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루즈 카운티의 성공적인 소년범 교정방식… 가택연금형과 구직명령도 병행
‘10대 범죄’의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에서 희소식이 들렸다. 캘리포니아 중부의 조그만 카운티(군)인 산타크루즈에서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새로운 수형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부터 청소년범을 소년원에 수용하는 대신 가택연금과 구직 명령 등 다양한 교정 방식을 채택해온 산타크루즈 카운티는 7년 동안 청소년 범죄가 30%나 감소하고 소년원 복역자는 47%나 줄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다른 도시에서도 도입된 제도였지만 산타크루즈에서는 독특한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해 효과를 더욱 높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산타크루즈 카운티 사례를 대서특필했다.
앙숙 갱단과 한팀으로 축구하라?
산타크루즈에서는 청소년범의 경우 강도·살인·강간·집단폭행 등 중범을 제외하곤 소년원에 수감하지 않는다. 가택연금형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집에서 수형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판사들은 죄질과 초범 여부에 따라 구직 명령을 함께 내리기도 한다. 물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낼 수는 없다. 다양한 교정 프로그램이 따라붙는다. 마약 체크는 기본이고 정기적인 카운셀링도 필수다. 갱 멤버의 경우 앙숙 갱단의 멤버와 한팀이 돼 축구 경기를 정기적으로 치르도록 하는 명령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해자와의 화해 및 속죄 프로그램. 청소년범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편지나 방문을 통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반응이 있을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택연금된 청소년범들이 대부분 어린데다 절도, 마약판매 등 경범들이라 피해자들도 큰 거부감 없이 사죄를 받아들인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카운티 사법당국의 청소년범죄위원회에서 밀착 감시하고 있다. 우선 가택연금시에는 전자족쇄(Electronic Ankle Monitor)를 발목에 차고 있어야 한다. 사법당국의 중앙컴퓨터와 연결된 이 족쇄는 연금구역 밖으로 벗어나면 즉각 신호를 보내도록 되어 있다. 위원회의 어드바이저들은 수시로 연금자의 집을 방문해 근황을 체크하고 정기적인 보고서를 작성한다. 감시 외의 카운셀링도 이들의 몫. 대부분 교사나 사회봉사단체 출신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어린 청소년범들과 밀접한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독이는 한편, 학업이나 직업교육 등 적성과 희망에 따라 갱생 기회를 알선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구직 명령이 대표적. 가택연금 보고서를 검토한 판사가 수형 구역을 재조정해 실제 직업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다. 병원·도서관 등 공공기관이나 수형자 구직을 받아주는 민간업체에 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구성된 산타크루즈 카운티의 지역 특성상 해변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수는 없다.
7년 동안 꾸준히 제도를 시행한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우려됐던 재범률은 단 2%에 그쳤다. 집으로 돌려보내져 다양한 상담과 교육을 받은 청소년범들은 형기가 끝나자마자 무리 없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특히 구직 명령을 받은 수형자는 재범률이 더욱 낮았다. 어릴 적부터 결손가정에서 방치됐던 청소년범들에게 직업교육은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요리, 자동차 정비, 해안 경비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 경험은 이들의 심성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었다. 소년범 닉 잭슨은 인생의 목표를 주방장으로 결정했다. 두달여간의 주방 생활에 흠뻑 빠진 닉은 예전의 친구들과는 인연을 끊고 하루 종일 요리에 파묻혀 지낸다.
주마다 넘치는 소년범들로 고민
청소년범 가택연금제도는 1980년대부터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패했다. 중장기적으로 재범률과 소년범죄 발생률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일부 이탈자들이 저지른 강력범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자족쇄를 채우고 감시해도 일상의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어린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일탈행위를 거듭했다. 아무리 소년범이라도 범죄자를 백안시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산타크루즈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타크루즈는 우선 가택연금자들을 가만 놓아두지 않았다.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교정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범들을 끊임없이 바쁘게 만들었다. 소년원 내의 기계적인 수형생활보다 훨씬 바쁘다. 구직 명령을 받은 소년범들은 직장 다니랴, 교정 프로그램 이행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한마디로 범죄 환경과 다시 접촉할 시간적 여유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은 감시체제를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청소년범죄위원들은 거의 매일 담당 수형자들을 찾아다닌다. 교정 프로그램의 실행을 직접 지도하고 감독까지 한다. 전자족쇄 작동을 감시하는 건 경찰 당국의 몫이다. 조금만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각 관련기관에 통보한다. 이러다보니 소년범들은 아무리 궁리를 짜내도 빠져나갈 틈새가 없다.
물론 산타크루즈의 성공 요인에는 지역적 특색도 큰 몫을 차지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0여km 남쪽에 위치한 산타크루즈 카운티는 10여분 거리에 유명한 실리콘밸리가 있다. 카운티는 4개의 작은 도시로 이뤄져 있다. 모두 바다를 끼고 있고 사시사철 따뜻한 기후로 고급 주택지와 휴양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당연히 지역 내의 소득 수준은 평균 이상이다. 결손가정도 많지 않고 흑인이나 중남미계 등 소수계 인구도 적다. 다른 지역처럼 큰 규모의 갱단도 없다. 따라서 강력범죄보다는 경범이 많고 수형제도 개선에 대한 커뮤니티 내의 반발도 크지 않았다.
산타크루즈의 성공을 바라보는 타 지역의 시각은 찬반이 혼재돼 있다. 소년범 수형제도 개선론자들은 당연히 환영 일색이다. 10대 범죄의 급증으로 미국의 소년원 수용 인원은 최근 10년 사이에 무려 139%가 증가했다. 늘어나는 소년범들을 수용하느라 소년원 시설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커뮤니티의 불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 재정에 큰 타격을 주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소년원 시설 증설과 원내 교정 프로그램을 늘리는 데 해마다 수천만달러가 든다. 미국 연방당국의 통계에는 소년범 1인당 연간 3만5천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재정파탄 상태인 캘리포니아주는 2006년까지 주내 소년원에 3200개의 수감 동을 늘릴 예정이다. 문제는 돈은 돈대로 들지만 10대 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대부분의 지역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가택연금제가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차마 엄두를 못 내던 상황에서 산타크루즈의 성공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반대론자들 “풀어줘봤자 효과 없다”
반대론자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소년범들의 교화에는 찬성이지만 일탈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재정 부담보다 크다는 게 이유다. 특히 중남미 이민 인구가 많고 조직 갱단이 있는 지역일수록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가둬놓아도 골치 아픈 판에 고삐를 풀어주느냐는 반발이다. 물론 이들도 청소년범의 경우에는 소년원이 교정보다는 오히려 ‘중범죄 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결손가정의 자녀인 이들을 가택연금한다고 해서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산타크루즈는 7년 동안의 제도 시행으로 교정 예산의 절반 이상을 절감했다. 카운티 행정당국과 대부분의 주민들은 현 제도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10대 범죄의 90%가 단순절도나 길거리 마약판매 등 경범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호기심 또는 경제적 이유로 범죄 세계에 발을 살짝 담근 소년범들이 많다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자들이 ‘중범죄자’로 가는 길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범죄율을 결코 낮출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LA= 신복례/ 전문위원 boreshin@hanmail.net

가택연금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해자와의 화해 및 속죄 프로그램. 청소년범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편지나 방문을 통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반응이 있을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택연금된 청소년범들이 대부분 어린데다 절도, 마약판매 등 경범들이라 피해자들도 큰 거부감 없이 사죄를 받아들인다.

교정당국의 감사위원들은 청소년범을 본인의 집으로 돌려보낸 뒤 수시로 집을 방문해 근황을 점검하고 카운슬링도 한다.

가택연금시 사용하는 전자족쇄.

교정당국은 거의 매일 교정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감독해 청소년범들의 재범 유혹을 차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