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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침안개와 대통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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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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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지로 경남 남해에서 섬진강 물길을 따라 오르는 길 만한 곳도 드물다. 1년 사계절 언제 가도 좋고 특히 성장기의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남해 청정해역의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과 그림 같은 어촌, 초승달처럼 휘어진 하얀 모래밭, 그 바닷가에 충무공 이순신의 일대기가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또 남해 금산 정상에는 태조 이성계가 개국의 꿈을 실현했다는 기도처가 전해온다. 나라와 민족, 우리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는 산 교육의 현장인 것이다. 금산 정상에서 푸른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자녀들의 꿈과 소원이 이뤄지기를 가족이 함께 손을 맞잡고 빌며 가족간의 유대를 돈독히 다져보는 것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섬진강 물길 70리를 따라 오르는 길목도 그렇다. 푸른 대나무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고운 모래밭과 맑은 섬진강 물줄기는 반짝이는 은어들이 한참 제철을 맞고 있고, 지리산 자락으로는 쌍계사와 화엄사 등 유구한 문화유적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절 앞 황토방에서 잠을 자며 건강을 다지고 아침 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걸어올라 큰 절의 예불광경을 보고, 절 마당을 밟으며 문화유적들을 둘러보는 경험은 동해 일출 못지 않게 신선한 충격들로 남는다. 절 안 약수물로 피로와 탁한 기운을 말끔히 씻어낸 뒤, 대나무통에 지은 대통밥으로 아침상을 받으면 그 은은한 향 또한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별미다.

남해 금산 입구에도 이런 추억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잠자리가 숨어 있다. 깔끔한 장급여관 형태의 숙박시설과 함께 주인이 직접 경영하는 식당은 집 앞 개천에서 잡아올린 참게장과 참게 매운탕으로 별미를 차려낸다. 상에 오르는 야채와 후식도 텃밭과 풀섶에서 채취한 것들이라고 한다.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잠자리도 이쯤에 정하고 해수욕장과 금산을 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닷가를 여행하며 싱싱한 회 한번 안 먹고 올 수도 없는 일이다. 충무공의 승첩지인 노량해협과 남해 끝자락 미조항의 횟집들을 찾아들면 남해안 최고의 횟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들잇길의 별미진미/ 남해


한려횟집 남해대교 아래 노량해협 횟집촌 주차장 앞에 있다. 회를 비롯해 아구와 우럭찜이 별미다(055-863-1883).

하나로횟집 상주해수욕장 입구에서 20년 내력이 된 집이다. 자연산 활어와 모듬회가 인기있다(055-862-2166).

촌놈횟집 남해 끝자락인 미조항에서 다양한 잡어들로 잡어모듬회를 전문으로 한다(055-867-4977).

금천가든 남해 섬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참게가 오르는 개울이 집 앞에 흘러, 직접 잡은 자연산 참게로 매운탕과 게장을 곁들여 별미를 낸다(055-863-3737).

청운정남해읍에서 30년 가까운 내력의 해물탕집이다(055-864-2900).

강변할매재첩국하동 나들목에서 쌍계사로 2.5km쯤 대로변에 있다. 섬진강 재첩국을 가장 제맛나게 끓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055-882-1369).

개화식당 화개장터 농협 앞에 있다. 참게탕, 은어회 등을 전문으로 하며 2대에 걸쳐 50년 가까운 내력을 지니고 있다(055-883-2061)

쌍계수석식당 쌍계사 입구에서 영양돌솥밥과 산채비빔밥으로 이름난 집이다(055-882-1369).

지리산대통밥화엄사 입구의 이름난 대통밥집이다. 대통밥과 대나무약닭, 산채백반 등을 20여 가지 찬과 함께 깔끔한 상차림으로 낸다(061-883-2061).

남원새집 남원에서 40년 내력을 지닌 추어탕집으로 전복은 물론 전국에 알려진 별미집이다(063-625-2443).

백장암휴게소 지리산횡단로에서 지리산 나들목으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잡은 닭집이다. 오골계와 토종닭백숙을 특색있게 끓여내 고객이 전국에서 이어진다(063-636-3584).

지산장 남원시내에서 석쇠불고기백반으로 30년 된 별미집이다(063-625-2294).

섬진강 줄기 따라 푸른 바다로

남해와 섬진강 나들이는 전국 어디서든 접근 방법이 수월하다. 남해고속도로가 이어지는 영남과 호남지역은 남해고속도로 하동 나들목을 기점으로 남해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차례로 구경할 수 있다. 반면 서울과 중부권에서는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에서 임실과 남원, 구례, 하동, 남해를 연결해 직선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부고속도로의 이용이 편한 지역이나 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를 타고 남원 나들목과 지리산 나들목에서 구례와 하동 등 섬진강 물줄기를 타고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이용하면 횡단로를 타고 지리산 등정길을 차례로 접할 수 있어 이상적이다.

서울의 경우 1차 숙박지로 지리산 온천이나 구례 화엄사 입구가 좋고, 남해에서 하루나 이틀쯤 묵는다면 짧게는 2박3일에도 가능하고 3박4일 이상이면 충분한 나들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알맞은 잠자리/

금천가든 금산 보리암 입구에서 장급 형태의 방 9개의 깔끔한 민박시설을 갖추고 있다(055-863-3737).

지리산대통밥 구례 화엄사 입구에서 대통밥과 황토방 민박을 겸하고 있다(061-783-0997).

섬지가든 구례 하동간 대로변, 송림 속에 방갈로 형태의 민박과 매운탕집을 겸하고 있다(061-782-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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