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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법조문이 예술을 가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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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4 00:00 수정 : 2008-09-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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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권 보호를 내건 ‘유죄교사 김인규와 죄 없는 친구들’ 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 마광수, 장정일 그리고 김인규를 떠올리면 예술가의 창작행위마저 사법적 단죄를 받는 현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인식이 우아미와 숭고미 따위에 머무르는 사법부의 인식을 과거의 것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오래전에 마광수와 정정일을 단죄했던 사법부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누드사진을 올린 교사 김인규를 끝내 법의 올가미에 가두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대전고법은 지난달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성과 몸에 대한 담론의 층위를 확장하려고 했던 김인규의 작품을 음란물 유통 같은 파렴치한 행위로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서 예술행위는 ‘건전한 전통’에 주눅 들고 미학적 쟁점은 법조문에 파묻힐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예술가의 창조적 상상력은 한낱 허황한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18명의 예술가들이 고발한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갤러리 꽃’에서 열리는 ‘유죄교사 김인규와 죄 없는 친구들’전은 예술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에 맞서 표현의 자유 확대와 창작권 보호를 내건 전시다. 이에 앞서 온라인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9월 싸이월드의 클럽에 마련한 전시는 10월31일 일방적으로 폐쇄되는 ‘비운’을 겪었다. 도덕적 십자가를 권하는 우리 사회는 가상공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법적 잣대는 변함이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게 노출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1월22일 저녁 갤러리 꽃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 ‘1995 마광수 vs 2005 김인규’는 창작가의 고민을 들으면서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오늘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11월28일까지, 갤러리 꽃, 02-6414-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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