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해물이여, 단결하라
등록 : 2000-11-22 00:00 수정 :
서울 삼성동 코엑스타워 지하층에 자리잡은 딥블루(Deep Blue)는 해산물 요리가 전문인 퓨전레스토랑이다. 한쪽 벽면이 2천t의 바닷물로 채워진 대형 수족관 ‘코엑스 아쿠아리움’으로 장식돼 마치 거대한 무성영화 화면과 마주앉은 것 같고, 잠수정을 타고 바다밑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같은 물밑 분위기 속에서 해물을 전문으로 한 퓨전요리를 즐길 수 있다. 씨푸드 퐁듀와 씨푸드바비큐, 리이브랍스타, 상하이왕새우요리, 통우럭튀김, 메로구이 등 해물 일색인 메뉴가 20여 가지로 요약되어 있다. 육류는 코스요리에 장식으로 곁들일 뿐 모든 일품요리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중국, 대만 등 각국의 대표적인 해물요리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해물퐁듀’다. 왕새우, 랍스타, 대합, 전복, 소라, 관자, 주꾸미, 그린홍합, 골뱅이 등 10∼13가지의 신선한 어패류를 완숙에 가깝게 쪄내 야채와 곁들여 큼직한 접시에 담아낸다.
이들 해물을 꼬챙이에 찍어 알코올램프 위에 받쳐놓은 뜨거운 치즈퐁듀에 담가 먹는 것이다. 엿처럼 묻어오르는 치즈를 해물에 둘둘 말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촉감과 향긋한 치즈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가히 환상적인 경지를 이룬다. 3∼4가지 소스가 곁들여져 음식맛을 더욱 살려내는데, 이들 소스가 퓨전의 열쇠가 된다는 것. 정통적인 서양 소스들에 비해 좀더 매콤하고 깔끔해 특히 우리 입맛에 더욱 친근감 있게 감치도록 했다.
아와세미소(일본된장)소스와 매실소스, 아마존소스, 칠리소스 등을 해물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 찍어 먹으며 맛을 좀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요리에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맛을 향상시켜가는 노력이 고객들을 사로잡아 개업 5개월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예약하고 오는 단골손님들이라고 한다.
올해 15년차인 조리장 이재현(35)씨는 힐튼호텔에서만 10년간 정통 프랑스요리와 양식경력을 쌓았다. 그는 음식을 맛있게 즐기려는 고객들의 욕구와 항상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전문 조리사들의 노력이 퓨전의 개념을 더욱 폭넓게 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퓨전요리 전문가다.
분위기도 딥블루를 실감할 만큼 색다르다. 짙은 청색의 벽면처리 등이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테이블 집중식 조명과 초대형 스크린 같은 수족관 벽이 주변을 차단해주며 차분하게 독립된 테이블 분위기를 잡아주어 음식맛은 물론 좀더 은밀한 대화를 이끌어낸다.
나도 주방장/ 크림홍합찜
조갯살에 와인향을 느껴봐!
준비물 홍합과 동족, 모시조개 등 조개류 몇 가지, 파와 마늘, 소금, 후추, 크림과 와인
계절적으로 홍합과 조개류가 싱싱하고 제맛나는 절기다. 하지만 조개요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개가 품고 있는 해감을 제거해주는 일이다.
우선 살아 있는 싱싱한 홍합과 조개를 준비해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의 간간한 소금물에 담가 냉장고 속에 하루쯤 넣어두면 대부분 효과적으로 뱉어낸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같은 날씨라면 선선한 곳에 하루나 이틀 놓아두면 된다.
조리과정은 간단하다. 되도록 깊숙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1∼2스푼 두른 뒤, 마늘과 파를 알맞게 썰어넣고 홍합과 조개류를 함께 화끈한 불로 잠시 볶는다. 조개들이 입을 벌리지 않았지만 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화이트 와인(레드 와인도 가능)을 1컵 붓고 뚜껑을 덮는다.
와인이 증발되면서 거품이 한바탕 일고 조개가 입을 벌리는 순간 와인 향이 배어들고 조개국물이 자박하게 스며나온다. 와인으로 찜을 하는 셈이다. 이때 뚜껑을 열고 크림을 와인과 같은 양으로 붓고 2∼3분 다시 끓인 뒤 불을 줄여 잠시 뜸을 들인다. 조개에서 배어나온 국물과 크림이 어우러지고 와인향과 크림이 조갯살에 스며 조개맛이 한결 고상하게 격상된다.
별다른 장식이나 찬이 필요없고, 큼직한 그릇에 국물과 함께 담아놓으면 와인이나 맥주, 소주에도 잘 어울리는 멋진 안줏감이 된다. 국물에 모닝빵이나 하드롤을 적셔내 함께 먹으며 어린 자녀들과 간식감으로 즐겨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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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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