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싸웠다고요? 잘했어요제1076호‘나, 부모님한테 화가 나 있구나….’ 다케시마 나미가 그린 만화 <그래도 우리 엄마>에서 순하고 착한 딸이었던 여주인공은 엄마가 되고 나서 왜 나는 딸한테 자꾸 화를 내는지 생각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이한테도 화가 날 수는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잘못한 것 이상으로 화를 내는 이유는 ...
진짜 엄마는 딴 곳에 있을 거야제1074호엄마는 줄곧 불행을 하소연했고 나는 그런 엄마가 미웠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죽음조차 무책임했던 아버지는 조금도 미워하지 않으면서 그 뒤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운 홀어머니는 이렇게 열렬히 미워하다니. 사춘기 때는 “어머니는 아들 그 자체보다도 아들 속에 있는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한다”는 니체의 말에 …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사람”제1072호“우리는 이야기하는 마음이 만든 위대한 걸작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인 것이다.” 책 <스토리텔링 애니멀>(조너선 갓셜)에선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기억과 환상 등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각색된 서사를 갖는다고 했다. 서사는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이야기며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
‘나’를 기다려 마중 나와준 ‘나’제1070호 내 속을 털어놓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아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에 대한 근심, 자랑, 분노는 사실 거의 내 이야기였다. 자신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을 때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 방법인가. 자신을 감추고 싶은 저항과 방어기제의 감시를 피해 몰래 밖으로 자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엄마들이 아이를 맡기고 쇼핑을 가기 시작했다제1068호처음부터 그는 친절했다. 엄마들의 브런치에 가본 적도 없고, 카톡방에서 타이밍 맞게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을 배려하는 인상이어서 만나기 전부터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 아이들의 단체 생일파티에서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을 때 그는 내게 자신이 방문판매 사원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
우리 아이는 ‘가방모찌’였다제1065호우리 아이는 내성적인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아이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대할 때 쑥스러워하고, 친구들이 놀고 있으면 쉽게 섞이지 못해 주변을 빙빙 돌곤 한다. 만 2살 무렵부터 기관에 맡겨진 우리 아이가 5살 무렵 단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면서 사회생활 서바이벌이 시작...
영재 아이돌과 엄마 기획사제1063호아이가 6살 때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과학관에 갔다. 그때 7살 아이를 둔 친구가 과학관에서 하는 유아 대상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진정한 멘토는 자기 아이보다 한두 살 많은 아이를 둔 선배 엄마들이다. ‘그때 했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유아기 버킷리스트’는 엄마들을 홀린다. 여…
아이들은 수동태, 어른들은 과잉능동태제1061호“어리다고 마냥 놀려도 될까요?” 어리다고 놀리면 안 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놀려라”다. 이때 ‘놀리다’는 말은 ‘짓궂게 굴거나 흉을 보거나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놀게 해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창대하고, 갈수록 창대해지는 수동태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사전’이란 게 존…
엄마를 위한 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제1059호그것은 상담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아이의 얼굴을 봐도 이젠 기쁘지가 않아요.” “어떡해요, 죽는 게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늦은 봄, 심리치유기업인 마인드프리즘에서 진행하는 직장맘 공개상담 자리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받던 상담에서 나는 “궁지에 몰린 느낌”을 호소하곤 했는데 거기 50명의 궁지에 몰…
불안한 건 아이일까, 어린 시절 나일까제1055호3월, 부모들이 병아리로 변신할 시간이다. 지난해 이맘때 나도 아이를 초등학교에 들여보내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입학식에 이어 열리는 첫 번째 학부모총회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초등학교 교실 우리 아이 자리에 앉았노라니 내 초등학교 시절의 온갖 트라우마가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묵은 기억에 사로잡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