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자동차 없는 하루’를 맞이한 파리의 표정…도시 여건에 맞는 환경 개선을 위해 안간힘
지난 9월22일은 유럽에서 ‘자동차 없는 하루’로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 실시된 날이었다. 유럽 전체가 참여한 건 아니었고, 러시아를 뺀 서유럽을 중심으로 약 800여개의 도시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도심으로의 자가용 유입을 자제하고 대신 대중교통 수단이나 자전거 및 롤러스케이트 이용이 널리 권장되었다.
시내는 극심한 교통체증
해마다 9월22일을 ‘자동차 없는 하루’로 제일 먼저 선정한 나라는 프랑스다. 1998년 당시 도미니크 브와네 녹색당 당수가 환경운동의 하나로 제안했다. 그 뒤 이 운동은 유럽 전체로 퍼져나갔으며, 지금은 유럽 외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이페이, 몬트리올 등에서도 실시되는 범지구적인 도시환경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스페인은 200여개 도시, 오스트리아는 100여개 도시 그리고 독일은 80여곳이 참여하는 등 성황을 거두었다.
이처럼 많은 도시가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도시들이 공해나 오염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오염이 없는 도시’가 ‘환경오염이 없는 도시’ ‘숨쉬기 좋은 도시’ 나아가 ‘살기 좋은 도시’이고 오늘날 누구나 꿈꾸지만, 정작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9월22일 파리 날씨는 쾌청했다. 벌써 6돌을 맞는 ‘자동차 없는 하루’가 큰탈 없이 실시되기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고 자동차를 끌고 나온 이들이 많아, 시내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자동차 없는 하루에 참여한 72개 프랑스 도시 가운데 하나인 파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도심을 중심으로 188km 구간에 걸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라디오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 소식을 전날부터 접하고 일찌감치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은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고 여느 때처럼 교외에서 파리로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이들에겐 암담한 소식이었다.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해 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용을 그냥 내팽개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하철역 근처에 정차해놓기도 힘들다. 주차공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차를 끌고 도심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9월22일은 그야말로 악몽의 날이었다. 자동차 차단 거리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막혀버린 차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 거북이 걸음을 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그런가 하면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교통통제 작업이 원활했지 못했고, 돌아나오려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을 헤집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좌파 시장의 대중교통 살리기
프랑스의 자가용 소유 가구는 전체의 80%에 이른다. 이 가운데 31%가 자동차를 한대 이상 갖고 있다. 파리 평균 주행속도는 16.6km/h다. 올해 자동차 없는 하루 캠페인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과, 도시환경 개선운동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적 인식을 모두가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캠페인 날 자동차를 끌고 나와 곤욕을 치른 이들이 다음해에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소극적 희망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녹색당원들을 비롯한 좌파의원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파리시는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시장이 선출된 지난 2001년 이후 환경개선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자가 운전자들이 운전에 치를 떨며 스스로 대중교통 수단을 선호하게 만든다”는 이색적 논리가 바로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실시하고 있는 교통정책의 주요 기반이다.
들라노에 시장은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권장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왔다. 더 구체적으로 전동차를 늘리고, 자전거 및 롤러스케이트 등 비공해 교통수단의 사용을 권장하고, 택시, 버스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활성화 등에 힘을 쏟았다. 물론 이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정책들이다. 하지만 들라노에 시장이 내놓은 정책의 특징은 자가 운전자들보다 대중교통 운전자들에게 훨씬 더 쾌적한 교통환경을 만들어 자가 운전자들 스스로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도로계획이 버스길을 넓히는 작업이다. 유럽에서도 좁기로 악명이 높은 파리의 기존 도로 도처에 버스, 택시,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의 폭을 대폭 넓혀 돌출 경계선을 만들어놓아, 현재 파리에는 55Km에 이르는 버스 전용도로가 마련돼 있다. 이 계획에는 대중교통 수단들은 막힘없이 달리도록 만들고, 자가 운전자들은 예전보다 좁아진 도로에서 교통지옥을 겪게 하려는 파리시 당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2001년 자가 운전자들로부터는 혹독한 비판을 들은 정책이지만, 정책변화 덕분에 해마다 3%씩 전체 교통량이 줄고 있으며, 버스 사용자가 이전 해에 견줘 1.1% 늘어났다. 크게 만족스런 수치는 아니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들라노에 시장의 다른 성공적 환경정책으로 파리 해변조성이 꼽힌다. 해마다 여름이면 센강 주변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하고 해변처럼 만들어서 프랑스 사람들로 하여금 도심 속에서 공해를 잊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두돌을 맞은 올해 모두 800㎡의 면적에 이르는 인공해변에는 파리 여자들과 관광객들이 즐거움을 만끽했다.
우리도 한번?
오늘날 대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해 및 환경 문제의 주요 요인을 자동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도시생활 환경 자체가 너무나 복잡한 유형을 띠고 있고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의식뿐 아니라 주거환경이나 교통환경 등도 천차만별이다. 유럽에서도 스위스나 네덜란드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자전거 사용의 일상화가 훨씬 잘 이뤄진 데는 그것을 가능케 한 인프라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파리의 독창적인 환경정책이 성공한 배경에도 전망 좋은 센강의 이점을 살리려는 노력과 파리 여자들의 절반 이상이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각 도시의 독특한 여건이나 환경에 맞는 인프라 조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약 1만5천명의 사망자를 낳은 프랑스의 올 여름 폭염의 주요 요인이 지구의 온난화였음을 감안할 때 오늘날 프랑스의 비극은 내일 우리의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굳이 ‘자동차 없는 날’인 9월22일이 아니더라도 지구 어디에서든 자동차를 집에 두고, 걷거나 롤러스케이트 혹은 자전거를 타고 일상을 맞이하는 새로운 맛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 그것이 바로 우리 각자가 지구환경 개선에 참여하는 방법임을 잊지 말자.
파리=글·사진 이선주 전문위원 seoulparis@tiscal.fr

사진/ 파리시 당국은 버스전용도로를 넓히고, 일반자동차의 도로를 줄여 자가운전자들의 도심 진입 자제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도시가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도시들이 공해나 오염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오염이 없는 도시’가 ‘환경오염이 없는 도시’ ‘숨쉬기 좋은 도시’ 나아가 ‘살기 좋은 도시’이고 오늘날 누구나 꿈꾸지만, 정작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9월22일 파리 날씨는 쾌청했다. 벌써 6돌을 맞는 ‘자동차 없는 하루’가 큰탈 없이 실시되기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고 자동차를 끌고 나온 이들이 많아, 시내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자동차 없는 하루에 참여한 72개 프랑스 도시 가운데 하나인 파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도심을 중심으로 188km 구간에 걸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라디오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 소식을 전날부터 접하고 일찌감치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은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고 여느 때처럼 교외에서 파리로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이들에겐 암담한 소식이었다.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해 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용을 그냥 내팽개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하철역 근처에 정차해놓기도 힘들다. 주차공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차를 끌고 도심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9월22일은 그야말로 악몽의 날이었다. 자동차 차단 거리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막혀버린 차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 거북이 걸음을 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그런가 하면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교통통제 작업이 원활했지 못했고, 돌아나오려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을 헤집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사진/ 파리에서는 걷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게 속편하다(왼쪽). 자전거도 대표적인 무공해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다(오른쪽).









