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픈 이여, 타이요리를 함께!
등록 : 2000-12-06 00:00 수정 :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대상들이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가볍게 식사라도 한번 나눠야 겠다면서도 잘 안 되어 때론 답답하기까지 한 그런 사람들. 특히 요즘처럼 한해의 끝자락에 서면 마치 못 갚은 빚처럼 마음을 조이게도 한다. 이럴 때 절기를 핑계삼아 크게 부담없으면서 인상에 남을 그런 식사자리는 없을까? 한번쯤 고민해 봄직하다.
그런 자리로 서울 역삼동 벤처벨리의 ‘와일드 진저’(02-562-9246)가 어떨까 싶다. 10여 년 전부터 미주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는 타이음식점들을 벤치마킹해온 새로운 개념의 타이랜드 레스토랑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타이음식점들에 비해 음식내용이 좀더 세련되고 격식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차분한 분위기가 강남의 일류 레스토랑들에 비해 손색이 없고, 오픈형태의 주방과 호텔급의 홀서빙도 고급 레스토랑 수준이다. 따라서 타이음식점으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음식 또한 오랜 역사가 담긴 신비로운 맛과 높은 수준의 음식문화의 일면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주방장 비랏카이랏(29)과 2명의 타이인 찬모들은 타이관광성이 인정하는 전문 조리사들이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엮어내는 40여 가지의 일품요리와 서양식의 코스요리는 웬만한 미식가들도 새로운 경험이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도 이탈리아나 프랑스요리에 비해 크게 부담이 없고, 푸짐한 테이블분위기도 우리의 식탁분위기와 많이 닮았다.
시원하면서도 감미로운 국물의 쌀국수와 파삭파삭 감치는 타이롤, 독특하게 질감을 살려낸 해산물, 타이의 대표적인 수프 돔양쿵, 단호박에 코코넛과 계란을 넣고 만든 인기 디저트 상가야 팍통 등 하나하나가 타이음악의 선율만큼이나 섬세하고 환상적이다.
특별한 만남을 위해 주방장이 선택한 요리들을 미리 알고 가면 이런저런 염려들을 덜 수 있다. 신선로처럼 알코올램프에 얹혀나오는 따끈한 돔양쿵 수프와 실오리 같은 당면과 야채, 쇠고기가 어우러진 얀문센 샐러드, 파삭파삭하게 입맛을 돋우는 타이롤, 메인으로 내는 닭요리 카이랏이나 해물모듬요리 콩팟 람 프릿파오 등은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디저트는 역시 상가야 팍통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 1접시에 2인분으로 알맞게 담아 덜어내 상대방에게 옮겨주는 미덕까지 겸비돼 있다. 3∼4인이 자리를 같이하면 전채요리와 디저트는 그대로 가고, 메인을 닭요리와 모듬해물요리 두 가지 모두 선택해 더욱 효과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맥주나 와인을 한잔 곁들여 1인 2만5천∼3만원선이고, 홀서빙 직원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가며 추가하거나 뺄 수 있어 상대방의 취향이나 형편에 따라 더 효과있는 상차림이 가능하다. 예약실은 따로 없지만 벽쪽은 앉기 편한 쿠션의자로 꾸며져 있고, 캐주얼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상대방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오히려 좋다. 2∼3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음식이야기는 12월 한달 동안 연말에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과 모임을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점들을 소개합니다.
나도주방장/ 얌 느아 양(타이 비프샐러드) 톡쏘는 타이의 향미를 가정에서
타이음식의 매력은 독특한 향신료와 소스에서 비롯된다. 톡 쏘듯 자극적이면서도 입 안에 감도는 오묘한 향미가 신비로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자세히 음미하면 할수록 깊은 맛에 빠져들게 된다. 또 음식재료만 구하면 누구나 간단히 만들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에 가족들의 회식자리에 내놓을 만한 음식으로 적합하다. 최근 백화점 지하식품코너에 가면 특별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 오리엔탈의 향신료나 소스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라임향이 가미된 쇠고기샐러드 ‘얌 느아 양’은 간단한 술안주나 식사테이블에 곁들이는 샐러드로 신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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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쇠고기 알맞은 양(되도록이면 얇게 불고깃감처럼 썰은 것), 양파, 실파, 타이고추(또는 청양고추), 샐러리, 오이, 방울토마토, 붉은 고추, 라임주스 또는 레몬주스(생 라임이나 레몬즙도 가능), 타이 피시소스(Suree Fish Sauce, 1병 5천원 정도). |
쇠고기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1∼2스푼 두루고 살짝 볶는다. 빠르게 익힐수록 좋고, 볶을 때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야채들은 알맞은 크기로 곱게 채치듯 썰어 큼직한 그릇에 담아, 볶아놓은 쇠고기와 함께 피시소스를 1∼2스푼 얹어 간을 봐가며 골고루 섞어준다. 그리고 라임주스나 레몬주스 1∼2스푼 정도와 설탕 1티스푼을 얹어 향을 돋우면 된다. 매콤새콤하게 자극적이면서 신선한 맛이 있어 맥주나 위스키와도 잘 어울린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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