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찾는 윌제1061호윌은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라피티는 벽이나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도구를 이용해 긁거나 파기도 하고 각종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윌은 거리의 벽, 경기장, 테니스장, 지하철 전동차 등 단속을 피해 가리지 않고 그리곤 했다. 멍멍탕집에 개집 그림을 그렸다가 구치소에도 들락거렸다. …
쾡의 여명제1060호쾡은 얼마 전에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여명을 선고받았다. 췌장암 말기 확진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복부에 암이 살림을 차린 지 꽤 되었다고 했다. 쾡은 믿을 수가 없었다. 헬스로 꾸준히 몸 관리를 잘했고 엉덩이도 아직 탱탱하고 승모근도 오목했다. 비타민, 강장제, 아로나민, 프로폴리스, 건강보조제도 ...
슈트액터 칼제1059호칼은 슈트액터다. 슈트액터는 탈인형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를 말한다. 칼은 최근 몇 년간 바이오맨부터 후레쉬맨, 울트라맨, 파워레인저까지 온간 히어로물의 영웅이 되어보았다. 아동극에서 수많은 캐릭터 인형을 쓰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뒤로 몰려드는 아이들을 상대해주어야 일당이 돌아온다. 아이들은 뽀로로…
배 짓는 사람 홀제1058호홀은 배 짓는 사람이다. 목선을 짓거나 수리해주며 하루 생계를 해결한다. 홀은 혼자 된 이후 동남아시아의 작은 어촌을 여행하며 살아온 지 꽤 되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에도 몇 년 머물렀고, 므이엔의 해안가에선 어부들과 어울리며 몇 년 머물렀다. 필리핀의 누에바이시하에선 선교사들과 몇 년 동안 배를 지으며 공동...
알피니스트 탈제1056호탈은 에베레스트의 고봉을 오른 몇 안 되는 산악등반인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의 무모한 산행과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 탈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뒷산과 야산의 구릉들을 오르며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곤 했다. 청년기엔 입시보다 등반가가 돼야겠다는 꿈을 품었고 마음속에 에베레스트의 원정대를 이끈 존 허트경을 ...
경마장 신문팔이 낌제1055호낌은 얼마 전 경마장에 취업했다. 주말마다 경마장 신문팔이를 시작한 것이다. 새벽에 경마장 내의 지점장에 가서 신문을 배급받고 마장이 시작되기 전 마권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경마신문을 파는 일이다.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커다란 통에 신문을 담아 낌은 경기장 안팎을 돌아다니며 신문팔이를 한다. 경마신문은 지난…
일렉트릭 번 팍제1054호팍은 DJ다. 20여 년을 주로 서울 홍익대 주변과 이태원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근래엔 경기도 외곽의 새로 생긴 성인 나이트클럽으로 원정을 나간다. 사장은 개장을 하기 전 주문한다. “여기 오는 대부분의 손님은 불륜이야. 오늘밤 자네가 딴 곳으로 완전히 보내버리라고.” “사장님, 딴 곳이라니요?” “말귀가 어둡...
실종남 컬제1053호컬은 몇 개월 전 또 실종됐다. 설거지를 하다가 고무장갑을 사러 나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그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3개월 뒤였다. 아내는 늘 그래왔듯이 한 달 정도 그를 집에서 기다리다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컬은 중국 하얼빈 헤이룽창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컬의...
로또 분석하는 수학선생 ‘꽝’제1052호꽝은 영등포에 있는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강사로 일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통계학 대학원에 진학한 꽝은 연구실 조교를 하며 틈틈이 학원강사를 했다. 어느 날 지도교수의 연말정산을 처리해주다가 꽝은 문득 삶이 헛헛해졌다. 꽝은 몇 년간 연구실에서 지도교수가 룸살롱에 가서 쓴 수많은 영수증들을 모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