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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재치와 유머, 돈키호테가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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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4 00:00 수정 : 2008-09-1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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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최고의 발레 레퍼토리 <돈키호테>

우리가 볼 수 있는 발레 레퍼토리는 한정돼 있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지젤> 그리고 <돈키호테> 정도다. 이들 발레 가운데 <돈키호테>는 유별나다. 사랑과 배신 이야기가 마음을 흔드는 것도 아니고 눈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레퍼토리화된 것은 재치와 유머가 넘치기 때문이다. 발레 <돈키호테>는 문외한에서 마니아까지 사로잡는 재미에 고전발레가 추구했던 고난도 테크닉과 장대한 스케일이 결합돼 매력적인 ‘판타지’를 품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올리는 <돈키호테>는 마리우스 페티파의 5막11장 원작을 볼쇼이발레단의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재안무한 작품으로 3막7장의 콤팩트 버전인데 올해 공연에서는 3막6장으로 재구성했다. 지난 1990년 국립발레단의 저력을 확인시킨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의 최고 레퍼토리로 평가받는다. 문외한이 발레의 맛을 느끼기에 맞춤한 작품이다. 5월12~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7-6181. www.kballet.org.

비루개 마을로 떠나는 도피 여행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 김낙형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 <지상의 모든 밤들>은 극과 현실의 경계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어딘가로 스며들어 또 다른 억압적 현실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가슴에 그대로 꽂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 4명이 ‘비루개’라는 마을로 도피 여행을 가서 풀어놓는 말들은 날것 그대로의 진실이다. 심지어 농담 따먹기 식으로 툭툭 던지는 대사에도 아픈 리얼리즘이 숨 쉬고 있다.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내뱉기까지 이들이 감내해야 했던 일상의 통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김낙형의 따뜻한 시선은 비단 네 여성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며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에 위로가 켜켜이 쌓여간다. 무거운 주제를 긴장 속에 풀어가면서도 속 깊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5월3~10일, 서울 대학로 아룽구지소극장,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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