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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프랑스] 차도르, 수업 중엔 벗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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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1-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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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차도르 착용 금지 조처 논란…공교육의 이념과 종교의 자유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차도르는 물론 모자도 쓰지 말고, 아랍 이름도 쓰지 말며, 여자는 아예 학교에 보내지 말자!”

이 문구는 반이슬람 혁명군의 외침소리가 아니다. 요즘 프랑스의 좌익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독자 토론게시판에 떠 있는 내용이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난 가을부터 끊이지 않는 차도르 논쟁에 대해 한 독자가 농담조로 쓴 글의 한 토막이다.

공공기관에서의 신앙행위 금지


프랑스에서 차도르 착용을 둘러싼 논란은 흔하게 일어난다. 논란 발생의 진원지는 주로 공립학교나 공공기관, 공무원 사회다. 이번 차도르 논쟁에 불을 댕긴 곳도 한 고등학교였다. 지난 9월 파리 근교의 한 고교에서 수업시간에 차도르 착용을 고집한 두 여고생이 정학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동안 매스컴을 타면서 프랑스 사회를 또 한번 ‘차도르 논쟁’ 속에 빠뜨렸다. 유대인 혈통의 무신론자인 아버지와 이슬람계 혈통의 어머니를 둔 자매인 그들은 자발적으로 종교를 이슬람으로 택한 이후 이슬람식 생활양식을 따랐다. 유대인이고 변호사인 아버지가 그들의 변호를 맡기도 한 사건이라 세인의 관심이 각별했다.

사진/ 종교적 표상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공화국 이념을 지키는 조처일까. 에펠탑을 관광하는 이슬람 여성들.(GAMMA)
결국 학교 규칙보다는 종교적 신념을 더 중요시해 학교를 떠난 두 여고생의 일화였으나, 그 여파는 종교의 자유가 중요하냐 아니면 공화국 이념을 따르는 비종교성 공교육 이념이 중요하냐는 논란을 낳았다. 그리고 이번 논란은 지난 봄부터 표면적으로 공화국 교육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방침과 발맞춰 차도르 착용를 금지하는 강경한 법안을 만들자는 의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공화국 이념을 기리며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공식적으로 이행해온 지 올해로 100년이 된다. 1905년에 개정된 이른바 ‘비종교법’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공화국은 의식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중의 질서와 이익에 병행하는 한에서 종교의 자율적인 집행을 보장한다”(1장), “이후 공화국은 어떠한 신앙도 지원하지 않는다”(2장). 따라서 공공기관에서의 신앙 행위는 금지된다. 공공기관에는 학교, 공관, 국공립병원, 형무소 등이 속한다.

법이 통과되고 실행될 당시 교회쪽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법 덕분에 공교육이 주류를 이루는 프랑스 교육은 일찌감치 종교권을 벗어나 공화국의 이념을 심는 데 기여해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사회 내부에 가톨릭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이 이식되기 시작했다. 그 중 이슬람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톨릭 다음으로 많은 500만여명의 신자 수를 헤아린다. 본토 종교인 가톨릭이나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유대교와 달리 이슬람은 기독교 및 서구와의 충돌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노동 이민자 계층이 주로 믿는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여론은 강경한 금지법 제정에 찬성

이슬람이 프랑스 정부와 표면적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충돌하는 대목이 바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 여성 이슬람교도들의 차도르 착용과 남녀를 구별하는 행동양식이다. 학교 내에서 차도르 착용이 문제가 되면서 1905년 이래 특기할 만한 보완책이 제시된 것은 1989년이다. 당시 좌익 정부는 “종교적 표상을 착용하는 것 자체가 공화국 이념인 ‘비종교성’ 원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해석을 덧붙였다. 종교적 표상 착용에 어떠한 금지 조처를 내리지 않은 셈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단호함이 부족한 어정쩡한 보완책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경직된 법안에 얽매이지 않고 경우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라는 취지였다. 이후 종교성이 문제될 경우 현장 책임자가 해결하는 관례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슬람교도 자매의 정학 조처도 학교장 선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렇듯 경우에 따라 현장에서 조처하는 상황에선 타협이 이뤄지는가 하면, 대립과 충돌 및 법정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더욱 강경한 조처나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오늘날 우익 정부 아래 도마 위에 얹혀진 것이다.

사진/ 파리 시내를 걷고 있는 이슬람 여성. 프랑스는 공공기관에서의 종교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GAMMA)
최근 이뤄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55%가 학교에서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찬성했다. 우익의 62%, 극우의 58%, 좌익의 53% 순서로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참에 구체적 법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모두에게 공정한 규정을 적용하자는 견해다.

위원회 결정에 관심 집중

일반인뿐 아니라 정계의 반응도 좌우를 막론하고 법안을 만들자는 데로 기울고 있다. 차별을 피하기 위해 모든 종교에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신 우파 중에는 그 적용 범위를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기업까지 확장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좌파는 공공기관에 한정시키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종교적 표상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일이 공화국 이념을 지키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처이기를 바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법으로 제압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종교적 표상을 대변하는 것은 차도르와 키파(유대인들이 쓰는 모자)나 십자가 등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차도르 착용금지의 경우 이슬람쪽은 오히려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계는 법안 제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금지법안 제정은 1905년 이래 국가와 종교계가 함께 해온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고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다름없으니 1989년의 해석대로 법에 의존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 인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견해다.

사례에 따라 해결하는 ‘톨레랑스’와, 금지법으로 해결하는 ‘앵톨레랑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특별히 구성된 위원회(스타지 위원회)가 올 연말께 법안의 필요성 여부나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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