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행복 그리고 기업
스마트스터디의 기업문화를 듣는 자리에 독특한 직책을 가진 사람이 함께했다. 윤혜경 시엘오(CLO·Chief Life Officer)이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구성원들의 회사에서의 삶을 돌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일하는 시간과 공간, 휴가를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제도가 과연 효율적인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윤 그룹장은 “자율적인 근무 환경은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효율적’이기때문에 채택했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바쁜 출근길에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리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유한킴벌리의 여성네트워크(k-win)의 활동은 사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4년부터 각계각층의 일하는 엄마들(‘일맘’)을 대상으로 좌담회, 콘퍼런스 등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일맘들의 속마음’좌담회에 참석한 일맘들. 유한킴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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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 곳의 평가들을 살펴보면 ‘일하기 좋은 일터’가 사회책임경영을 잘 수행하는 기업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곳이 조사 방식이나 세부 지표 등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기업의 비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창의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직과 일에 대한 신뢰와 열정 △조직원들의 행복감(만족도) 등을 조직 시스템과 문화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평가 지표 중 차별 금지나 인재 육성 같은 기업의 시스템에서 마련되어야 하는 부분은 GRI나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침’(ISO 26000) 등 사회책임경영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하는 ‘노동 관행’의 세부 조건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를테면 위의 두 평가는 모두 성과 측정이나 보상에서 ‘공정한 시스템’ 및 ‘공정성’을 요구한다. GRI와 국제표준화기구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조직 안에서 임직원의 성과 및 보상, 승진시 성·종교·학력·국적·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지침과 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일하기 좋은 일터’로서 인재 육성과 일터(작업장)의 안전, 일과 삶의 균형 역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데, 이 항목에 대해서도 촘촘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를 통해 ‘일하기 좋은 일터’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어떤 곳일까. 각 평가의 ‘우수상’격인 ‘베스트 30’(‘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과 ‘대상’(‘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받은 기업 18곳(2016년 9월 기준)을 살펴봤다. 우선 이들 기업은 전반적으로 공정한 임직원 평가 및 성과 측정, 모성보호와 양성평등, 차별 금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시스템과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에서 변화를 꾀하거나 임직원 개인의 ‘삶의 질’에 좀더 초점을 두기도 한다. 유한킴벌리는 2014년 사내외 양성평등과 다양성 존중을 위해 여성네트워크(K-WIN)를 발족했다. 여성 임원 모임인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발적 조직인데, 회사 쪽에서도 여성사원들의 모임을 적극 지지·지원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및 육아의 업무 공백, 관리자로서의 성장,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고민을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여성네트워크에서 다뤄지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며 적합한 인사제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된 임직원 손실을 줄이고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여성 및 유아용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기에 이러한 과정이 제품과 마케팅, 신규 사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위해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돕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스트레스 자가진단을 실시해 임직원들이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전문 상담사가 상주해 지난해 720명의 임직원이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신한카드는 사내에 전문 상담사가 있을 뿐 아니라 협약을 맺은 외부 상담기관에서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도 상담받을 수 있다. LG전자 역시 사업장별로 심리상담실을 운영하고, 팀 단위 심리 프로그램을 적용해 구성원 간 이해를 높여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다음으로, 이 중 15곳의 기업(BNK부산은행,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신한은행, 신한카드, 아시아나항공,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LG전자, LG화학, 유한킴벌리,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각자의 사회책임경영 활동을 보고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매년 혹은 격년으로 꾸준히 발간한다.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03년부터 사회책임경영 의지와 성과를 보고해왔다. 지속적인 사회책임경영 성과 보고는 해당 기업이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국제 기준 혹은 업계 표준에 준하는 환경·보건·안전·노동 시스템을 갖추는 등 관련 성과를 관리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이들 기업은 ‘일터로서’의 역할이 사회책임경영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다른 주요 이슈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발전하고 있음을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일하기 좋은 일터’로 꼽힌 곳들은 최근 국제 기준에 준하는 사회책임경영 원칙 혹은 행동규범 등을 공표하고 이에 따라 세부 기준과 시스템, 임직원의 행동 양식과 경영 활동을 수정·보완·발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동규범 가이드라인’과 신한금융그룹의 ‘인권선언서’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제정된 삼성전자의 행동규범 가이드라인은 임직원, 품질 및 환경, 혁신, 정도, 상생 등 5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14개 소항목과 41개의 기본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전자산업시민연대(EICC) 등 다양한 국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 인권선언서를 통해 고객, 임직원, 주주 및 투자자, 협력사, 지역사회에 대한 인권 존중을 선포했다. 인권선언서에는 임직원 존중과 비차별은 물론 투명한 경영 활동과 정당한 영업 활동을 통한 고객과 투자자 보호, 우월적 지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서 협력회사와의 관계, 원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업 개발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실제적으로 경영의 모든 부분에서 사회책임경영 및 인권경영을 시행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규범이나 선언을 통해 기업은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국제 규범을 하나로 통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부패 및 반인권, 비윤리적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 안팎으로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GWP와 사회책임경영은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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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 뽑힌 한국마즈
원칙에 입각한 경영,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
한국마즈 임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한국마즈는 수평적 기업문화가 특징으로 6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올랐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