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 간다면, 1월25일에제1088호 술친구의 경험담. 영국 런던발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탔더니 과연 식전주도 싱글몰트 매캘란 12년. 그것도 ‘콸콸’ 부어주며 몇 잔이고 리필해준다. 흐뭇하게 얼굴이 붉어진 친구가 주위를 돌아보니, 아니 이 사람들,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비행기 안이 거의 술판 분위기다. 연신 새 위스키 병마개를 열기 바쁜...
“왜 오래전에는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제1085호 다리가 세 개 있으면 솥을 하나 세울 수 있다. 솥 정(鼎)이 그렇게 생겼다. 맛있는 빵, 편한 구두, 입에 감기는 술 한 잔, 읽기 전과 후, 읽은 사람을 확실히 다르게 하는 책 한 권 등등에도 세 개의 다리가 필요하다. 그중 두 개가 헌신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지은이의 다리라면 그 결과물을 사용...
그 위스키엔 담긴 건 지혜와 자부심 그리고 힘제1083호 한 남자가 있었다. 1839년, 아직도 밀주 위스키의 양산박이었던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조그만 마을 더프타운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자신의 이름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윌리엄 그랜트. 집안은 가난했지만 잉글랜드에 저항해 스튜어트 왕가를 다시 스코틀랜드 왕으로 복위시키려는 자코바이트의 독립운동에 참전…
일본 위스키에서 본 100살 청년의 모습제1080호 일주일 동안 4천km 이상을 기차로 다니며 일본 전역의 위스키 증류소 취재를 다녀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산토리, 닛카 등 두 메이저 위스키 회사밖에 없는 줄 알았던 일본에 이미 중소 규모의 위스키 회사가 전국 각지에 산재하며 저마다 개성 있는 위스키 생산에 여념이 없다는 점이었다. 연초에 닛카의 창업...
그들은 ‘세상의 끝’에 선 증류소에 가보아야 한다제1078호자전거는 5시간째 사방팔방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 황량한 암산 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스케줄대로라면 이미 목적지인 아벤저그 증류소에 도착할 무렵이지만, 이제 고작 반이나 왔을까 말까였다. 시월 하순에 시작되는 태풍 시즌에 헤브리디스제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현지인의 충고에 따라 얼추 한 달…
위스키계의 전제군주, 블렌더제1076호신이 있어 특별히 쓰다듬었구나 하는 재능이 있다. 만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절대’ 또는 ‘천부’라는 최상급의 수사를 붙일 수 있는 미각, 음감, 후각 등을 타고난 사람들. 그중 위스키 산업과 관련이 있는 것은 후각(미각이 아니라)이다. 직업상 ‘블렌더’라는 분야에서 그 재능이 발휘된다. ...
강인한 기질 아래 숨겨진 따뜻함제1074호 대지는 기질을 만들고, 그 기질은 부엌에 서면 식탁 위에, 거울 앞에 서면 입성으로, 술광에 서면 술통 안에, 그리고 전장에 서면 역사에 반영된다. 정복하지 못한 곳이 없었던 로마가 거의 유일하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러난 곳이, 그들이 칼레도니아라고 불렀던 지금의 스코틀랜드다. 잉글랜드에서 ...
위스키 맛만큼이나 흥미진진한!제1072호지난해 9월18일 자정 무렵, 나는 스코틀랜드 동북단의 항구도시 뷕의 바닷가 숙소의 TV 앞에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의 영연방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서 스페이사이드를 거쳐 동북단 항구까지 올라오는 한 달 동안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
고독한 여행자여, 당장 ‘펍’으로제1070호 때로는 북반구, 때로는 남반구 낯선 곳의 낯선 술집에 스며들어 낯선 술꾼들과 어울리며 잔을 기울이는 것. 술꾼의 로망이다. 자전거 여행은, 특히 혼자 떠나는 자전거는 의외로 고독하다. 이른 아침 안장에 오르면 해 질 녘 새로운 숙소에 짐을 내려놓을 때까지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찾기 힘들다. 말수는 점점...
해충이 물꼬 튼 ‘팍스 스카치위스키’ 시대제1068호영국이 해외로 위스키를 수출하며 매년 벌어들이는 돈은 약 25억파운드, 한화로 4조원 가까운 엄청난 액수다. 이슬람인들이 증류기에서 금을 뽑아내려던 연금술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와중에 그들이 개량을 거듭한 증류기는 유럽에 전파되며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정착된 뒤 오늘날 황금의 물을 뽑아내는 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