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들어선 유명 간장게장집, 손님 홀대에 맛도 못 보고 뛰쳐나오다
성석제/ 소설가
내가 워낙 촌놈이라 그런지, 대처(大處)에 나와 살면서도 내가 나서 자란 시골에서 먹어보지 못한 간장게장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서울 강남 어디를 가는 길에 하도 길이 막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마침내 명성도 드높은 간장게장을 맛볼 기회를 맞게 되었다.
일단 그 골목 안에 들어서니 처마를 잇대어 간판이 걸렸을 정도로 식당이 많았는데, 식당 앞에서 저마다 자기 집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 눈에 번쩍 띄는 상호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간장게장’이었다.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다 생김새가 ‘프로페셔널’해 보여서 나는 망설임 없이 차를 그 앞에 갖다댔다. 그러자 날렵하게 생긴 청년이 뛰어오더니 차문을 열며 내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청년 역시 행동거지며 말투가 아주 프로다웠다. 차를 넘겨주고 난 뒤 나는 식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 바로 앞에 계산대가 있었고 계산대 옆에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서넛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식당 안은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었다. 모두들 그 유명한 간장게장을 먹고 있는 듯했다. 2인분에 4만원, 공기밥은 따로 계산하는 그 위대한 간장게장을.
나는 원래 인내심이 좀 부족하다. 이건 촌놈답지 않다. 특히 배가 고픈 것과 다리가 아픈 건 잘 참지 못한다. 어릴 때 젖을 곯아서 그런지,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못된 성질머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 5분쯤 서 있는데 계산대 맞은편 계단참에 ‘2층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계산대의 주인에게 2층도 자리가 다 찼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마침 잘 물어주었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하루 24시간 장사를 하잖아요. 힘들어서 이층은 못 해요.” 그럼 하루 24시간 하지 말고 사정에 맞게 48시간만(일주일에) 하다가 손님이 많을 때는 2층도 손님을 받으면 되지 않는가. 아니면 팻말을 떼든가, 계단을 없애든가, 2층을 폭파해버리든가….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인 것 같았다. 주인은 손님들이 모두 자신의 대답에 만족하는 줄 여기는 듯 사방을 위엄 있게 둘러보며, 3번 테이블은 일찍 왔으니 지금 얼른 일어나면 좋겠는데 벌써 소주가 몇병이 들어갔느냐는 식으로 질문인지 설명인지 축객령인지 모를 말을 3번 테이블뿐 아니라 1번에서 8번 테이블 모두에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주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인가를 해대고 있는 3번 테이블의 일행이 밉살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밥을 다 먹었으면 일어나 가주는 것, 이게 프로페셔널한 손님의 기본 아니겠는가. 주인이 프로면 손님도 프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손님의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프로 주차원에게 나는 내 차의 행방을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발레파킹’ 비용이 천원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금액을 누가 정했느냐, 경제부총리냐 강남구청장이냐 당신 아버지냐 하고 물으려다가, 프로답지 않은 것 같아 관두고 그냥 차나 빨리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는 내 얼굴을 슬쩍 보고는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먹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손님을 서서 기다리게 하면서도 계속 다른 손님을 끌어들이는 한편 밥을 먹는 손님을 돈 내는 일만 남은 바보로 취급하는 태도가 밥맛이 다 떨어지게 만들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손님과 밥을 먹는 손님을 투쟁 관계로 설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하지 않았다. 프로들은 그런 투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간다. 주차원은 내게 돈을 받기 미안하니 다른 데 가서 먹고 오라고 권했다. 나는 그의 권유에 따라 손님이 별로 없는 다른 식당, 생태찌개인지 갈치조림인지를 하는 곳으로 향했다. ‘○○간장게장’ 식당의 간장게장은 맛이 없었다. 정말 맛이 하나도 없었다. 먹지 못했는데 맛이 있을 리 있겠는가. 먹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간장게장은 워낙 맛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얼마나 맛있는지 선미(禪味)에 비견될 정도였다. 게가 맛있고 간장이 맛있으며 손님들이 맛있어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뭘 하나, 내 입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일러스트레이션/ 이정은
“우리가 하루 24시간 장사를 하잖아요. 힘들어서 이층은 못 해요.” 그럼 하루 24시간 하지 말고 사정에 맞게 48시간만(일주일에) 하다가 손님이 많을 때는 2층도 손님을 받으면 되지 않는가. 아니면 팻말을 떼든가, 계단을 없애든가, 2층을 폭파해버리든가….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인 것 같았다. 주인은 손님들이 모두 자신의 대답에 만족하는 줄 여기는 듯 사방을 위엄 있게 둘러보며, 3번 테이블은 일찍 왔으니 지금 얼른 일어나면 좋겠는데 벌써 소주가 몇병이 들어갔느냐는 식으로 질문인지 설명인지 축객령인지 모를 말을 3번 테이블뿐 아니라 1번에서 8번 테이블 모두에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주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인가를 해대고 있는 3번 테이블의 일행이 밉살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밥을 다 먹었으면 일어나 가주는 것, 이게 프로페셔널한 손님의 기본 아니겠는가. 주인이 프로면 손님도 프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손님의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프로 주차원에게 나는 내 차의 행방을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발레파킹’ 비용이 천원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금액을 누가 정했느냐, 경제부총리냐 강남구청장이냐 당신 아버지냐 하고 물으려다가, 프로답지 않은 것 같아 관두고 그냥 차나 빨리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는 내 얼굴을 슬쩍 보고는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먹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손님을 서서 기다리게 하면서도 계속 다른 손님을 끌어들이는 한편 밥을 먹는 손님을 돈 내는 일만 남은 바보로 취급하는 태도가 밥맛이 다 떨어지게 만들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손님과 밥을 먹는 손님을 투쟁 관계로 설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하지 않았다. 프로들은 그런 투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간다. 주차원은 내게 돈을 받기 미안하니 다른 데 가서 먹고 오라고 권했다. 나는 그의 권유에 따라 손님이 별로 없는 다른 식당, 생태찌개인지 갈치조림인지를 하는 곳으로 향했다. ‘○○간장게장’ 식당의 간장게장은 맛이 없었다. 정말 맛이 하나도 없었다. 먹지 못했는데 맛이 있을 리 있겠는가. 먹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간장게장은 워낙 맛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얼마나 맛있는지 선미(禪味)에 비견될 정도였다. 게가 맛있고 간장이 맛있으며 손님들이 맛있어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뭘 하나, 내 입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