맛이 뛰어나 왕실에까지 올려졌다고 한다. 오성회관의 ‘명물’ 또한 쏘가리회와 쏘가리매운탕을 첫손 꼽아왔고, 빠가사리와 잡어매운탕에 이어 90년대 초에 등장한 붕어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팔당매운탕맛을 가늠한다는 오성회관의 매운탕맛은 싱싱한 민물고기와 고추장맛,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서 펑펑 솟는 물맛에서 비롯된다.

사진/서혜경씨와 남편 오병노씨.
맑은 생수가 철철 넘치는 수족관에서 건져낸 싱싱한 쏘가리를 툭툭 토막내 냄비에 안친 뒤, 시원한 냉수를 한 바가지 붓고 고추장을 알맞게 풀어 무와 생강을 썰어넣고 한바탕 끓인다. 어느 정도 국물이 우러나면 수제비를 뜯어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고추가루와 마늘을 얹어 마무리한다. 이렇게 완성된 매운탕을 손님상에서 은은한 불에 뜸을 들여가며 떠먹는다.

탕에 쓸 고추장을 따로 담가 묵혀가며 쓰는 것 이외에 별다른 비법이 없다지만 담백하면서 시원하게 감치는 깔끔한 탕맛은 한번 맛을 보면 쉽게 지워지지 않아 수십년씩 발길을 잇게 된다고 한다. 3대를 이은 서혜경씨는 이같은 고객들이 서울과 경인지역에만도 수없이 이어져 탕맛은 물론 반찬 한 가지도 옛맛을 흐트릴 수 없다고 말한다.

쏘가리매운탕 2인분 1냄비 4만5천원. 1kg에 9만원 하는 쏘가리회는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로 탕을 끓여주어 3인분이 넉넉하다. 쏘가리는 클 수록 맛이 뛰어나 2kg 정도 되는 것을 미리 예약하고 4∼5인이 합세하면 민물고기로는 최상의 진미를 만나볼 수 있다. 빠가사리와 잡어매운탕(2∼3인분) 3만5천원, 붕어찜(2인분) 3만원.


나도 주방장/ 원조집 풋고추장아찌
풋고추, 깔끔하게 먹어보라

원조집 매운탕맛은 깔끔한 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내는 장아찌류와 콩자반, 시원한 물김치와 파김치 등 탕맛에 꼭 맞게 짜임새 있다. 그중 사계절 인기있는 것이 잘 익은 풋고추장아찌다. 1년에 2번 초여름과 가을로 나눠 담근다는 풋고추장아찌는 매운 기운이 살아 있으면서도 상큼하게 입맛을 살려내는 개운한 맛이 단연 으뜸간다.

풋고추는 되도록 잘 익고 매운맛이 오른 싱싱한 것일수록 제맛이 난다고 한다. 담그는 방법은 간단하다. 굵은 바늘로 고추를 쿡쿡 찔러 간이 스며들 구멍을 2∼3개 내준 뒤, 항아리에 안치고 간장을 부어 담근 지 2개월쯤 지나면 먹기에 알맞게 익는다.

비결은 간장에 있다. 진간장에 식초와 설탕을 알맞게 풀어 바글바글 끓여 따끈한 상태에서 고추에 붓는다. 간장을 부은 뒤에도 1개월 주기로 3∼4차례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여 부어야 5∼6개월 두고 먹어도 맛이 변하지 않고 더욱 제맛이 난다. 통고추를 그대로 담아내도 싱싱한 맛이 있고, 잘게 다져 간장과 함께 담아내면 양념장으로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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