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전라도의 손맛
등록 : 2001-01-02 00:00 수정 :
전국에 수많은 음식거리들이 있지만 아직 서울의 인사동만큼 우리 음식문화의 고유한 정서가 그대로 이어져오는 곳이 별로 없다. 추녀끝이 서로 닿아 있는 납작한 서울 기와집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나 있는 골목마다 나름의 향토색 짙은 한정식 메뉴들이 8도의 별미를 차려내고, 10∼20년씩 명성을 이어오는 집들만도 10여곳을 헤아린다. 주인들도 대부분 60∼70대의 명인들이고, 주방의 찬모들 역시 40∼50대 이상, 수십년간 찬을 매만져온 여인들이 주축을 이루어 어느 곳이든 진한 고향의 맛과 분위기에 젖어들게 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길 건너 안국동과 계동까지 이어진다. 한옥을 그대로 손질하고, 대청과 안방, 건넌방 등을 터놓은 온돌방이 따끈한 훈기로 마음을 감싸준다. 교자상에 받쳐들고 들여오는 한상 가득한 낯익은 음식들 또한 고향집처럼 편안하게 입맛을 이끌어간다.
목포집(02-722-0976)은 종로경찰서 건너편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전라도 향토음식집이다. 60년대 목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던 ‘옥천식당’을 서울 운니동(비원 앞)으로 옮겨와 ‘목포집’이란 옥호를 내걸고 20년 가깝게 명성을 쌓아오다가 9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앉았다.
옛 옥천식당의 주인이었던 김한순(71) 할머니와 딸이 여전히 음식을 맡고 있다. 목포에서부터 명성을 이어왔다는 떡갈비백반(1인분 1만5천원)과 가정식백반(1인분 5천원)을 비롯해 전라도의 명물인 홍어찜과 홍어회, 홍어무침을 물론 홍탁과 3합까지 있고, 안줏감으로 낙지볶음, 연포탕, 갈낙탕, 산낙지회 등이 있다. 이에 곁들여 얼큰한 쇠고기전골과 김치전골을 시켜도 별미다.
음식은 주인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깃들어야 한다는 김씨의 주장대로, 어느 것이든 간이 흠뻑 밴 깊은 맛이 있다. 토하젓과 황석어젓, 굴젓 등 젓갈류와 구수하게 무쳐내는 나물들, 칼칼한 된장뚝배기를 곁들인 밑반찬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음식모임을 문의해오면 김씨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떡갈비백반에 안주나 몇 가지 올리면 되지 뭔 특별한 음식이 있겠느냐”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음식보다는 앉을 자리부터 걱정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호남 출신의 국회의원들과 후원단체들의 음식모임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기관장들, 금융계와 법조계 저명인사들과 젊은 직장인들의 회식과 동창모임이 줄을 잇는다.
나도 주방장/ 목포집 떡갈비
빚어 먹는 소갈비와 등심
준비물 쇠고기 갈비살과 등심(5 대 3 정도가 적당하다), 양념류(마늘, 생강, 배, 양파, 물엿, 참기름, 들기름, 소금, 후추)
쇠갈비살과 등심을 곱게 다진다. 기계에 가는 것보다는 칼로 직접 다지는 것이 더 제맛이 난다. 또 취향에 따라 다소 씹히는 질감이 나도록 크게 다져도 상관없다.
다진 쇠고기와 양념을 비비는 일이 중요하다. 마늘과 생강은 물론 배와 양파도 곱게 다져 참기름과 들기름, 물엿을 섞어가며 골고루 비벼주고 간은 간장보다 소금으로 짜지 않게 약간만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떡갈비를 비벼 즉석에서 굽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념이 된 떡갈비는 알맞은 그릇에 꼭꼭 눌러 담아 냉장고에 넣어 최소한 2∼3일에서 3∼4일간 숙성과정을 거친 뒤, 구울 때 알맞은 크기로 빚어 굽는다. 구울 때도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구우면 군물이 돌아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석쇠에 호일을 깔고 굽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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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순경/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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