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정치인 망언 · 관광객 매춘 등으로 중국 내 반일 감정 극에 달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악감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연일 “추악한 일본인을 몰아내자” “짐승 같은 일본인들” 등 일본 비하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공공 언론매체에서도 “일본 왜 이러나”라는 내용의 중-일간 긴장관계를 다룬 긴급 정세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유명한 관광도시 쑤저우의 한 상점에는 “일본인들은 이 가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는 팻말이 나붙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평소에도 난징대학살이나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조어도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외교적 마찰을 빚어오던 중-일 관계가 최근 들어 더 걷잡을 수 없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 데는 국가간 ‘충돌’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는 감정 대립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중-일 수교 30년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
이시하라가 부은 기름
지난 10월29일 이후 중국 시안에서는 연일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시안에 있는 시베이 대학 일본인 유학생들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저질 공연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사건 이후 시안에서는 “짐승 같은 일본인들을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며칠 동안 유례없는 반일 시위가 벌어졌고 그 여파로 시안에 있는 일본인 유학생들이 근처 호텔 등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사흘 뒤인 11월1일,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평소에도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 내 대표적인 ‘문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바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일본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중국의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규슈에서 열린 중의원선거 지원연설을 하던 중 “중국인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발사 성공에 황홀해하고 있다. 이런 것은 시대에 뒤진 것이며, 일본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가능하다”라고 말해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뜬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뭉개버렸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는 1990년대 이후 틈만 나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해 중국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일본 정치인 ‘넘버원’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베이 대학 사건이나 이시하라 도쿄도지사의 발언 외에도 지난 9월15일 중국 광둥성 내 경제특구 주하이에서는 일본의 한 회사 직원 380여명이 5성급 호텔에서 중국 아가씨 500명을 불러다 ‘섹스 파티’를 연 이른바 ‘일본인 관광객 집단매춘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8월에는 헤이룽장 치치하얼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버리고 간 화학탄이 폭발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불쾌한 사건들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시베이 대학 사건이나 이시하라의 망언이 불거짐으로써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악화 일로로 치닫게 된 것이다. “죽어 마땅한 일본인들”이라는 구호가 인터넷을 점령한 채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반일’을 외치며 ‘인터넷 민족주의’라는 신용어를 만들어낼 만큼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다.
중국 민간인들 사이에 반일 감정이 악화되면서 사태는 급기야 중-일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주하이 집단매춘 사건이 일어난 뒤 중국 외교부에서는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에 대한 도덕교육을 강화하라’라는 다소 신경질적인 논평을 냈는가 하면 지난 10월3일, 신중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10월1~7일) 기간 중 외교적 관례로는 이례적으로 중국 외교부장 리자오싱이 주중국 일본 대사를 불러 치치하얼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속철도 건설도 난관에 봉착
이외에도 중국 내 반일 감정이 악화되면서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도 건설 역시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애초 일본의 신칸센 기술을 도입해 고속철도를 건설하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이 민간에서 분출하는 반일 정서에 부딪혀, 일본 정·재계의 막대한 로비 공세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8월 이후 중국에서는 “일본 신칸센은 필요 없다”라는 문구를 적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자원 시위자’들이 생겨났는가 하면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본 신칸센 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지 일주일 만에 무려 9만명이나 동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싼샤댐 공사 이후 중국에서는 최대의 투자액수라고 할 만한 거액의 국가급 프로젝트가 이러한 반일 정서로 인해 심각한 난기류를 겪고 있다.
중국 <외탄화보>의 국제부 기자 류샤오뱌오는 최근 발표한 “중-일 관계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중-일 관계에는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양국간 교류 밀도는 유례없는 발전을 하고 있지만 양국 국민들 사이의 ‘불친근감’은 반대로 우려할 만한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즉, 양국사이의 경제관계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반면 민간 정서나 정치 관계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간 정치적·정서적 냉기류는 지난해 가을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사 결과 일본을 “매우 친근하게 느낀다”와 “친근하게 느낀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조사자 중 불과 5.9%밖에 안 되었고 “친근하게 느끼지 않는다”와 ”매우 친근하게 느끼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무려 43.3%에 달했다. 또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일본에 대한 이미지로 제1위를 차지한 것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이었고, 60.4%의 중국인들은 “일본은 다시 군국주의의 길로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기에서 나타나듯이 많은 중국인들은 여전히 일본에 대한 역사적 앙금을 떨쳐버리지 못하였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한 이러한 역사 인식은 중-일간 정치적·정서적 우호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중국 내 일각에서는 1990년대 이후 일본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위협론’이나 ‘중국 억제론’이 양국의 정치관계나 민간정서를 악화시키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의 한 박사연구원은 “9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우익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빨라면서 일본의 중국 경계의식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에서 정치·경제적 패권을 추구하는 일본에게 심각한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현재 ‘중국이 죽어야 일본이 산다’는 의식이 암묵적 동의를 얻고 있고 이것은 중-일 양국이 진정한 정치적 우호관계를 형성하는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신사고’론에 비난 쏟아져
반면 일부 지식인들은 이런 민간 차원의 반일 감정 악화를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주의의 발로로 우려하면서 ‘신사고’ 또는 ‘외교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리청 <인민일보> 평론위원과 스인홍 인민대학 교수가 제기해 한동안 논쟁의 화두로 떠올랐던 ‘중-일 관계의 신사고’ 내용은 양국간 발전을 저해하는 해묵은 역사 문제는 잠시 접고 장기적 국가이익 관점에서 대일관계를 재정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자랑이기 때문에 중국은 일본을 이해하고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정상국가’ 요구를 받아들이고,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일관계 ‘신사고 혁명’은 여론의 집중적 십자포화를 맞으며 ‘몰역사적인 인식’으로 비판받았다. 일본은 여전히 한치의 반성도 하지 않은 채 매년 신사참배를 하고 교과서 왜곡이나 중국 억제론, 중국인들을 모욕하는 일들을 일삼는데, 왜 우리만 나서서 ‘신사고’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작 ‘신사고’가 필요한 당사자는 일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는 영원히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경계 대상이자 적수다. 일본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존재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인 강은 쉽게 건널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의 말이다.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사진/ “일본, 그만 나가라.” 10월30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시베이대학 학생 수천명이 교내 유학생 기숙사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반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AP연합)
지난 10월29일 이후 중국 시안에서는 연일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시안에 있는 시베이 대학 일본인 유학생들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저질 공연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사건 이후 시안에서는 “짐승 같은 일본인들을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며칠 동안 유례없는 반일 시위가 벌어졌고 그 여파로 시안에 있는 일본인 유학생들이 근처 호텔 등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사흘 뒤인 11월1일,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평소에도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 내 대표적인 ‘문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바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일본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중국의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규슈에서 열린 중의원선거 지원연설을 하던 중 “중국인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발사 성공에 황홀해하고 있다. 이런 것은 시대에 뒤진 것이며, 일본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가능하다”라고 말해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뜬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뭉개버렸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는 1990년대 이후 틈만 나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해 중국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일본 정치인 ‘넘버원’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진/ 중국에서 일본 내 대표적인 ‘문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최근 중국의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AP연합)

사진/ 10월9일 동중국해의 섬 댜오위타이가 자국 땅임을 주장하기 위해 상륙하려던 중국인들의 배를 일본 경비정 2척이 에워싸 진로를 막고 있다.(A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