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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알자지라, 저리 비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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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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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없는 방송 <알아라비야>의 눈부신 약진… 최근 미국이 바그다드 지사 폐쇄하기도

“과도통치위원들을 공격하라고 촉구한 사담 후세인의 육성 테이프를 방송한 것은 살인교사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알아라비야>의 바그다드 지사의 활동을 폐쇄조치한다.”

11월24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미 점령 당국의 승인을 받아 <알아라비야>의 바그다드 지사를 폐쇄했다. 아울러 <알아라비야>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알아라비야>의 실체는 뭐고, 살인교사 혐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일 때 <알자지라>가 겪었던 유사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이라크 안팎의 언론들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 언론자유 단체들은 ‘보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 성난 시위대에 의해 불타버린 바그다드 시내 경찰서. 그 충돌현장을 미군 헌병들이 경계 중이다.

사담 후세인이 키운 방송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순번의장 잘랄 탈라바니)의 이번 조처는 <알아라비야> 방송에 대해 쌓였던 미군 당국과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의 11월16일치 9번째 사담 후세인 육성 테이프 보도는 바그다드 지사의 작품이 아니었다. 두바이 본사가 단독 입수해 방송한 것을 다시 내보냈을 뿐인데 정작 바그다드 지사가 폐쇄 조처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미군 당국이 언론에 분풀이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알아라비야> 등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협력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월 하순에도 유사한 사건이 불거졌다. 당시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2개 아랍 방송에 대해 일시적인 취재 금지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두 방송사의 기자들은 2주간 과도통치위 건물을 비롯한 정부 관청 건물에도 출입할 수 없었다. 반미 폭력을 고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아라비야>의 도약은 눈부시다. 이제 <알자지라>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다. 전파를 내보낸 지 반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알아라비야>는 2월20일 첫 전파를 발사한 뒤 3월3일 24시간 종일 방송을 내보냈다.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알자지라>의 아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4월4일에는 갑작스럽게 사담 후세인이 <알아라비야>의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했다. 미군의 바그다드 옥죄기가 정점에 이르던 때 바그다드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알만수르에 사담 후세인 얼굴이 비친 것이다.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과 군중들에 둘러싸여 승리를 장담하는 듯한 후세인의 태연스러운 표정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테이프 진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알아라비야>의 존재가 널리 각인된 계기가 되었다.

사진/ 바그다드 시내를 활보하는 당나귀 수레들. 이제는 당나귀도 검문대상이 되어버렸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알아라비야>는 사담 후세인의 육성 테이프는 물론 사담 후세인 일가의 감춰진 비밀 테이프 등을 독점 보도했다. 심지어 알카에다 조직원이나 반미 테러를 외치는 조직원들의 육성과 비디오 화면도 보도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알자지라>를 띄워주었다면, 사담 후세인이 <알아라비야>의 도약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친사담 후세인 진영에서조차 <알아라비야>를 <알자지라> 이상으로 영향력 있는 매체로 간주하고 있다.

<알자지라>의 방송은 다소 공격적이고 이슈 중심적이며 다분히 선정적이다. ‘아랍의 옷을 입은 서구 언론’이라는 평가도 있다. <알자지라>의 주요 인적자원이 등 서구 언론 출신이라는 점과 화면 구성 기법 등이 이런 평가의 배경이다. 반면 <알아라비야>는 덜 자극적인 언어로, ‘아랍의 정서를 아랍의 옷을 입은 아랍 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끔 이라크 관련 뉴스 보도에서 지나치게 참상을 부각시켜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알자지라>는 카타르 왕실의 자금줄로 버티고 있다. 이런 태생적 한계로 완전한 자유독립 언론이라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역깨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카타르 왕실만큼은 성역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왕실 대신 민간자본 끌어들여

반면 <알아라비야>는 향후 5년간 투입될 3억달러의 자금을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지의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충당할 계획이다. <알자지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립된 자유언론의 틀을 갖춘 민간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난 터라 평가하기에 섣부른 감도 있다.

중동에서 손꼽히는 언론 사각지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 프리덤하우스나 엠네스티 등으로부터 이런 악명을 뒤집어쓴 지도 오래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자유언론의 성가를 한창 올리고 있는 <알아라비야>의 소유주라는 점도 이채롭다. <알아라비야> 소유주의 이름은 왈리드 알이브라힘(43)이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의 처남이다. 알이브라힘은 레바논의 재벌이자 현 총리인 라피크 알하리리 가문과 합작으로 1991년 아랍 최초의 위성방송인 <중동방송>(MBC)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역시 중동 상업방송의 대표 주자이다. 이번 <알아라비야>의 주요 자금원은 바로 알이브라힘와 <모스타크발> 신문의 소유주 라피크 알하리리,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소유주인 살레 카밀 등이다. <알아라비야>의 주요한 인적 자원은 아랍 방송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채워졌다. 아랍인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사진/ 미군과 마찰을 빚고 있는 바그다드 시민들. 미군들은 과잉대응으로 이라크 국민들과 자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알아라비야>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 9월의 바그다드 갤럽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3%가 다른 매체보다 이라크 시민들의 이해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자지라>는 25%로 2위에 머물렀다. 이라크 미 군정청(CPA)과 과도통치위의 취재 제한 조처와 이번의 폐쇄 조처에 대해 <알아라비야>의 입장은 간명하다. 반민주적 조처라는 주장이다. 이라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열린 정보가 넘쳐흐르는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다른 아랍국가에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도의 권리와 취재의 자유는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덜 선정적이고 더 균형 잡힌 뉴스, 아랍어로 전달되는 뉴스,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으로서 <알아라비야>는 대양주를 넘어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서구의 옷이 아닌 아랍의 옷을 입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아랍 이슬람 세계의 독재와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바꿔나가겠다는 <알아라비야>의 꿈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암만= 글 · 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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