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60년대를 주름잡은 수원왕갈비

345
등록 : 2001-02-06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양념갈비가 제격인 수원왕갈비.
수원은 조선왕조 22대 임금인 정조(1776∼1800)가 재위20(1796)년에 완공한 아름다운 성곽도시로, 군사적으로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왕조의 위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여세가 정조 이후에도 이어져 서울 이남의 주요한 요새로 자리잡으면서 음식문화도 개성 못지않은 내력을 지녀왔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는 크게 붐을 이룬 수원왕갈비의 위세가 이어져, 지금도 수원하면 갈비맛을 떠올리게 한다.

1인분 1대면 족할 정도로 푸짐한 것이 특징인 ‘수원왕갈비’는 그 지명도를 꾸준히 이어오며 웬만큼 알려진 한식점들은 대부분 수원왕갈비를 주메뉴로 내세우고 있고, 손꼽을 만한 갈빗집만도 100여곳이 넘는다고 한다.

수원왕갈비의 진면모를 가장 뚜렸하게 들어낸 원조집으로 60∼70년대를 수원에서 살아온 중장년층들은 남문 앞, 팔달시장 입구에 있던 ‘화춘옥’을 꼽는다. 60년대에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장터골목이었지만 화춘옥 앞은 언제나 갈비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줄지어 찾아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

숯불화덕에서 직접 구어 접시에 담아내는 갈비는 뼈길이가 한뼘씩이나 되고 살이 두툼하게 붙어 누구나 ‘왕갈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옛 고객들은 물수건이나 냅킨이 없던 시절에 엽서 크기로 썰어놓은 마분지로 입 언저리와 손을 닦아가며 열심히 뜯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수원왕갈비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화춘옥 갈비탕이다. 갈비를 다듬고 난 갈비마구리뼈와 갈비 주변살을 모두 한솥에 넣고 푹 삶아낸 진국에, 고기 반 국물 반으로 말아내던 푸짐한 갈비탕은 다진양념을 풀어 시원하게 떠먹는 맛이 가히 별미였다. 한때는 탕국을 즐겨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찾아와 갈비탕 맛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전국에서 몰려드는 고객들로 한참씩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사진/수원삼부자 주인 김수경씨 부부.
그러나 80년대 초 이곳에 쇼핑센터가 들어서면서 그 유명한 화춘옥은 문을 닫게 된다. 화춘옥의 주방을 물려받아 갈비맛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바로 ‘수원삼부자갈비집’(031-211-8959)이다.

수원삼부자갈비집 주인 김수경(63)씨는 3∼4곳 갈비집들이 경합을 벌이던 69년부터 영동시장에서 ‘갈비센터’를 경영하다가 화춘옥을 인수해, 두곳 주방의 노하우를 합쳐 독특한 맛을 내며 지금까지 32년째를 맞고 있다. 수원왕갈비의 붐이 일던 60년대부터 꾸준히 명맥을 지켜오며, 아들 재홍(36), 재욱(33)씨 삼부자의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수입갈비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불평을 덜기 위해, 가격을 차별해 따로 수입갈비를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다. 살이 얇고 볼품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담백한 맛은 역시 한우갈비가 앞선다는 것이 김씨의 이야기다.

갈비탕 1그릇 5천원, 한우갈비 1인분(300g)2만원, 수입갈비(400∼500g) 1만8천원.

나도 주방장/ 삼부자 갈비탕
건더기만 봐도 흐뭇하네

삼부자 갈비탕은 옛 화춘옥 갈비탕의 맛을 이은 것이다. 매일 수십짝씩 들여오는 갈비를 다듬고 난 갈비마구리뼈와 곁살들을 한솥에 넣고 푹 삶아낸 갈비탕은 건더기만도 다 건져먹기 어려울 정도로 푸짐하다. 맑고 진한 국물이 시원하면서 담백하게 감치는 맛이 있고, 다른 곳에서 2∼3그릇 몫은 되는 양을 한 그릇에 담는 것이 특징이다.

집에서 갈비탕을 끓일 때에는 우선 차고 맑은 물에 갈비를 푹 담가 하루쯤 핏물을 충분히 우려낸다. 그래도 미심쩍으면 센불에 얹어 한바탕 끓어오를 무렵 처음 우러나는 국물을 한번 부어버려도 상관없다고 한다.

새물을 부어 푹 끓여 갈빗살이 알맞게 익었을 때 갈비와 덧살을 건져내고, 국물은 기름을 말끔하게 걷어낸 뒤 차게 식혀 간을 하면 그대로 냉면국물로 쓸 정도로 담백하고 감칠맛이 살아난다. 함께 넣었던 곁살은 먹기좋게 썰어 양념에 주물러놓았다가, 국을 낼 때 얹으면 국맛을 더욱 살려낼 수 있다. 파와 마늘 다진 것을 알맞게 풀고 후춧가루를 약간 얹으면 갈비탕 고유의 제맛이 난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