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어린이 성범죄 ‘비상경계령’

333
등록 : 2000-11-08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의 한장면)
1998년 벨기에서 페도필(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국제조직의 공급 루트 일부가 드러난 사건이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다. 이 조직의 책임자인 마크 뒤투후는 아이들을 유괴해 그와 교분을 갖고 있는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성적 노리개로 공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유괴된 아이들의 부모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받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풀려나는 등 이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한달 동안 프랑스에서는 페도필 혐의로 두명이 재판을 받았다.

청소년 11명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르네 비세이(56)는 그 신분이 가톨릭 사제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지난 96년 비세이 신부가 피에르 피캉 주교에게 자신의 행위를 수차례 고해성사를 통해 고백했으나 피캉 주교로부터 “당신을 용서한다. 모든 것이 곧 정상화될 것이다”라는 구원의 말을 들은 뒤 더이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그러한 행위를 계속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비밀을 지킨다는 가톨릭의 전통과 의무에 따라 자신이 알게 된 사제의 성범죄를 신고하지 않은 피캉 주교는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11살 된 타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암농 슈무일(48)에게 징역 7년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98년 프랑스 의회는 희생자의 신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모든 범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슈무일 사건은 ‘섹스관광’을 떠난 프랑스인이 외국에서 벌인 성범죄 행위에 대해 열린 첫 번째 재판이었다.

이것은 프랑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최근 유럽 전역이 전례없는 페도필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영화 <8미리>는 탐정으로 등장한 니콜라스 케이지가 어린 소녀를 무참히 살해하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비디오의 진위를 추적하면서 베일이 벗겨진 페도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는 영화 속의 상상이 아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인터넷사이트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 페도필 조직에 대한 경찰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미 1천여명의 관련자 명단을 확보했으며 동부지역 삭스-안할트에서 벌인 가택수사에서 수천장의 CD와 비디오카세트를 압수했다.

이탈리아 경찰도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한 페도필 국제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러시아인 3명을 포함한 11명을 체포했다. 또한 이 사이트를 통해 페도필 관련 상품을 산 것으로 추정되는 1700여명을 조사중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대한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320명이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페도필 조직들은 고아원, 공원 등지에서 어린이를 유괴해 나체를 강요하는 것에서부터 강간, 고문, 살해를 일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장면을 담은 카세트는 희생자에게 부과되는 난폭성의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400달러에서 6천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이러한 현상을 “재앙”이라고 못박고 “전세계적으로 대중매체와 인터넷에 페도필 관련 영상과 상품이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법적제재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페도필 조직들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머니즘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책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