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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전자 활용하라! 결혼하라!

[행복한 삶을 위한 10가지 핵심 요인] ‘지능’은 행복 요인의 중요도 제로(0)… 스스로 잘생겼다고 믿어라, 행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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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8 16:4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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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가 2003년에 발표한 ‘행복한 삶을 위한 10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전세계 행복 연구 권위자들에게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물었다. 행복에 영항을 미치는 각 요인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그 중요도를 점수로 환산해 서열을 매겼다. 10개 요인을 합친 총점은 10점이다. 흥미롭게도 가중치 5점을 차지한, 즉 가장 강력한 행복 요인은 ‘타고난 유전자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지능’은 행복하기 위한 요인에서 그 중요도가 제로(0)였다. 노화가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돈독한 사회적 관계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서 새롭게 발견된 것은 행복에 대한 통념이나 우리가 행복하려고 하는 행동을 되돌아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1. (일정 수준까지) 돈을 더 벌어라

연구자들은 대체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면, 소득의 절대치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보다 주변 사람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앤드루 오즈월드 영국 워릭대 교수(경제학)는 “사람들은 일정한 돈이 추가로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적 지위야말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왜 기꺼이 적은 보수를 감수하는지 설명해준다.  

2. 욕심을 줄여라

정치과학자 알렉스 미칼로스는 39개국 대학생 1만8천 명에게 자신이 행복한 정도를 숫자 등급으로 평가하게 했다. 그리고 인생에서 바라는 전부를 가진 상태에 자신이 현재 얼마나 근접했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돈, 가족, 일, 건강 등에서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에 견줘 큰 격차로 더 높은 열망을 가진 사람일수록 덜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열망 격차’는 월급이 오른다고 점점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 대신에 계속 더 바라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로퍼(Roper)가 미국인들에게 ‘좋은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재화 목록을 작성하게 하자,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수록 목록이 길었다고 한다.

3. 천재가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각종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언뜻 보기엔 예상 밖의 결과로 보인다. 똑똑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 확률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똑똑한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가령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높은 기대를 품고, 그렇기에 최고 수준의 성취보다 낮은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어쩌면 심리학자들이 잘못된 종류의 지능을 측정해왔는지도 모른다. 에드 디에너 일리노이대 교수(심리학)는 “아이큐(IQ)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능’이야말로 행복을 위한 더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4. 타고난 유전자를 최대한 활용하라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절반 정도는 그때 우리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의해 정해진다. 나머지 절반은 저마다의 행복 ‘설정점’(set point)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의 90% 정도가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설정점은 우리가 접하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지나간 뒤에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지점이다. 4천 쌍이 넘는 성인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들의 행복 수준 차이의 44~55% 정도는 유전적 변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혼인 여부·종교·교육 변수는 모두 3% 이상의 차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타고난 성격도 관계가 깊다. 많은 연구들은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고, 내향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경향을 보여준다. 외향적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승진·결혼·친목 행위 등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거꾸로 행복한 상태가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가령 슬픈 영화보다 즐거운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더 말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에게 개방적이 된다고 한다. 물론 환경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감옥에서는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5. 자기 외모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라

애석하게도, 훌륭한 외모를 가진 사람일수록 정말로 더 행복하다. 그들의 삶이 좀더 편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그보다 미묘한 이유가 있다. 가장 매력적인 얼굴은 고도의 좌우 대칭성을 갖고 있다. 이는 동물 연구에서의 경우 좋은 유전자와 건강한 면역체계가 함께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아름다운 사람은 더 건강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 스스로 멋지게 생겼다고 믿으면 미인의 감정적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정’보다 ‘혐오’ 수준에 가까운 왜곡된 자기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미디어들이 비현실적 이미지를 점점 더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의 불만족도 커진다. 한 연구를 보면, 매끈하고 결점 없는 어린 모델이 나오는 광고를 1~3분 정도 보여주자 여성 실험 참가자들이 자기 신체를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우울감이 증가했다. 되도록 비현실적 미디어 이미지는 피하고, 그런 이미지는 ‘포토숍’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신체가 ‘어떻게 보일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숙고하고 감사하는 게 좋다.

6. 친구를 사귀고 그들을 소중히 여겨라

물질적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3개 집단(인도의 캘커타 노숙자, 슬럼, 매춘부)에 속한 총 83명에게 자신의 삶 만족도를 측정(중간 척도 2점)케 한 결과 평균 1.93으로 나왔다. 비교 집단인 도시 거주 중산층 학생 집단의 점수(2.43)를 감안할 때 꽤 높은 점수다. 슬럼 집단의 삶 만족도가 평균 2.23으로 세 집단 중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사회적 관계에 있다. 세 집단은 전반적으로 ‘가족’(2.5)이나 ‘친구’(2.4)에 만족하는 특징을 보였다. 즉, 대가족을 중시하는 인도 문화의 특수성으로 ‘사회적 지지’라는 수혜를 받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미국 노숙자들은 더 나은 물질적 환경에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

7. 결혼하라

42개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근소한 차이로 일관성 있게 더 행복하다. 독일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15년간 행한 종단연구에서 행복한 사람들일수록 혼인 의사가 높고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걸 발견했다. 단순한 동거만으로는 행복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공식 결혼에 비해 깊은 안정감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8. 종교 혹은 어떤 신념체계를 가져라

상당수의 연구가 종교와 행복 사이에 확실한 연관이 있음을 보고한다. 신이나 사후 세계를 믿는 것이 인간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고 세상에 홀로 존재한다는 느낌도 없애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늙어가거나 위급한 순간이 닥쳤을 때 그 효과는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종교적 신념은 역경을 이겨내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신념은 중요한데, 독실한 종교인뿐 아니라 철저한 무신론자도 죽음의 공포를 덜 느낀다고 한다.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어떤 구체적인 신념체계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고 지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었다. 종교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교류와 지지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지지를 받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지지를 주고받는다는 점 때문에 종교 활동은 축구동호회 활동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9.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어라

이타적 행동과 행복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선행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반대로 행복한 사람들이 선행을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둘 다 옳을 수 있다. 제임스 코노우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경제학)는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규명해내는 실험을 벌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뒤, 참가자 절반에게는 10달러의 보상을 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돈을 받은 참가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삶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고 자기개발 욕망이 큰 학생일수록 돈을 나누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실험 당일 기분이 좋은 것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돈을 나눠준 학생들이 더 행복해졌다는 결과도 보고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약간 덜 행복하기까지 했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은 셈이다. 코노우는 그러나 “관용적인 사람이 된다면 그 누적 효과는 분명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10. 곱게 늙어라

나이 먹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젊은 사람들처럼 행복하다. 한 연구는, 18~94살 184명에게 무선호출기를 나눠주고 일주일 동안 하루 5번 호출이 올 때마다 자기 기분이 어떤지 기입하도록 했다. 그 결과 노인이 젊은 사람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보고했다. 부정적 감정은 훨씬 더 드물었다. 왜 나이가 들면 행복할까? 노인일수록 현실적 성취를 목표로 삼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자기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자각하면서 행복한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흘려보내는 식으로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손정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교육연수생 clazz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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