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열릴지도 모른다제989호지난여름 다시 일하고 싶은 엄마의 열망은 뜨거웠다. 출산·육아 등으로 일터를 떠난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한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 1기’에 2530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17 대 1로 치솟았다. 내년 1월에는 2기를 뽑는다. 새로운 채용시장이 떠올랐는데 그 흔한 최종 합격기조차 찾아볼 데가 ...
몸매? 학벌? 경력? 나는 왜 떨어졌을까제989호 <한겨레21> 여기자(38)가 취업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목표는 ‘연봉 2500만원 받는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으로 정했다. 기자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위장취업’이다. 지난 6월 정부가 지원하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집단상담’에서 성격유형과 직업선호도, 이미지 컨설팅을...
‘백수냐 시간제냐’ 강요된 양자택일제989호시간선택제 일자리. 노동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낯선 용어다. 기존에 쓰던 공식 용어는 ‘시간제 일자리’였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신조어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자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시간제 일자리라는 어감이 좋게 와닿지 않는다.…
2013 취업 전쟁, 패자들의 비망록제988호2013년 하반기 대기업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앞둔 지난 8월, 이은미(27·가명)씨는 취업 스터디를 시작했다. ‘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이라는 취업 카페에서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모임에 참석했다. 대학생들끼리 하는 스터디인 줄 알았는데 취업컨설팅업체가 주관하는 자리였다. 석 달간 자기소개...
모멸과 아득함만 남을지라도제988호이나연(23·가명) ‘바캉스를 가지 못한 취준생을 위한 속 시원한 취업 특강’. ‘아이스 아메리카노 무료 제공’. 푹푹 찌던 8월 초 스터디룸에 광고가 붙었다. 나는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이다. 공부하랴, 인턴 하랴 친구들이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했다.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려...
너네는 돈 많아서 좋겠다제987호이나연 “됐어?” 대학 과동기가 카카오톡으로 물었다. 합격자 발표가 났는지도 까맣게 몰랐다. 이틀이나 지났단다. 카페에서 휴대전화로 채용 누리집에 들어갔다. 내 수험번호는 역시 없었다. 일주일 새 세 번째 탈락이다. ‘인턴 서류 통과도 이렇게 힘들다니.’ 앞날이 아득해진다. 카페로 친구들이 들어선다. ...
찍기 전 메이크업, 찍고 나서 ‘뽀샵’제987호거울 앞에 앉으니 온갖 화장품이 보였다. 연예인이 메이크업하는 TV 장면에서 보던 것들이다. “스타일 어떻게 해드릴까요?” 분장사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답변했다. “단정하게 잘라주세요.” “여기 미용실이 아니라서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사진관에서 메이크업을 하며 나는 순간 ...
광고 속 성형미인 “당신도 취준생?”제987호“성형외과는 원래 3시간은 잡고 오셔야 해요. 처음이세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가 핀잔만 들었다. 예약을 미리 했는데도 나는 1시간째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대기실에 앉아 있다. 강남에 있는 높다란 빌딩의 다섯 층을 쓰고 있는 이 성형외과는 층마다 사람이 가득했다. 남자, 여자, 10대,...
졸업, 언제까지 미룰 수 있나요?제987호 ‘평균 경쟁률 28.6 대 1’. 지원자 100명 중 11.5명만 서류 및 필기 전형을 통과하며, 최종 합격자는 3.5명뿐이다. 2013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실태다. 언론은 ‘사상 최대 취업 대란’ 소식을 날마다 전하지만 통계 수치에 갇혀 있다. 취업준비생 인터뷰는 파편적이...
토익의 신이여, 강림하소서제987호 35만원과 맞바꾼 5점 이은미 종로3가의 싼 밥집들은 이미 학원 수강생들로 가득했다. 배가 꼬르륵거렸다. 아침 8시30분 토익 강의를 들으려고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배고픈 것도 배고픈 거지만 너무 추웠다. 칼바람을 맞으며 종각 쪽으로 내려갔다. 청계천가에 있는 5천원짜리 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