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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북아일랜드에 평화는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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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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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와 구교 4년간의 연정 붕괴 위기… 총선이 중대한 갈림길 될 듯

슬픈 북아일랜드에 평화는 오는가.

영국 정부가 6개월 동안이나 결정을 미루었던 북아일랜드 총선거가 11월26일 치러져 향후 정세변화가 주목된다. 그간 영국의 ‘일부’로 남아 있으려는 신교도(통일당)와, 아일랜드공화국과 통일을 바라는 구교도(SDLP·신페인) 사이의 평화회담이 결렬되는 바람에 선거는 논의조차 할 수 없었다. 1998년 4월 북아일랜드의 신교도와 구교도를 대표하는 각 정파는 그동안 온갖 유혈투쟁과 갈등의 악순환 끝에 소모전을 중단하기로 하고 ‘금요일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라는 획기적인 평화안에 합의했다. 이 협정은 각 정파의 대표들로 연립정부를 구성해 북아일랜드를 평화적으로 통치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협정 성과에 힘입어 1년 전까지만 해도 각 정파간 연립정권이 유지되어 북아일랜드에 평화적인 정치문화가 정착되는 듯했다.

사진/ 2002년 10월1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경찰 차량. ‘금요일 협정’ 이후에도 신교와 구교의 무장해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SYGMA)

총을 놓지 않는 IRA


하지만 금요일협정의 핵심 내용이자, 실행의 선결조건인 양쪽 준군사조직의 무장해제와 경찰조직의 개혁 약속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교의 강경파인 신페인당과 그 군사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약속을 깨고 여전히 군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증거가 속속 드러난 것이다. 가령 지난해 10월 신페인당이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인 스토몬트에서 스파이 그룹을 가동하고 있다는 설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또 콜롬비아 정부는 IRA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게 도시게릴라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고, 북아일랜드 경찰국장은 IRA가 여전히 테러활동, 무기구입, 살인행위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자 통일당쪽은 강한 불신감을 표시하면서 신페인당과 IRA가 전쟁 행위의 영원한 포기를 선언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 함께 갈 수 없다며 연립정권에서 탈퇴했다. 금요일협정 이후 간신히 유지되어 오던 평화적 정치 무드는 깨지고, 북아일랜드 정치는 다시 혼미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사태가 악화되자 지난 1년 동안 데이비드 트림블 얼스터연합당 당수, 그리고 제리 애덤스 신페인 당수뿐 아니라 영국·아일랜드 정부까지 개입해 문제해결을 위한 지난한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뭔가 하나의 타협안으로 수렴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IRA가 전쟁 종식을 끝내 선언하지 않았고, 대신 신페인 당수인 제리 애덤스가 자신들은 평화적 통일노선을 추구한다는 원칙적 선언만으로 때우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RA는 세 번째 무장해제를 실행해 상대방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했으나, 사찰단은 IRA에게서 아무런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발표해버려 상대방의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는 IRA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금요일협정의 합의 내용이 무색할 정도로 어느 쪽도 군사집단을 해체하지 않았고, 상대방에 대한 테러활동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끔찍한 잔학행위를 저질렀던 인사들은 석방되었고, 말 많던 경찰조직은 그대로 재생되었으며, IRA 멤버로 악명 높은 마틴 맥기네스 같은 이들은 새 자치정부 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양쪽이 무장조직 뼈대는 온존시키면서 평화 생색내기만 열중하는 한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신교도, 즉 통일당쪽은 IRA의 군사활동을 비난하고 있지만 신페인쪽과 IRA도 나름대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통일당이 금요일협정에서 약속한 경찰개혁을 소홀히 한 데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또 이들은 신교도들이 1992년 독립 아일랜드공화국(남아일랜드)에의 합류를 거부해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지방’으로 전락했고, 신교도의 지배와 차별이 지속되었다고 비난했다. 북아일랜드 다수파인 신교도들은 직업과 주택 문제 등에서 소수파인 구교도들을 차별했고, 경찰은 구교도를 아예 채용하지 않아 신교도 일색이었다. 심지어 신교도쪽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구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역에서조차 신교도가 뽑히도록 선거구역을 조작하는 등 농간을 부렸다. 영국 정부는 지난 50년 동안 이를 묵과해왔다. 이런 차별 탓에 IRA는 투항할 생각도 없을 뿐더러, 무장투쟁의 정당성을 당연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성의를 보인 것 아니냐는 투다.

사진/ 데이비드 트림블 얼스터연합당 당수(왼쪽,SYGMA)와 제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오른쪽,GAMMA). 최근 두 당의 연정이 위기에 처했다.

뿌리깊은 증오의 ‘원죄’는 영국에

결국 통일당은 신페인과 IRA가 군사활동을 포기하고 투항할 것을 주장하나, 신페인은 그들대로 신교도의 합법적 무장조직격인 경찰조직을 먼저 전면적으로 개혁하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실제 구교쪽은 강경파인 신페인뿐 아니라 온건파인 구교도 사회민주노동당이 있으며, 신교쪽도 얼스터연합당뿐 아니라 더 강경한 민주통일주의자당을 끼고 있다. 이들 4파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 북아일랜드의 정치 지도는 더 복잡하다. 같은 신교도끼리도 일종의 ‘땅따먹기식’ 투쟁과 테러를 불사하는 판국이어서 각 정파끼리의 이해관계와 증오의 실타래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난맥상의 뿌리는 지난 수백년 동안 구교와 신교간 해묵은 불신과 반목이 거듭된 독특한 역사에 있다. 지난 30년 동안 분쟁을 겪는 사이 양쪽 진영은 서로에게 진저리를 치게 됐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각기 다른 지역에 살면서, 아이들도 각기 다른 학교에 보내고 있다. 서로 사귀는 것조차 꺼리는 지경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일랜드 분쟁의 ‘원죄’는 영국에 있다. 영국은 16세기 개혁 당시 구교도가 대륙에서 침략해와 구교를 믿는 아일랜드와 동맹 맺는 것을 경계해 아일랜드를 복속시켰다. 특히 북아일랜드 구교도들의 땅을 빼앗고는 거기에 영국 신교도들을 이주시킴으로써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 구교도 세력은 저항과 반란을 도모했고,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신교도인 영국 지배세력 전체를 날려버리려고 국회의사당 지하에 폭탄을 대량 장치했다가 발각된 일이 있다. 영국이란 나라가 통째로 날아갈 뻔한 이 아찔한 사건을 기념해 지금도 11월14일께면 영국 전역에서 매일같이 폭죽이 피어오른다.

뿌리깊은 갈등을 극복하고 각 정파간 폭력 종식과 평화로운 정치를 확립하기로 합의한 금요일협정은 그래서 귀중했다. 협정에 따라 연립정부를 유지해 북아일랜드에 모처럼 화약냄새가 사라진 것은 너무나 소중한 평화적 노력의 성과였다. 그것도 잠시, 다시 분열과 위기로 치닫게 되자 권력을 이양받은 영국 정부는 비록 날짜는 늦어졌지만 계획대로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결과도 점치기 어렵다. 처음부터 많은 신교도는 구교도와 평화협상을 하는 데 매우 회의적이었다. 따라서 금요일협정 자체도 반대했다. 이안 파슬리가 이끄는 민주통일당은 이 협정이 “IRA의 테러에 굴복한 양보책일 뿐”이라며 구교도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경파 다수당 되면 갈등 커질 듯

이번 선거에서 협정을 처음부터 반대한 강경파인 민주통일당이 신교도를 대표하는 다수당이 되면 평화협상 과정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쉽다. 이에 맞서 구교도쪽도 강경파인 신페인에 힘을 실어줄 게 뻔하고, 협상 온건파들의 설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양쪽 강경파들이 투쟁의 끝에서 탈진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구교 강경파 신페인이 통일당 다수파와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으며, 상대편 신교도 강경파인 민주통일당도 정부나 지역의회에서 숙적인 신페인과 나란히 앉아 정책을 논의할 준비를 해왔다. 선거에서 신교도 다수가 민주통일당을 밀어줘 자신감을 심어준다면 원래의 강경노선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북아일랜드는 다시 화약 연기 자욱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런던= 줄리언 체인 전문위원 Juliancheyne@one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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