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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독일] 바이에른에만 몰려드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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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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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에도 눈부신 번영 누리는 비결을 찾아… 날로 커지는 지역간 불균등은 어찌할 것인가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쭉쭉 뻗은 독일 고속도로(아우토반)를 달리다 보면, 이른바 ‘자동차 왕국’ 독일을 여러모로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속도 무제한’이라는 명성을 뒷받침하는 도로의 ‘안정성’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시속 200km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안개처럼 사라지는 1차선의 자동차들은 고급 승용차에 대한 원초적 욕망을 자극한다. 아우토반을 타고 알프스가 보이는 독일 남부로 내려가다 보면, 산과 산을 다리로 연결해 터널과 급회전을 최대한 줄인 독일 토목기술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도로 밑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집들과 지평선 위에 펼쳐진 알프스 정상의 만년설은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다. 군청색 앞치마에 하얀 삼각모자 등 바이에른 전통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1ℓ가 넘는 커다란 맥주잔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군중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옥토버 페스트’가 막 시작된 도시 뮌헨은 이곳 바이에른의 주정부가 있는 곳이다.

사진/ 바이에른의 한 연구기관. 21개의 국책연구소가 몰려 있는 바이에른 지역은 ‘전문기술자들의 고향’이라 불린다.

주정부 예산 바닥난 옛 동독 지역

‘바이에른 자동차 정비소’의 줄인 말인 ‘베엠베’(BMW)의 본사와 유럽 최대 전자회사 ‘지멘스’(Siemens)의 본사가 위치한 뮌헨은 2000년을 전후해 생명공학과 정보기술(IT) 산업의 독일 최고 중심지역으로 급성장하면서 바이에른 경제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26개의 대학과 21개의 국책연구소가 위치한 바이에른 지역은 학자들과 전문 기술자들의 고향이라고까지 불리면서,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의 고급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또한 30여개에 이르는 국제적 규모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신경제의 거품이 빠진 지금도 여전히 젊은 창업자들을 불러들이며 매력을 뽐내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의 풍부한 농업지원금을 받으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이에른 지역의 전통적인 낙농업은 알프스 절경과 함께 도시인들에게 넉넉한 전원 풍경을 제공하면서 ‘바이에른 성공신화’의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우디(Audi)와 베엠베 등의 자동차 산업과 컴퓨터 및 전자·전기 산업이 제공하는 넉넉한 일자리를 바탕으로 안정된 바이에른의 지역 경제는, 현재 실업자 수가 약 430만명에 이르는 독일 전체의 암울한 경제사정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때 ‘라인강의 기적’이란 말을 낳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 재건과 성장을 이끌었던 독일 북서부의 루르 공업지역은 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풀지 못하고 1990년대 이후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사진/ 바이에른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뮌헨(왼쪽)과 독일 프로축구 명문구단인 ‘바이에른 뮌헨’팀. 이들도 바이에른 성공신화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옛 동독 지역에서는 실업률이 평균 20%를 웃돌며, 옛 서독 지역과의 구조적 격차, 상대적 빈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통일 13년을 맞은 독일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유치원 시설이 양로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있다. 높은 실업률과 함께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는 옛 동독 지역 산업계는 최근 고향을 등진 이들에게 되돌아올 것을 호소·지원하는 이색 캠페인(www.sachsenkommzurueck.de)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통일 이후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젊은층의 옛 서독 지역으로의 이주행렬, 그리고 현재 그나마 일자리를 갖고 있는 이들마저 곧 연금 상태로 들어가는 노동인구의 노령화로 고군분투하는 이들 지역에게, 출생 및 이주노동인구의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바이에른 지역은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바이에른 주정부가 흑자 재정을 기록하면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반면, 옛 동독 지역 주정부들은 실업수당과 최저생계비 지원만으로도 주정부 예산이 바닥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보수 ‘기사련’ 기세 올리다

지난 9월21일에 있었던 바이에른 주정부(주의회) 선거에서 집권 기독교사회연합(CSU·이하 ‘기사련’)이 60.7%라는 말 그대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내면서, 바이에른은 다시금 독일 여론의 주된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기사련’은 단독 집권 40년의 역사를 이어가게 됐을 뿐 아니라, 주정부 헌법을 단독으로 개정할 수 있는 의석 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2002년 연방정부 선거에서 사민당(SPD)의 슈뢰더 현 총리에게 석패한 바이에른의 슈토이버 주지사는 기사련의 당대표로서, 3번째 연임하는 바이에른의 주지사로서 중앙 정치무대로의 화려한 복귀를 위한 탄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전통적으로 농민과 기업가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보수 기사련은, 이번 선거에서 젊은층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하면서 ‘바이에른 성공모델’을 슈토이버 주지사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한창이다.

사회평등과 기회균등이라는, 독일 사회가 전통적으로 걸어온 길과 그 궤적을 다소 달리하는 바이에른의 경제적 성공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보트가 넘쳐난다’며 외국인들의 독일 이주를 적극 반대하여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사련이지만, ‘똑똑한 외국인’에게는 넉넉하게 이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외국인 IT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그린카드’(Green card)를 발부해 이들을 독일로 끌어들이는 ‘우수 외국인 인력 이주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이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전문인력 가운데 4명 중 한명은 바이에른에 정착한다. 최근 몇년 동안은 해마다 3만명이 넘는 동독 지역 숙련 노동자들이 바이에른으로 흘러들었으며, 동독 지역 대학 졸업생들 다수가 독일 남쪽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어, 고급 인력의 지역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버스운전, 우편배달, 거리미화 등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동독 지역 출신들을 고용하면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2002년에 실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력평가에서 독일이 낙제점을 받으면서 독일 사회에서는 교육개혁 논쟁이 촉발되었다. 독일 학생들의 평균 학습능력이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학생들간에 학습능력이 심한 불균형을 이루는 것 또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조기에 인문계나 실업계로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독일의 교육제도가 노동자 계층 자녀의 낮은 인문계 진학률로 이어져 결국 교육을 통한 계층 고정화 현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개혁 관련 활발한 논의와 다양한 처방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학력평가 결과의 독일 내 주별 비교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나타낸 바이에른 주정부는 오히려 초등학교 3학년으로 인문·실업계 선발 시기를 앞당기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는 교육계로부터 지나친 엘리트 중심 교육이라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자아내고 있다.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도 부러움의 대상

독일 프로축구 명문구단인 ‘바이에른 뮌헨’도 ‘바이에른 성공신화’의 한 장을 장식한다.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독일 전역과 외국에서 고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불러들인 우수 선수와 감독과 함께 바이에른 뮌헨이 차지하고 있는 분데스리가 챔피언 자리는 확고해 보인다. 그러나 최강의 팀 바이에른 뮌헨에 열광하는 팬들의 응원소리만큼, ‘선수가 넘쳐나 1급 선수들이 벤치에만 앉아 있다’는 비아냥거림과 분데스리가 팀들간의 전력 불균형으로 독일 프로축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것이 결국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논리와 유럽연합에서 농민들의 이익을 비타협적으로 지키는 전략을 바탕으로 한 ‘바이에른 성공신화’가, 지역간 불균등이 날로 커지는 독일 사회에서 얼마큼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바이에른=글 · 사진 강정수 전문위원 jskang@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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