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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직한 설렁탕은 뭔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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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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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포옥 설렁탕.
마포옥(02-716-6661)은 서울 마포대교 입구에서 용강동쪽으로 200여m쯤 들어앉은 대로변에 있다. 1949년 창업해 햇수로 53년째를 맞고 있는 오래된 설렁탕집이다.

한우 사골국물에 양지살을 삶아내 맛을 돋운 맑은 탕국에 밥을 말고 양지살을 몇점 얹어내는 설렁탕맛이 시원하고 담백하기로 소문나, 수십년씩 이어오는 단골고객들로 자리가 가득 메워진다. 마포옥 설렁탕맛이 워낙 알려져 도처에서 유사한 마포설렁탕과 마포옥의 옥호를 내걸고 있지만 진짜 ‘마포옥’은 용강동 마포옥 한곳뿐이라는 것이 주인의 이야기다. 마포옥을 처음 창업한 이는 서운봉씨로 90년대 초 작고했고, 지금은 박봉순(66)씨가 서씨의 생존시 가게를 물려받아, 박씨대에서만 35년째를 맞고 있다. 탕맛은 물론 옥호와 분위기까지 옛 그대로 이어가는 것을 소명처럼 여기고 있다고 한다.

마포옥의 가장 큰 자랑은 역시 특이한 탕맛이다. 유난히 따끈한 국물은 첫 입맛부터 시원하다. 전혀 누린내가 없이 담백하면서 달착지근하게 감치는 맛은 아무도 쉽게 흉내낼 수 없다. 그래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탕 한 그릇을 거뜬하게 비울 수 있고, 그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박씨가 설명하는 ‘비결’은 매우 단순하다. 모든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첫째 탕의 기본인 국물은 수입뼈가 아닌 싱싱한 국내산 사골을 매일 아침 들여와 핏물을 충분히 우려내고 첫번 삶은 국물은 부어버린다. 또 너무 센불에 뼈가 부서지도록 지나치게 고지 않고 3∼4차례로 나누어 알맞은 불에 여러 차례 삶아 국물을 한데 섞고 적절히 우러났다 싶을 때 뼈를 건져낸다. 그리고 탕에 넣는 쇠고기도 양지를 기본으로 차돌박이와 사태살을 국내산 생고기로 들여와 기름을 말끔하게 다듬어낸 뒤, 탕국물에 삶아 국맛을 돋우고 수육으로도 낸다.

사진/마포옥 주인 박봉순씨.
하지만 정직한 조리과정말고도 마포옥만의 고유한 노하우는 곳곳에 배어 있다. 밥은 따로 내지 않고 약간 꼬득하게 지어 양지수육과 함께 뚝배기에 안치고 국물로 3∼4차레 헹궈 국물과 같은 온도를 맞춰내기 때문에 국맛이 더 시원하고, 다 먹도록 밥알이 풀어지는 법이 없이 쫀득하다.

따라내는 찬과 양념도 그렇다. 다진양념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새까맣게 자줏빛을 띤 굵은 고춧가루를 넣는다. 가끔 불량 고춧가루로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홍고추를 철망에 넣어 검은 자줏빛이 되도록 불에 구운 뒤 씨를 제거하고 굵게 가루를 낸 것이다. 그래야만 국에 풀었을 때 맵지 않고 시원하면서 담백하고, 뒷맛이 고소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익혀내는 깍두기와 배추김치말고도 하루 2∼3차례 무쳐내는 배추겉절이와 쪽파겉절이는 마포옥만의 고유한 노하우를 담고 있다. 톡 쏘듯 상큼한 쪽파와 싱싱한 배추속잎이 신선한 양념맛과 어우러져 입 안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설렁탕 1그릇 6천원, 수육 1만7천∼2만원.


나도주방장/ 쪽파겉절이
탕맛을 돋우는 상큼함

마포옥의 탕맛과 함께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이 쪽파겉절이다. 겉절잇감으로 알맞은 쪽파를 시세에 상관없이 매일 20∼30단씩 들여와 깨끗하게 다듬어 소금에 살짝 절인 뒤, 고추양념에 버무려 놓았다가 낸다. 톡 쏘듯 자극적이면서 상큼한 맛이 텁텁하게 기름기가 감도는 입 안을 말끔하게 씻어주며 탕맛을 한결같이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고기를 굽거나 탕국을 끓일 때 곁들이면 좋다. 주의할 점은 파를 절일 때, 소금을 약간만 뿌려 파란 잎이 순만 죽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금을 2∼3회 나누어 파의 상태를 보아가며 간을 한다. 또 고추는 말리지 않은 고추와 풋고추를 마늘 1∼2쪽과 함께 갈아 찹쌀죽에 풀어 비비는데, 이때 싱싱한 새우젓을 알맞게 넣으면 더욱 신선한 맛을 내준다. 만들어놓고 2∼3시간이 지나면 김치처럼 익어 상큼한 제맛을 잃게 된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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