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는 천년의 시간표대로 사는데…어디로 사라졌나제1494호 아슬아슬 곡예하듯 깎아지는 바닷가 낭떠러지를 따라 푸른 잎 무더기들이 봉긋봉긋 보였다. 한 줌 흙조차 부족해 보이는 바윗돌 위에 향나무 수백 그루가 선 듯 누운 듯 자라고 있었다. 절벽 정상부 평평한 곳을 차지한 곰솔(해송) 무리가 이 광경을 내려다봤다. 2023년 12월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심곡...
1200살 팽나무가 이 넓은 로터리를 꽉 채웠던 상상을 해보라제1489호 한때 나무신(神木)이 살았다는 터는 차들이 뱅그르르 돌아가는 로터리가 됐다. 2023년 11월9일 오후 지름 50m 경남 진해(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한 귀퉁이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내려앉았다. 잔디로 덮은 1962.5㎡ 넓은 로터리를 중심으로 여덟 갈래 대로가 뻗어나가고, 그 ...
이백살 구실잣밤나무가 살린 서귀포 선덕사제1485호 ☞☞[제주 구실잣밤나무①]‘제주다움 상징 구실잣밤나무, 관광객에 밀려 뿌리 뽑힐 판’ 기사에서 이어집니다.구실잣밤나무의 주 무대는 한라산 중산간(해발고도 200~800m)과 곶자왈이다. 이곳을 비롯해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가거도·홍도의 먼 섬에서 구실잣밤나무는 안정된 숲의 형태인 ‘극상림’을 이룬다....
제주다움 상징 구실잣밤나무, 관광객에 밀려 뿌리 뽑힐 판제1485호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공항 남쪽으로 6㎞ 떨어진 제주시 오라동 월정사 앞길을 걸었다. ‘두둑’ 작은 알갱이가 머리와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0.8g가량에 1.5㎝ 남짓 모양새는 작은 도토리 같지만 힘들여 묵 쑤지 않아도 생것을 바로 먹는다. 밤과 같다. 가시투성이 껍질도 없어 수고...
맹꽁이 어디로…왕버들숲이 숨긴 수리·담비 죽이나제1480호 흙탕물 급류가 거칠게 흘렀다. 2023년 8월31일 오전 이틀째 내린 비(누적강수량 160㎜)로, 대구 시내를 굽이굽이 관통하는 금호강이 잔뜩 성나 있었다. 동구 방촌동에서, 보행교(강촌햇살교)를 건너 금호강 왼쪽 기슭(좌안)으로 발을 디뎠다. 왕버들·수양버들·버드나무 등 버드나무 일가가 수㎞ 긴 ...
느티나무 한 그루가 숲으로 컸지만…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제1473호 ☞☞[의령 느티나무①]‘비어가는 마을에 나무마저 위태로운데 인물은 계속 날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4181.html)☞☞[의령 느티나무②] ...
물속 100년 산 천년 느티나무, 불상 천개로 다시 태어나제1473호 ☞☞[의령 느티나무①]‘비어가는 마을에 나무마저 위태로운데 인물은 계속 날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삼산마을에 아주 오랜만에 큰일이 생겼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던 2023년 5월27일, 1천여 부처가 사는 불사가 세워진 것이다. 2008년 1월 두곡저수지가 가물어 바닥을 드러내자 동곡 법사는 수장...
비어가는 마을에 나무마저 위태로운데…땅속에 묻힌 ‘천년나무’제1473호 느티나무는 여름이 되면 봄부터 모았던 에너지로 또 한 번 햇가지(여름 순)를 힘차게 밀어낸다. 포물선을 그리며 동서남북으로 고루 뻗은 햇가지가 출렁출렁. 양옆으로 연한 빛깔의 햇잎이 돋아, 덥수룩한 머리(수관)가 유난히 밝다. 봄에 한 번만 새 가지를 내는 ‘보통 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건 당연한 일. 건강...
그 많던 포플러 나무는 어디로 갔나…플라타너스 너는?제1468호 포플러 나무는 한눈팔지 않고 맹렬하게 가지들을 곤두세운다. 가늘고 긴 잎자루까지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내뻗는다. 바람이 분다. 가지마다 틔운 역삼각형 잎들이 이리저리 부딪혀 스르륵스르륵. 시원함은 배가 된다. 열 그루가 여섯 그루로, 그리고 마지막 남은 네 그루 2023년 6월7일 서울 동작구 ...
‘해전하네’ 귀먹은 벼락 맞고도, 이팝나무 쌀밥 같은 꽃 피웠네제1464호 대낮에 하늘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내리꽂혔다.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전남 영암군 군서면 모정마을 언덕에 주민들이 신목(神木)으로 모셔오던 이팝나무 고목이 쩍 갈라져 반파됐다. 매미 수백 마리를 비롯해 이 나무에 기대 살던 곤충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을 시꺼멓게 덮었다. 운저리(전라도 말로 ‘망둑어’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