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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컬처타임] 연극 곳간에 종합예술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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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8 00:00 수정 : 2008-09-1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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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0년 삼일로 창고극장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하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국내에서 ‘젊은 연극’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극단 ‘에저또’가 1975년 봄 허름한 건물을 사들여 소극장으로 꾸며, 그해 7월25일 전위극 <잰나비는 돌아오는가>를 개관 기념으로 무대에 올렸던 ‘삼일로 창고극장’(창고극장). 그 뒤 창고극장은 재정적인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프로듀서 제작 시스템으로 소극장 시대의 토대를 닦았다. 연극인 추송웅씨가 1인5역을 맡았던 신화적 작품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도 창고극장에서 첫 막을 올렸다.

이렇게 한국 연극사에서 커다란 구실을 한 창고극장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열악한 공연문화의 현실에서 30년 세월을 이어온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 대대적인 변신을 이뤄내기도 했다. 연극은 물론 음악·미술·무용·영화 등 모든 예술 장르의 젊고 튀는 예술인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연극의 곳간 구실을 하던 장소가 종합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도 마련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희곡작가 이강백씨가 30여년 전에 쓴 <결혼>을 원작으로 삼은 창작 뮤지컬 <결혼>(11월13일까지)이 그것이다. ‘연기’에 초점을 맞췄던 1970년대 정서의 단막극이 섬세한 음악을 바탕으로 생동하는 뮤지컬로 바뀐 것이다. 마치 마당극처럼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참여연극’의 진화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으며, 공연의 버팀목 구실을 하는 5인조 뮤지션도 눈에 띈다.

뮤지컬 <결혼>에 이르는 길목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극장 앞 길을 따라가면 40여평의 공간에 수많은 바람개비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짝재기양말★바람개비’전이 열리고, 극장 로비로 쓰이던 2층 공간은 ‘드로잉 전문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소극장 하면 떠오르는 비좁은 통로와 객석 등을 창고극장에서는 잊을 수 있을 듯하다. 지금 창고극장은 넉넉한 휴식과 신선한 감동을 관객에게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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