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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파키스탄의 ‘탈리반’화를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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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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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정치적 무질서에 종교적 광신주의까지… 사회혼란이 핵단추 누를 수도

닥터 압둘 하미드 나이얄(Dr. Abdul Hameed Nayyar)

콰이디 아잠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닥터 나이얄은 1945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1973년 런던의 임페리얼대학에서 농축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에너지·환경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핵관련 교육과 근본주의 회교이론에 대한 광범위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이자 세계적인 칼럼니스트로, 특히 아시아의 반핵·평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1999년 여름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통제지역(LOC)에서 벌였던 격렬한 충돌은 두 나라 사이의 전면적인 핵전쟁 가능성과 함께 남아시아지역 핵무장화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당시 인도는 해군을 동원해 해상 봉쇄를 하면서 더욱 도발적으로 국경전쟁을 확대했고, 파키스탄은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며 다행스럽게도 굴욕적인 퇴각을 단행했다.

극단적 안보의식과 ‘국경편집증’

전통적으로 파키스탄은 ‘인도 식민연합’이라는 향수를 지닌 인도에 대해 늘 두려움을 느끼며 처음부터 극단적인 안보의식을 강조해 왔고, 이게 ‘국경편집증’을 일으키며 군사적으로 인도에 철저히 대항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적개심으로 충만한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 속에서 파키스탄은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상대 인도와 값비싼 무한군비경쟁에 돌입함으로써 탈진했고 결국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지난 1971년 인도가 동-서로 나뉘어 있던 파키스탄 내전에 개입해 방글라데시를 독립시킬 무렵, 파키스탄은 핵무기 제조를 통한 대인도 견제를 계획하게 되었고, 곧이어 핵무장화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1974년 인도의 핵실험은 파키스탄에 핵무장화의 긴급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파키스탄의 핵무장화는 인도의 핵주도권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핵무기를 통해 인도의 월등한 재래식무기 판도를 극복하겠다는 의도였다. 군부를 비롯한 핵옹호론자들은 1980년대 후반쯤에 핵무기에 의한 전쟁억지력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8년 5월 인도의 핵무기 실험은 파키스탄에도 핵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나, 파키스탄은 이 대응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당하며 경제 불황기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관점이 모든 사안들을 압도해버린 현실 속에서 정부는 가난한 이들과 수탈당한 이들에게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마치 세계 속에서 거창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환상을 불어넣었다.

핵과학자들이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면서 핵실험장과 미사일의 조형물들이 공공장소에 우뚝 섰고, 정부는 첫 번째 핵실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큰 잔치판을 벌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시작할 때부터 핵무기 보유를 거듭 강조해 왔다. 인도는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무기비확산조약에 명시된 무장해제 공약을 여전히 꺼리는 상황 속에서 다른 핵 보유국들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시급히 핵무기를 축적할 수밖에 없다고 핵무장화의 배경을 밝혀왔고, 파키스탄도 인도를 향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덩달아 핵무기 축적에 나섰다. 여기에다 최근 협의되고 있는 핵분열물질 폐기조약이 발효되기 전에 두 나라는 서둘러 가능한 만큼의 핵탄두를 축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두 나라는 핵무기 운반체인 미사일의 핵심 부분 개발에 성공했다.

최고의 핵경고 지대, 카슈미르

(사진/파키스탄의 가우리미사일(맨위)과 샤윈미사일. 파키스탄과 인도 두나라는 핵무기 운반체인 미사일 핵심부분 개발에 성공했다)

따라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인구밀집지역을 공격해서 수천만명을 일거에 몰살시켜버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 속에 있다는 중대한 위험성을 상호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두 나라는 지리적 인접성에 따른 경보시간과 경보체계의 절대부족으로 고의가 아닌 사고로도 상호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두 나라 총리는 핵실험 1년 뒤, 양국 관계 개선과 일촉즉발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회담을 벌였다. 이 ‘의식’은 그들의 손에 있는 핵무기로 세계가 놀라지 말라는, 말하자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인도는 “핵무기로 상대방을 선제 공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동시에 핵무기를 통한 최소한의 전쟁억지력 유지를 단언했다. 파키스탄은 “언제라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모호한 방식의 핵정책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남아시아의 핵전쟁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두 정부의 핵정책에 따르면, 인도의 핵무기는 만약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의 대리전쟁에서 인도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한다면 파키스탄에 대한 응징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뜻과 다름이 없고,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안보 해석에 따라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성질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두 총리가 만났지만 그뒤 벌어질 칼길(카슈미르의 인도-파키스탄 국경)전쟁은 이미 회담장 한구석에 잠복해 있었던 셈이다. 전쟁억지력의 수단으로 내세웠던 인도의 핵무기는 그들의 모험적인 공격이 카슈미르의 통제선을 넘어 전면전으로 증폭되는 현실을 보장했고, 파키스탄은 인도로부터의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10여년 넘게 설계해 왔던 핵무장화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파키스탄은 식민지배에서 독립할 때부터 카슈미르 사안을 놓고 인도와 논쟁을 벌여왔다. 현재 가느다란 통제선 하나로 인도와 파키스탄쪽으로 분리되어 있는 이 카슈미르에서 이들은 두번이나 대규모 전면전을 벌였다. 처음부터 인도는 파키스탄이 암암리든 또는 공개적으로든 카슈미르분쟁을 지원하는 도발적인 행위에 반드시 무력으로 대응해 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카슈미르인들의 순수한 해방투쟁은 늘 야수적인 탄압에 직면했고, 인도군의 잔학행위와 야비한 인권침해는 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 이 카슈미르전쟁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쉽게 핵대결로 전이될 수 있는 최고의 핵경고지대로 떠올라 있다.

인도가 어느날 참을성을 잃고 통제선을 넘어 맹렬하게 추격해 온다면 핵전쟁의 가능성은 결코 가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이 무력으로 인도에 앙갚음하면 즉각 인도는 월등한 재래식 무기로 맞설 것이고, 희생자가 폭증하면서 영토와 전투력을 상실한 파키스탄은 쉽게 핵무기 선제공격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연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도는 핵보복을 가할 것이고….

비핵지대화의 이익은 민중들의 것

(사진/98년 5월 파키스탄의 핵실험에 환호하는 시민들. 파키스탄은 “언제라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모호한 방식의 핵정책을 표명해 왔다)
예전에는 어디에서도 결코 이렇게 핵전쟁의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인도가 지닌 핵무기에 대한 대외적인 긴장뿐만 아니라, 취약한 핵 철학이 지배하는 파키스탄사회 내부적으로도 이미 핵위험은 경계경보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장기적인 경제불황에 빠져 있는 파키스탄은 통치력의 상실과 정치적 무질서 그리고 무정부주의의 부상에다 종교적 광신주의까지 겹쳐 핵무기의 존재를 좀더 꺼림칙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박탈당한 이들은 쉽게 종교적인 구호에 유혹되고, 이들은 주변 아프가니스탄과 카슈미르분쟁이 가열되면서 임금을 받는 성전의 전사들로 동원되고 있다. 처음 아프가니스탄의 성전을 지원하고 이용했던 파키스탄 정부는 이제 카슈미르에서 인도 공격에 다시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성전은 자율권의 이름으로 혼란을 가중시켰고, 세련된 조직화로 무장을 강화하며 국가의 생존능력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재 군 최고통수권자마저 “외부의 성전이 끝나 국내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지경이다. 이 통치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회교근본주의 탈리반 같은 파키스탄 정부를 원치 않는 탓이다.

전사들은 인도는 물론이고 이란, 중앙아시아, 러시아 심지어 중국까지 포함해 여러 주변국들로 성전 확대를 주장하며 파키스탄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문제에 중대한 걸림돌로 떠올랐다. 핵무기에 정겨움을 지닌 파키스탄의 전사들은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회교도의 무기”라고 자랑스레 말하며 필승환상에 빠져 있다. 아직까지 핵무기는 안전한 손에 쥐여져 있지만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이걸 지켜낼 것인지는 의문이다. 남아시아가 국제 결투장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지역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일뿐이다. 남아시아비핵지대화의 이익은 결국 이 지역 모든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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