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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행복] 가정과 학교에만 책임지우기엔 어려움 많아… 생생한 삶의 현장인 지역사회 배움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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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8 17:22 수정 : 2016-05-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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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5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90.4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19위이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측정 지표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주관적 행복지수는 주관적 건강, 학교생활 만족, 삶의 만족, 부정적 생각을 측정하는 것이다. 꼴찌 수준인 주관적 행복지수에 비해 생활과 생활양식(135.7점, 1위), 물질적 행복(114.4점, 2위) 등은 순위가 아주 높게 나오고 있다.(표 참조)

주관적 행복지수 하위권에 머물러  

물질적 행복 및 주변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주관적으로 행복하지 않을 경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약 5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14.3%, 중학생 19.5%, 고등학생 2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살충동 경험률이 상승하고 있다. 높은 자살충동은 실제 자살로도 이어진다. 통계청의 ‘2015년 청소년통계’에서도 2012년, 2013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모두 자살이었다.

이처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더라도 무기력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많다. 외부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상황과 스스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무기력과 무동기 속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은 낮아진다. 물질적 행복을 비롯해 외형적인 상황은 부모 세대보다 더 나아졌지만 내면으로는 더 불행하게 느끼는 이유다.

실제 PISA나 TIMMS 등과 같은 국제학력성취도 검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높은 편이지만 흥미, 동기, 자신감과 같은 영역에서는 낮은 점수가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학업성취는 낮은데 정서적 영역의 점수는 높다.

청소년들은 어떻게 흥미를 갖고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경험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했다. ‘행함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doing)는 교육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경험’이다. 교육학자 로저 하트 역시 청소년 참여모델의 8단계를 제시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참여는 청소년이 주도하면서 성인들과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단계라고 보았다. 나아가 청소년의 참여를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아무런 경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성인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나 책임감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돕는 마을교육공동체  


2010년 11월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서울학생 동아리한마당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사실 체험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육과정이 제시한 시수 동안의 활동만 아니라,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장소에서 주말, 방학 등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모든 교과 외 활동으로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전면화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2013년 일부 시작되어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지난 4월5일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진로교육 집중학기제(학년제)를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도록 했다.

체험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수법은 수업 자체의 방식까지 바꿔서 올해 2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 ‘통계’ 단원에 팀 프로젝트형 수업을 적용토록 했다. 팀 프로젝트 수업은 생활 밀착형 주제를 고른 뒤 자료 수집→분석→결과 발표 등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언제 보건실에 가장 많이 갈까?’ ‘공부 시간이 길수록 성적은 올라가는가’ 등의 주제를 정하여 조별로 자료를 수집·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체험활동, 진로교육이 학교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체험 기회가 한정되어 있고 모의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생한 삶의 현장이 있고, 다양한 실제 문제들이 있는 지역사회가 배움터가 되었을 때 교육부가 의도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진로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청소년 체험활동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2013년부터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한국외국어대 김용련 교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실천적 의미를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마을의 주인(시민)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서울의 마을결합형 학교, 마을과 학교의 연계사업, 혁신교육지구사업, 경기도의 ‘꿈의 학교’ 등이 모두 이러한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청소년 행복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일례로 의정부의 ‘꿈이룸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하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서울 노원구의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이미 시작된 변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 학교협동조합 매점을 만들어 어떠한 물건을 얼마만큼 들여와 어떻게 판매할지 의논한다. 모두 지역과 학교가 만나는 접점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청소년 중심의 체험활동이다.

지역사회가 행복만들기 나서야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정만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는 신생아 833명이 18살이 될 때까지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를 했다. 40여년간의 연구분석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 중 3분의 1인 72명이 출생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한 원인을 밝혀냈다. 그들은 모두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믿어주고 편이 돼 주고 응원해 준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었다. 미래의 주역으로서만이 아니라 현재의 주역으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인임과 동시에 당당한 한 시민으로서 사회 참여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배움의 공간이 되고 응원의 역할을 할 때이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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